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제통화기금(IMF) 관료가 내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금융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정책개발·검토국 부국장을 지낸 데스먼드 라크먼(Desmond Lachman)은 최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칼럼을 통해 “세계가 미국 달러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다”며 “미국은 금융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미국의 재정 상황은 이미 취약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최근 서명된 ‘메가법안’의 감세 조치는 수조 달러 규모의 재정 적자를 더욱 확대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연방준비제도(Fed)에 대한 금리 인하 압박도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며 달러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게 라크먼의 설명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법치주의를 경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시장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상반기 달러는 주요 글로벌 통화 대비 10% 가까이 하락했으며, 이는 1953년 이후 최악의 반기 성적이다. 통상적으로는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고 자국 금리가 해외보다 높으면 달러 강세가 나타나지만, 이번에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라크먼은 “금값이 올해 25% 넘게 급등한 것도 시장이 미국 경제 정책에 불신을 표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시장 변동성에도 미 국채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점 역시 신뢰 부족을 드러낸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는 시장은 정치인처럼 압박하거나 경선에서 밀어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데 있다”며 “그가 시장의 경고를 무시한다면, 미국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달러 및 채권 시장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이 세계 경제 질서 속에서 빚을 지며 살아가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월가에서는 이미 관세, 인플레이션, 재정적자 확대, 국가 부채, 달러 가치, 국채 수요 등에 대한 경고가 이어져 왔다.
다만 지금까지는 관세가 인플레이션 급등을 촉발하지 않았고, 관세로 걷힌 세수는 올해 3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채권 파수꾼(bond vigilantes)’이 재정 정책에 반발해 금리를 요구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최근 미국 국채 입찰에서는 여전히 견고한 수요가 확인되고 있다.
여전히 많은 분석가들은 미국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캐피털그룹의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 존 퀸(John Queen)은 최근 메모에서 “채권 시장은 높은 부채 수준에 점차 적응하고 있으며, 금리 시장은 위험을 반영하는 데 매우 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부채 규모와 차입 비용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그것이 언제 현실화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퀸은 “언젠가는 누군가의 경고가 맞을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결국 추측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나는 시장이 이러한 우려를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글Jason Ma & 편집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