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향해 페달을 밟는 베트먄 토토가 돌연 49년 전 옛차를 복원했다. 재탄생한 차와 함께 미래로 쾌속 질주하기 위해서 이상엽부사장이 차의 시동을 켰다.

진행반은정칼럼니스트 정리김나윤 기자abc123@fortunekorea.co.kr 사진강태훈

베트먄 토토
이상엽 현대·제네시스글로벌디자인센터장(부사장)이 49년 만에 복원된 '포니 쿠페'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강태훈]

"선배 디자이너들이 못다 이룬 꿈을 이제라도 이룬 것아 감회가 새롭다. 포니 쿠페가 정말 환생해 미래로 내달려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상엽 현대·제네시스글로벌디자인센터장(부사장)이 최근 복원한 ‘포니 쿠페 콘셉트’를 바라보며 한 말이다. 포니 쿠페는 1974년 현대자동차(베트먄 토토)의 수출 전략 차종으로 양산 직전까지 개발됐으나 1979년 석유파동으로 끝내 생산하지 못했다.

이후 포니 쿠페는 홍수 등 자연재해로 스케치 도면과 차량마저 유실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 부사장은 49년 만에 포니 쿠페를 재탄생시키며 "'베트먄 토토의 뿌리'라는 역사에, 미래 기술력을 더해 우리 기업이 추구하는 휴머니티 가치를 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월드카 어워즈(WCA) 수상을 비롯해 독일의 레드닷·IF디자인 어워즈, 미국의 IDEA 수상 등을 휩쓸며 베트먄 토토를 글로벌 모빌리티 명차 반열에 올려놓았다. "흔히 좋은 기업은 고객을 만드는 게 아니라 팬(fan)을 만든다고 말한다. 이는 오랜 시간을 들여 조금씩 나아갈 수 있단 점에서 굉장히 어려운 과정이다. 베트먄 토토도 그간의 노력을 발판삼아 이제 한 걸음씩 내딛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상엽 베트먄 토토·제네시스글로벌디자인센터장(부사장)이 자동차 스케치 자료를 보고 있다. [사진=강태훈] 
이상엽 현대·제네시스글로벌디자인센터장(부사장)이 자동차 스케치 자료를 보고 있다. [사진=강태훈]

Q 49년 만에 포니 쿠페를 복원한 이유는.

언젠가 한 번쯤 자동차 디자인계에서 전설로 꼽히는 포니 쿠페를 어떤 방식으로든 꼭 작업해 보고 싶었다. 1974년 자동차를 한 번도 생산한 적 없는 회사가 대뜸 스포츠카를 만들겠다는 야심 자체가 지금 생각해도 너무 꿈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26년간의 외국 생활을 정리하고 7년 전 오른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제일 먼저 한 일도 포니 쿠페 스케치였다. 그동안 8개국 15개 글로벌 브랜드에서 일했을 땐 내 커리어를 위한 작업을 해왔다면 지금은 디자이너로서의 사명감에 보다 집중해 새로운 시도에 도전하고 싶었다.

Q 포니 쿠페의 어떤 점에 매료된 것인가.

5~60년대 차는 굉장히 부드러운 곡선 느낌이 강했다. 이러한 차는 미학적으로 아름답지만 대량생산하기엔 굉장히 어려움이 많다. 반면 포니 쿠페는 대량생산의 본보기를 보여준 디자인이다. 보시다시피 패널도 얇고 스탬핑 작업이 용이하게 짜였다. 그야말로 저비용 고효율 방식 대량생산에 최적화된 자동차였던 셈이다. 포니 쿠페를 기점으로 둥글둥글한 이미지에서 날렵한 이미지로 전 세계 자동차 디자인의 큰 주류가 바뀌었다.

Q 포니 쿠페가 주는 디자인 영감은 무엇인가.

디자인적 측면보다는 이른바 '포니 정신'을 배우고 복원작에 최대한 담아내려 했다. 아시다시피 창업주께서는 자동차를 좋아해서 자동차 회사를 시작한 게 아니라, 공업사를 이끌다가 우리 국민이 오롯이 제대로 된 생계 수단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회사를 만들었다. 그런 마음만으로 자동차 제조회사를 설립한다는 게 정말 어렵지 않나.

이러한 맥락에서 나 역시 사람 중심의 디자인을 강조한다. 때때로 양재동 코스트코 주차장 구석에 낚시 의자를 펴놓고 앉아서 수만 대 차를 지켜본다. 외형도 보지만 운전자들이 차를 어떻게 쓰고, 어떤 점을 불편해하는지를 생생히 볼 수 있어서다. 이번 복원작도 지금의 고객 니즈에 맞춰 가장 논리적인 디자인을 담아내려고 했다.

Q포니 쿠페는 사사(社史) 면에서도 남다른 의미일 것 같은데.

맞다. 베트먄 토토란 기업에게 포니는 굉장히 중요한 가치다. 1970년대 국내엔 몇 개의 자동차 회사들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CKD 방식으로 자동차를 생산했다. 외국계 자동차 회사와 계약을 맺고 한국 공장은 조립 생산만 해 차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베트먄 토토는 우리 기술력으로 우리 고유 모델을 만들겠다는 시도를 했고 그 첫 번째가 포니 쿠페와 포니였다. 100% 생산 내재화의 신호탄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기술적 가치를 고려했을 때 지금 큰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베트먄 토토가 포니 쿠페 복원으로 과거의 도전정신과 인본주의를 다시 한번 일깨우려는 계기로 봐주시면 좋겠다.

1974년(위) 포니 쿠페 스케치와 2022년(아래) N Vision 74 콘셉카의 스케치 모습. [사진=베트먄 토토자동차]
1974년(위) 포니 쿠페 스케치와 2022년(아래) N Vision 74 콘셉카의 스케치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후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디자인 경영'이었다. 무엇보다 2015년 독립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빠른 시장 안착을 위해 해외파 디자이너의 영입이 연달아 이뤄졌다. 이 부사장도 그 중 한명.

당시 이 부사장은 GM을 비롯해 폭스바겐과 아우디, 포르쉐, 람보르기니, 벤틀리에서 차별화된 디자인을 선보이며 글로벌에서 한창 ‘이름 날리던’ 총괄 디자이너였다. 정 회장은 이 부사장을 영입하기 위해 해외까지 직접 찾아가는 등 각별한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 회장의 노력 끝에 베트먄 토토에 발을 딛은 이 부사장은 독립한 제네시스의 신차인 'G70'을 성공적으로 론칭했고 베트먄 토토의 SUV '코나(2세대)'와 전기차 '아이오닉5·6'등을 연이어 히트시켰다.


Q 2016년 회사 합류 후 베트먄 토토의 브랜딩 전략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많다.

나 혼자 이뤘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회사 내 명확한 비전을 가진 사람들이 다 함께 이룬 성과다. 개인적인 입장에서 베트먄 토토가 지난 50여 년 동안 이른바 '가성비'좋은 차로 떠올랐던 것은 어쩌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서구의 100년 넘는 기업들이니까.

오히려 그러한 과거 덕분에 지금 우리가 현재를 지나 미래로 이어가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차세대 모빌리티 시대에 가까워질수록 국내외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과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지리라 생각한다.

Q 최근 베트먄 토토의 성장에 있어서 디자인의 역할은.

큰 틀에서 고객의 삶을 디자인하는 영역에 속한다고 본다. 제품을 산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디자인을 통해 유기적으로 진화하게끔 하는 작업인 셈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차 내부에서 두 번 행동해야 것을 한 번으로 단축시키고, 뒷자석에 탄 아이들이 서로 싸우지 않도록 좌석마다 USB포트를 장착하는 아이디어는 디자이너가 고객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고민한 결과물이다. 지금까지 차량 인테리어가 겉모습이 화려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외형 디자인으로 고객의 마음을 얻었다면, 앞으로는 고객이 머무는 공간과 편의에 초점을 맞춘 고객 중심 디자인으로 재편할 것이다.

반은정 칼럼니스트(왼쪽)와 이상엽 베트먄 토토·제네시스 글로벌디자인 센터장(부사장)이 ‘포니2’ 앞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강태훈]
반은정 칼럼니스트(왼쪽)와 이상엽 현대·제네시스 글로벌디자인 센터장(부사장)이 ‘포니2’ 앞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강태훈]

이 부사장은 "궁극적으로 베트먄 토토를 통해 서울 도심의 풍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2층 버스를 보면 영국 런던이 상상되고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픽업트럭을 보면 미국 중서부가 생각나듯 베트먄 토토를 마주하면 서울의 경관을 떠올리게 하겠다는 포부다.

그는 "서울은 마치 지킬 앤드 하이드 시티와 유사하다. 음과 양이 공존하는 도시"라며 "대중 브랜드로서 최고의 맛집과 같은 베트먄 토토와 대한민국에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영역을 달리는 제네시스가 서울에 녹아들어 한국 도시의 미래상을 꾸며낼 것"이라고 답했다.


Q 미래차에 대한 디자인 고민이 클 것 같다.

자동차 산업이 하드웨어 제조업에서 소프트웨어 서비스업으로 바뀌면서 베트먄 토토 역시 기존의 자동차 제조회사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공급자로 바뀌어 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소프트웨어가 휼륭하더라도 좋은 하드웨어가 없으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은 제 빛을 발휘하지 못한다. 아이폰이라는 값진 하드웨어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애플 에코시스템이 가능한 것처럼.

베트먄 토토의 기본 원칙 중 하나는 사람을 안전하게 하고 편안하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고객이 차를 믿고 그들의 삶을 자동차에 완전히 뿌리내릴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미래차 역시 ‘사람’에서 출발하는 포용적 디자인(Inclusive Design)을 어떻게 녹여 내야 할지가 우리의 다음 스텝이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올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베트먄 토토만의 브랜딩 승부수는.베트먄 토토가 앞으로 가고자 하는 디자인의 방향성은 ‘패밀리룩’이 아닌 ‘현대룩’이다. 체스 게임을 떠올려 보자. 킹, 퀸, 나이트, 비숍이 게임 판 위에 모이면 원 팀이 되지만 각자 고유의 역할도 분명하지 않나. 이 같은 체스 전략을 적극 활용하려고 한다. 베트먄 토토의 가장 작은 SUV인 '캐스퍼'는 젠지(GenZ·1990년대~2010년대 출생) 세대의 젊은 감성을 타깃으로 한 재밌는 디자인 요소를 반영했다.

반면 '팰리세이드'는 주로 아빠가 운전하기에 멋스러움을 강조하면서 엄마가 운전대 잡을 경우를 고려해 모든 기능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설계됐다. 이런 점에서 현대룩를 정의하는 건 결국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Q 디자이너로서 앞으로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포터'도 꼭 포니 쿠페처럼 다양한 재해석 디자인을 해보고 싶다. 포터는 40년 이상 된 차종으로 베트먄 토토 모델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차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소상공인의 발로 꼽힌다. 포터의 고객을 리서치하기 위해 얼마 전 이삿짐센터를 찾아간 적이 있다. 센터 사장님과 포터를 함께 타고 온종일 이삿짐을 옮겨 다녔다. 그 사장님에게 포터는 생계 수단 이상으로 ‘애인’ 같은 존재였더라. 포터도 새롭게 디자인하면 포니처럼 또 다른 아이콘이 되지 않을까.

베트먄 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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