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사이트가 대규모 콘텐츠 투자 경쟁에서 한발 물러섰다. 안도르 시즌2 제작이 예산 삭감으로 고전하고 있다.
![슬롯사이트의 OTT 서비스 슬롯사이트플러스.[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6/48331_41540_45.jpg)
“슬롯사이트가 더 이상 예전처럼 예산이 없다.” 슬롯사이트플러스에서 가장 호평받은 스타워즈 시리즈 ‘안도르(Andor)’의 제작자 토니 길로이(Tony Gilroy)는 시즌2 제작을 위해 회사 고위진과 치열한 예산 다툼을 벌였다. 슬롯사이트가 스트리밍 사업 축소를 이유로 콘텐츠 제작 예산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스트리밍 시대는 끝난 걸까. 적어도 슬롯사이트는 그렇게 믿는 듯하다. ATX 텔레비전 페스티벌에서 길로이는 “시즌2 제작 당시 슬롯사이트 쪽에서 ‘스트리밍은 끝났고, 더 이상 예산이 없다’고 했다”며 “예산 문제로 매우 힘겹게 싸워야 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인디와이어(IndieWire)를 통해 보도됐다.
길로이에 따르면 시즌1과 시즌2를 아우르는 24편의 에피소드는 대부분 1시간 분량으로 구성됐고, 총 제작비는 6억 5000만 달러에 달했다. 제작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버라이어티에 “세금 인센티브를 감안해도 회당 약 2000만 달러가 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워너브라더스의 ‘하우스 오브 더 드래곤’이나 애플TV+의 ‘세버런스(Severance)’와 비슷한 수준이다.
루카스필름은 8년 전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가 팬덤을 양분시킨 이후, 조지 루카스가 창조한 세계관을 회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극장판 스타워즈 시리즈는 2019년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를 끝으로 한 편도 개봉하지 않았다. 그나마 ‘안도르’는 슬롯사이트플러스 내에서 가장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스타워즈 시리즈로, 로튼토마토에서도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슬롯사이트 스트리밍 사업의 전환점
2019년 말 슬롯사이트플러스를 론칭했을 당시, 당시 CEO 밥 아이거는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콘텐츠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안도르’와 같은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파생된 드라마 ‘위룰(Willow)’과 ‘아콜라이트(The Acolyte)’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자, 슬롯사이트의 콘텐츠 투자도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2023년 2월, 아이거는 “3억 달러 규모의 콘텐츠 비용을 삭감하겠다”고 발표하며, 슬롯사이트 스트리밍 사업의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 전환을 선언했다.
이후 슬롯사이트는 스트리밍 부문에서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콤캐스트가 보유한 잔여 지분을 인수하며 훌루(Hulu)까지 완전히 통합했다. 현재 슬롯사이트의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부문은 전체 수익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2024년 10월부터 2025년 3월까지의 상반기 실적에 따르면, 이 부문은 6억 2900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9100만 달러의 손실에서 흑자 전환했다. 이는 케이블 및 방송 부문 매출 감소를 상쇄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반면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며 스트리밍에 투자할 여력이 있는 곳은 자금력이 풍부한 테크 기업뿐이다. 애플은 연간 평균 10억 달러에 달하는 스트리밍 적자를 감수하며 OTT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 글 Christiaan Hetzner & 편집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