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닐스 스틴스트럽 탈레스 에볼루션 바카라 대표

여행은 짜릿하지만, 비행시간은 지루하다. 먼 나라를 갈수록 좁은 좌석에서만 보내는 시간은 괴롭다. 그나마 시트백 모니터나 스마트폰∙태블릿PC 등으로 지루함을 달랠 순 있다. 다만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무궁무진하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 1만m 넘는 상공에서 네트워크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객기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선도하는 탈레스 IFE가 최근 이런 아쉬움을 지운 솔루션을 내놨다. 에볼루션 바카라가 닐스 스틴스트럽 탈레스 IFE 대표를 만나 자세한 얘길 들어봤다.

김다린 기자quill@fortunekorea.co.kr

스틴스트럽 대표는 “플라이트엣지가 에볼루션 바카라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설명했다.[사진=탈레스 에볼루션 바카라]
스틴스트럽 대표는 “플라이트엣지가 에볼루션 바카라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설명했다.[사진=탈레스 에볼루션 바카라]

하늘길이 뻥 뚫렸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항공 산업에서 탑승한 예정 승객 수는 약 45억 명으로 추산됐다. 2020년엔 17억 명, 2021년엔 22억 명, 2022년엔 34억 명에 그쳤는데 지난해 들어 급증했다. 올해는 50억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에 사실상 막혔던 하늘길이 다시 넓어지면서 여객 수요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뛰어넘었다.

덕분에 세계 각국 주요 공항은 문전성시를 이루는 중이다. 그사이 고객이 항공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까다로워졌다. 자동차의 연식을 따지듯, 여객기 나이를 세기도 한다. 신형 여객기일수록 최첨단 기술이 집약돼 품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각 회사는 항공기를 새롭게 도입해 연식이 오래된 항공기를 차례대로 퇴역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회사로서도 신형기가 좋다. 기존 기체 대비 연료 효율이 높고 반면 탄소 배출량은 적기 때문이다.

신형 여객기엔 또다른 특장점이 있다. 바로 풍부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갖췄다는 점이다. 엔터테인먼트는 기내식과 함께 항공사 서비스의 질을 평가하는 척도 중 하나 꼽힌다. 이 기술과 시장을 따로 통칭해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볼루션 바카라, In-Flight Entertainment System)으로 부를 만큼 중요도가 높다. 무인화를 꾀하는 자동차가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듯, 항공기 안에서 어떤 콘텐츠를 누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됐다.

업계는 ‘긴 비행시간을 때울 오락거리’를 기술로 혁신했다. 멍하니 시트백 모니터를 바라보던 건 옛말이다. 이젠 영상 콘텐츠도 방대해졌고, 게임도 할 수 있다. 수십, 수백 편의 영화, 드라마, 수만 곡의 음악 등을 에볼루션 바카라 시스템을 통해 제공한다. USB 포트나 전기 코드를 배치해 개인 디바이스 활용을 장려하기도 한다.

구름 위 혁신이 쉽지 않은 이유

다만 안타까운 건 아무리 기술을 혁신해도 ‘항공기 즐길거리’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항공기는 고도 9000~1만 3000m 높이로 비행한다. 언제든 네트워크가 연결이 가능한 차 보조석과 달리, 제한적이다. 그래서 에볼루션 바카라 업계는 주문형비디오(AVOD) 기기에 몇 개월 단위로 영화 같은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 고객의 비행하는 즐거움을 높여왔다. 다만 이런 방식으론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 봐야 몇몇으로 제한된다.

탈레스 에볼루션 바카라(Thales InFlyt Experience)는 이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 중 하나다. 100개 이상의 항공사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매일 160만 명 이상의 여행객이 탈레스 에볼루션 바카라 시스템을 사용한다.

최근 이 회사가 이런 한계를 깨부순 색다른 기술을 선보였다. 바로 클라우드 네이티브 IFE 솔루션인 ‘플라이트엣지(FlytEDGE)’다. 기내에 데이터센터(ODC)를 갖춰 마치 지상에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누리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 OTT 스트리밍 서비스에 접속하거나 최신 뉴스를 보는 식이다. 에볼루션 바카라가 이 신통방통한 기술의 정체를 묻고자 닐스 스틴스트럽(Niels Steenstrup) 탈레스 IFE 대표를 만났다.

Q. 플라이트엣지가 뭔지 궁금합니다.
기존의 에볼루션 바카라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솔루션입니다. 항공기에 타면, 뭘 하고 싶나요? 아마 시트백 모니터에 볼만한 영화가 없는지 찾아볼 겁니다. 다만 그렇게 영화를 보여주는 간단한 과정도, 항공사 입장에선 상당히 번거로웠습니다. 정기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고 하드웨어를 유지관리해야 했는데, 이런 작업을 매달 하는 건 곤혹스러운 일이었죠. 하지만 플라이트엣지 솔루션을 장착한 항공기는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Q. 어째서죠.
플라이트엣지는 클라우드 업데이트와 원격 시스템 관리가 가능합니다. 유지 보수에 드는 시간과 업그레이드 비용을 줄이고 빠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엣지캐싱(Edge Cashing), 이른바 고객과 가까운 위치에서 데이터를 로컬로 처리할 수 있게 했습니다. 96TB의 스토리지를 갖춘 대용량 데이터센터를 기내에 두고, 승객과 콘텐츠를 물리적으로 직접 연결했죠.

플라이트엣지는 최초의 네이티브 클라우드 플랫폼이다.[사진=탈레스 에볼루션 바카라]
플라이트엣지는 최초의 네이티브 클라우드 플랫폼이다.[사진=탈레스 에볼루션 바카라]

Q.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가령 새로운 게임이나 스마트폰 앱이 출시됐고 이걸 에볼루션 바카라에 추가하고 싶을 때, 플라이트엣지를 활용하면 2주 안에 구축할 수 있습니다. 기존 에볼루션 바카라는 할 수 없거나, 상당히 오랜 시간을 들여야 했을 거에요. 앱을 제작할 때 AWS나 애저를 활용하듯, 플라이트엣지는 에볼루션 바카라를 위한 클라우드 플랫폼인 겁니다. 장점은 또 있습니다. 에볼루션 바카라 서비스의 개인화도 꾀할 수 있습니다.

Q. 개인화요.
OTT 개인 계정에 접속하면, 그간 봤던 콘텐츠가 누적되고 새 콘텐츠를 추천하잖아요. 플라이트엣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은 지상 라운지에서 기내, 그리고 여러 항공편에 걸쳐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기록할 수 있습니다. 비행 중에 스트리밍 제공자 계정에 로그인하면 시스템이 즉시 다음 에피소드를 재생하는 식이죠. 환승만 해도 전혀 다른 영화를 봐야 하는 기존 에볼루션 바카라와는 차별화한 특성을 갖췄죠. 다른 콘텐츠 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서비스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도 큰 강점입니다.

Q. 협업을 할 수 있습니까.
플라이트엣지는 오픈 소스 방식입니다. 다양한 앱을 설치할 수 있고, 또 그 앱을 만드는 회사와도 협업할 수 있죠. 더구나 우린 모든 기기, 즉 휴대전화나 태블릿 및 시트백 화면에 동일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제공합니다. 플라이트에지가 확산하면, 고객의 비행 경험도 확 달라질 겁니다.

Q. 업계 최초의 솔루션이라고 들었습니다. 무엇을 주안점에 두고 개발했는지 궁금합니다.
고객이 여행을 준비할 때의 상황을 가정해 볼까요. 먼저 비행기 티켓을 예약합니다. 어디로 갈지, 얼마인지, 몇시 비행기인지…. 요샌 이런 건 스마트폰 하나면 전부 해결할 수 있습니다. 도착해선 어디로 가고 뭘 먹을지를 찾는 것도 마찬가지죠. 흥미로운 건, 이런 경험은 전부 디지털로 이뤄집니다. 그런데 우리의 두근거리는 여정 중 안타깝게도 디지털이 차단되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게 언제입니까.

Q. 비행기가 고도를 높여 비행할 때죠.
맞습니다. 여객기가 높이 뜨면, 우리가 원하는 걸 들어주는 건 승무원뿐입니다. 지상에서 미리 저장해둔 영화를 보고요. 이건 아날로그입니다. 우리는 고객의 디지털 경험이 끊기지 않길 바랐습니다. 플라이트엣지를 통해 어느 정도 달성했죠.

Q.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부를만하네요. 개발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 탈레스 에볼루션 바카라는 위기였습니다. 하늘길이 막혔으니 당연한 일이었죠. 우린 별도의 팀을 구성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볼 만한 혁신을 이뤄내려고요. 흥미로운 건 팀의 구성원이었습니다. 탈레스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입니다. 에볼루션 바카라 뿐만 아니라 항공우주, 방위, 운송 및 보안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죠. 다른 사업부에서 직원을 스카우트했습니다. 항공 경험이 아예 없는 직원들로요.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결과, 업계 최초로 네이티브 클라우드 플랫폼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하늘에서도 땅에 있는 것처럼…

Q. 팬데믹 때면 상당히 절박했을 때였네요.
기존의 시스템과 완전히 다른 걸 만들어보자. 이건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자칫 우리의 정체성을 잃게 될 수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도 ‘다른 회사와의 경쟁에서 죽는 것보다 우리가 혁신하다 죽는 게 더 낫다’는 절박한 각오로 덤벼들었죠. 사실 에볼루션 바카라 산업엔 최근 매우 많은 파괴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지금도 우리가 할 수 없는 영역은 파트너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Q. 탈레스 에볼루션 바카라의 오랜 협력사로 대한항공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우린 대한항공과 15년 넘게 파트너십을 구축했고 그 협력 관계를 매우 소중히 여깁니다. 대한항공은 고객에게 집착하는 회사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잘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가 아닌 앞으로 뭘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듣고 싶어 하는데, 대한항공은 그런 방식의 소통이 잘 됩니다.

Q. 대한항공이 아시아나와 합병합니다.
우리에겐 아주 좋은 일입니다. 대한항공이 훨씬 더 많은 항공기를 주문하는 매우 큰 항공사가 될 것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대한항공은 스스로를 재창조하기 위한 새 비전을 갖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탈레스 에볼루션 바카라가 그 비전을 지원할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스틴스트럽 대표는 “우리의 사명 중 ‘E’는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경험’”이라고 강조했다.[사진=탈레스 에볼루션 바카라]
스틴스트럽 대표는 “우리의 사명 중 ‘E’는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경험’”이라고 강조했다.[사진=탈레스 에볼루션 바카라]

Q. 에볼루션 바카라 산업의 미래는 어떤가요.
매우 밝습니다. 승객이 늘어나고 있고, 항공기를 주문하는 항공사도 급증했죠. 전 세계 항공기 개수는 앞으로 20년 안에 두 배로 늘어날 겁니다. 산업적 관점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관점에서도 그렇습니다.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같은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 겁니다. 실제로 탈레스는 승객이 안경이나 헤드셋 없이 3D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하는 획기적인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Q. 태블릿PC나 스마트폰 같은 개인 디바이스가 에볼루션 바카라 산업의 부흥을 방해하진 않을까요.
‘개인기기 사용(BYOD)’ 트렌드는 이미 정착했습니다. 플라이트엣지에 개인기기를 페어링할 수 있게 한 건 그런 맥락에서죠. 다만 우리 회사의 4K HDR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시트백 모니터를 직접 경험한다면, 아마 웬만한 디바이스를 쓰는 것 보단 훨씬 더 좋은 비행 경험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Q. 다음엔 어떤 기술로 고객을 놀라게 할 건가요.
플라이트엣지가 ‘연결성’을 강조했듯, 더 많은 사람이 에볼루션 바카라를 누릴 수 있게끔 주력하고 있습니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가장 진보된 UI란 평가를 받은 ‘에볼루션 바카라 접근성 솔루션 스위트’를 개발한 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밖에도 에볼루션 바카라에 소외됐던 분들의 접근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다양한 프로토타입 기술을 연구 중입니다.

Q. 가까운 미래, 에볼루션 바카라 산업이 어떻게 진화할지 궁금합니다.
우리의 사명 탈레스 에볼루션 바카라 중 ‘E’는 ‘Entertainment’가 아닙니다. 경험(Experience)입니다. 단순히 고객을 즐겁게 할 뿐만 아니라, 비행 경험 전체를통틀어 업그레이드하는 게 목표입니다. 플라이트엣지가 더 확산하면 그럴 수 있겠죠. 좌석에 앉으면 “미스터 김, 탑승을 환영합니다”라고 표시될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제안할 겁니다. “지난 비행 땐, 진 토닉을 드셨는데, 오늘도 같은 걸로 한 잔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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