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유예 사직 프로그램(DRP) 시행으로 하루에만 10만 명의 연방 공무원이 집단 사직했다.
![[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0/50113_43683_2433.jpg)
미국 노동시장이 AI 관련 감원과 기회 축소로 흔들리는 가운데, 연방 정부에서는 수만 명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퇴직 길을 택하고 있다. 미국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집단 사직 사태를 맞는다. 10만 명에 달하는 연방 공무원들이 공식적으로 직장을 떠나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한 ‘유예 사직 프로그램(DRP, Deferred Resignation Program)’의 결과다. 지난 몇 달간 상당수 직원들이 이 제도를 택했고, 오늘을 기준으로 행정휴가를 마치고 연방 정부와의 고용 관계를 종료한다.
미 인사관리처(OPM)에 따르면 지금까지 총 15만 4000명의 연방 공무원이 DRP에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대다수는 오늘 퇴직하고 나머지는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떠날 예정이다.
정부 측은 이번 대규모 감축으로 장기 지출을 줄여 연간 약 280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OPM 대변인 맥로린 피노버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프로그램은 합법적일 뿐 아니라 15만 명이 넘는 공무원들에게 품위 있고 관대한 퇴직 기회를 제공했다”며 “그 어떤 행정부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 미국 납세자들에게 이 정도 규모의 재정적 구제를 제공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7월 상원 분석에 따르면 DRP는 최대 20만 명에게 최대 8개월간 임금과 복리후생을 보장하는 대신 약 148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같은 대규모 사직은 마침 의회가 정부 자금 추가 승인을 처리하지 못하면 셧다운에 돌입하게 되는 시점과 맞물린다. 합의에 실패할 경우 백악관은 이미 머스크의 DOGE(정부효율성부) 주도 감원으로 흔들린 연방 기관에 더 큰 감축을 요구할 예정이다.
올해 들어 연방 공무원은 약 30만 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단일 연도 기준 최대 폭 감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직후부터 정부 비효율 축소를 명분으로 인력 감축을 밀어붙였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수장으로 임명된 DOGE는 원래 2조 달러 규모의 낭비와 부패를 없애겠다고 했지만, 이후 목표치를 1500억 달러로 낮췄다.
올 2월에는 200만 명의 연방 공무원에게 OPM 명의의 이메일이 발송됐다. 제목은 ‘갈림길(fork in the road)’로, DRP 프로그램과 연결된 용어다. 이는 머스크가 트위터(현 X)를 인수했을 때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 제목과 동일하다. 메일은 직원들에게 9월 말까지 급여를 보장받는 조건으로 사직을 선택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USAID는 이미 대규모 해고로 사실상 전 직원이 퇴출됐으며, 이후 DEI(다양성·형평·포용) 관련 부서와 재무부도 타깃이 됐다. 민간 싱크탱크 ‘퍼트너십 포 퍼블릭 서비스’는 DOGE 운영으로 인해 해고·재채용·휴직 보상 등 과정에서 납세자 부담이 약 135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들어 불과 5개월 만에 5만 9000명이 줄었고, 연말까지 총 30만 명이 이탈할 전망이다. 이는 해고자, 수습직원, DRP 참여자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이번 집단 사직은 민간의 ‘직장 매달리기(job-hugging)’ 현상과는 대조적이다. 오히려 많은 공무원들이 자진 퇴직을 택한 이유는 극도로 악화된 근무 환경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DOGE의 급격한 감원 이후, 연방 기관 내부는 “공포”와 “광기”에 휩싸였다고 직원들은 전한다. 미국 평등고용위원회(EEOC) 직원 한 명은 영국 가디언에 “이메일은 명백히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겁주려는 목적이 있었으며, 위협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직원들은 해고 불안을 연장하기보다는 사직을 택하고, 사직금을 받으며 민간 일자리로 옮기는 편을 선택했다.
교통부에서 근무하다 수습직으로 전환된 한 직원은 “우리는 모두 집단 해고될까 두렵다”며 “마치 눈을 감은 채 꽃밭에 산성 용액을 마구 뿌리는 것 같다. 무작위로 죽은 구역이 생기고, 어디가 남을지 아무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 글 Emma Burleigh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