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를 이끌어온 ‘최강 소비자’가 마침내 강력한 라이벌을 만났다. 외딴 지역에 우뚝 솟은 거대한 직육면체 건물, 내부에 사람은 거의 없지만 수천 대의 서버와 저장장치, 네트워크 장비가 가득한 데이터센터다.

미국의 서비스 경제는 소비가 핵심이다. 미국 GDP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은 국가 경제를 움직이는 동력으로 통했다. 도넛 체인 던킨(Dunkin’)의 슬로건을 빌리자면, ‘미국은 소비로 달린다’는 말이 어울린다.

그러나 이 거대한 소비마저도 계절이 있다. 2025년 여름, 그 열기가 주춤하고 있다. 고용 증가세가 이전보다 둔화되고, 인공지능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등 복합적인 원인이 얽혀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전역에 우후죽순 들어서는 대형 데이터센터가 소비 못지않은 ‘자본 자석’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5년 들어 빅테크 기업이 데이터센터에 쏟아붓는 돈이 소비지출보다 미국 GDP 성장에 더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오랫동안 ‘미국 경제의 엔진’이라 불렸던 소비를 추월한 것이다. 데이터센터 투자를 AI 관련 자본지출, 즉 정보처리 장비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로 간주한다면, 지금 자본의 흐름은 명확하다. 막대한 자금이 한 방향으로 집중되고 있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불확실하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등은 AI 연산 수요 급증에 대응해 데이터센터를 대규모로 건설·업그레이드하는 데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이들 4개 회사만 해도 2025년 한 해에만 총 3640억 달러(약 500조 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자본 지출을 예고하고 있다.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Seven)’으로 불리는 주요 테크 대기업 전체를 놓고 보면, 최근 3개월 동안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투입된 자금만도 1000억 달러를 넘는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의 크리스토퍼 밈스가 추산한 수치다.

이처럼 막대한 투자는 미국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Renaissance Macro Research)의 애널리스트 분석에 따르면 2025년 현재까지 AI 데이터센터 투자로 인한 GDP 성장 기여도가 미국 전체 소비지출이 끼친 효과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 글 Nick Lichtenberg&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