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진행 중인 바카라시 원삼면 일대. [사진=뉴시스]](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405/37838_27799_2840.jpg)
[WHY?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두고 주민들의 반대 집회가 계속되고 있지만 보이는 게 다는 아니다.]
HBM 수요 폭증에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HBM은 일반 D램 대비 다이(집적회로) 사이즈가 약 2배 크기 때문에, D램과 동일한 생산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캐파(생산 능력)도 2배 이상 요구된다.
SK하이닉스는 122조원을 들여 용인 클러스터에 반도체 팹(Fab) 4기를 건설하고 있다. 2025년 3월 공사에착수해 2027년 5월 준공할 예정이다. 총 126만 평 부지에 회사 팹 56만 평, 소부장 업체 협력화 단지 14만 평, 인프라 부지 12만 평 등이 조성된다. 첫 팹이 들어설 1단계 부지 조성 공사 진척률은 약 42%로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이 클러스터에는 약 9000억원을 들여'미니팹'도 건설할 예정이다.국내 소부장 업체들의 시제품을실제 양산 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테스트할 수 있다. 미니팹 프로젝트에는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클린룸(Clean room) 및기술 인력을 무상 제공하고 정부, 경기도, 용인시가 장비 투자와 운영을 지원하기로 했다. 소부장을 포함한 반도체공급망 기반을 확립하려는 모습이다.
지난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영식 SK하이닉스 제조기술 담당 부사장은"클러스터 부지 조성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 설명했다. 하지만곳곳에서 나오는 잡음이 우려를 낳는다.
◆ 기자간담회 날 용인시는…
지난 2일 (SK하이닉스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 중인)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지역 주민 200여 명이 용인 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이들은 현장에서 상여 태우기 및 삭발식 등을 진행하며 강하게 항의 의사를 밝혔다.
원삼면지역발전협의회(이하 원지회) 측은 "주민 동의나 협의 없이 용인시와 SK가 합의해 일방적으로 공사를 하고 있다"며 "막무가내로 진행하는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또"미온적 대처로 일관한다면 26만 처인구민과 함께 '반도체 반대 운동'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민들은 (반도체 클러스터와 함께 건립될 예정인) 폐기물매립장 설립을반대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하는 유독성 폐기물을 매립하는 과정에서 외부 폐기물이 원삼면으로 반입되거나,유해물질에 유출될 가능성이크다는 우려 때문이다.
원지회 측은정신적·육체적 공사피해 상황 조사, 환경오염대책 마련 및 실시, 공사와 관련 교통안전시설과 교통편의시설 설치, 폐기물 시설 및 독극물 화학업체 유치 즉각 철회, 주민 재산권 침해에 대한 손실 보상 등 10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 거센 항의의 이면에는?
2022년원지회와SK하이닉스, 용인일반산업단지는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관련해지역주민 지원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런데 올해 원지회 측에서 또다시 반대 의사가 나오게 됐다.
사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존 원지회 임원들 다수가 클러스터 단지 토지주들로, 토지 보상 과정에서 어느 정도 협의를 봤다.하지만 올해 1월부로 바뀐 임원들은 원삼면 중에서도 클러스터 단지와 멀리 떨어진 외곽 지역인들이다.
따라서 기존 임원들과 요구사항이 다르다. 기존 임원들은 토지 보상을 많이 받기 위해시위했다면, 현재 임원들은 원삼면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보상이나 지원방안을 요구하는 모습이다.
2일 집회 역시 알려진 내용 이면의 에피소드가 있다.집회 이틀 전인 4월 30일 오후 2시, 이상일 용인시장은원지회 회장 등 주민 대표 4인과 1시간가량 면담을 가졌다. 이날 이시장은 주민 대표 앞에서 SK 고위 관계자에게 직접 전화해 공사 관련 피해 사실을 알리는 등,적극적인 문제 해결 제스처를 취했다. 이에 주민 대표들은이시장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관계자는 "(이번 집회에 대해) 주민 대표들 측은 '이미 집회 준비를 다 해놓아서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식으로이야기하더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기존 임원들은 토지 보상액을 올려서 어느 정도 협상 타결이 됐다. 그런데 지금 임원들은 받은 것이 없으니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이라며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소음, 진동, 먼지 등 공사 피해와관련해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또 폐기물 매립장, 독극물·화학 업체 유치 등을 반대하고 있다. 사실상 SK하이닉스 측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들이라, 상호 간 의견 차이를좁히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용인 현지 관계자들은 클러스터 조성이 계획대로 완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사를 못하게 막는 등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내면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있으나, 현재로서는 그렇지 않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SK하이닉스 측에서 잘 다독여주면서 의견 차이를 좁혀나가야 한다. 일단 공사 때문에 주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건 사실이기 때문"이라며 "예컨대 (주민들이 문제 제기했던) 공사 소음 문제의 경우, 사업자 입장에서는 법적 허용 기준치에 맞게 공사를 진행해도, 현장에서 직접 마주하는 주민들은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바카라 이세연 기자 mvdirector@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