
하나금융그룹이 공시가격 12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주택연금 상품을 선보였다. 지난 5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하나더넥스트 내집연금」은 은퇴 세대가 거주를 유지하면서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마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번 상품의 출시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직면한 자산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대수명이 90세를 바라보는 시대지만 정년은 여전히 60세 안팎에 머물고, 실제 퇴직연령은 50세도 채 되지 않는다.
하나금융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71.1%가 '은퇴 후 현금흐름 설계'에 불안을 호소했다. 17억 원 이상 고가 부동산을 보유했지만 금융자산은 3억 원 미만인 계층에서 그 비율은 89.5%로 더 높았다.
이들에게 기존 주택연금 제도는 충분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상품은 공시가격 12억 원 이하 주택만 가입할 수 있고, 민간 역모기지론은 소득 규제가 엄격하고 비소구 종신형 구조가 없어 안정적인 노후 생활비 마련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집은 고가지만 금융자산이 많지 않은 은퇴 세대가 '현금흐름 공백'을 호소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하나금융의 새 상품은 바로 이 틈새를 겨냥했다. △거주 보장 △평생 연금 지급 △배우자까지 동일 조건 승계 △사망 시 비소구 정산 구조 등 은퇴자들의 가장 현실적인 요구를 반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품을 고령화 사회의 자산 구조 변화를 반영한 '틈새형 금융혁신'으로 본다. 최근 글로벌 금융권이 '시니어 금융'과 '롱터미지(long-term longevity) 금융상품' 개발에 집중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시장 안착 여부가 주목된다.
/ 슬롯사이트 지니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