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직을 하는 슬롯사이트 업인들이 늘어나고 있다.[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8/49305_42739_5319.jpg)
일부 직장인들이 회사에 알리지 않은 채 풀타임 일자리를 두세 개씩 병행하며 급여를 수배로 불리는 현상이 퍼지고 있다. 이들은 야근도 하지 않는다. 포춘이 만난 ‘오버임플로이(overemployed·다중고용자)’들은 최대 5개의 직장을 동시에 소화하면서 연간 72만 5000달러 이상, 많게는 1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 이 모든 일은 일주일 40시간 안에 이뤄진다.
당신의 동료가 회의 때 카메라를 켜지 않거나 팀즈(Teams)에 ‘자리 비움’ 상태로 자주 떠 있다면, 그는 어쩌면 두 개 이상의 급여를 동시에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평일 근무 시간 안에서 말이다.
이같은 사례는 최근 한 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여러 곳에 동시에 고용돼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급속히 퍼졌다. 이후 다른 기업도 혹시 자신들이 같은 방식으로 속은 건 아닌지 점검에 나섰다.
하지만 두 개 이상, 많게는 다섯 개의 풀타임 직장을 동시에 유지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더 많을지도 모른다. 원격근무가 일반화하면서, 고용주들은 직원들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포춘과 익명으로 인터뷰한 한 오버임플로이는 이렇게 말했다. “기업에서 일해 보면 알겠지만, 실제 일보다는 겉치레가 많은 경우가 많다.” 그는 현재 3개의 풀타임 직장을 병행하고 있으며, 연간 수입은 약 72만 5000달러에 달한다.
한때 그는 무려 다섯 개의 직무를 동시에 수행한 적도 있다. 그가 말하길, 이는 AI 툴의 생산성 향상 덕분이었다. 이메일 작성, 회의록 정리, 각종 문서 작업 등을 AI 도구가 대신해주면서, 정상적인 근무 시간 내에 여러 업무를 병행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언제부턴가 이게 게임처럼 느껴졌어요. ‘내가 동시에 몇 개의 일을 하면서도 멀쩡할 수 있을까’ 하는 실험처럼요.”
그가 이렇게 도전했던 이유는 명확했다. 수입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에는 충성심이 없다”며 “이윤을 극대화할 뿐”이라고 말했다.
포춘은 또 다른 오버임플로이와도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헬스케어 기술 업계에서 두 개의 직장을 병행 중이다. 두 곳 모두 풀타임이지만 주당 40시간 안에 모든 업무를 끝낸다. 그가 받는 연봉은 합산 약 25만 달러. 하지만 그는 자신이 누군가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업은 제 시간보다 전문성과 경험에 돈을 지불하는 겁니다.”
이런 병행 근무가 이력서에서 문제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두 직장 중 더 나은 곳만 이력서에 기재하면 된다”며 “지금까진 문제가 없었다”고 답했다. 그가 일하는 분야는 실력 있는 인재를 찾는 데 혈안인 헬스테크 업계다. 구직 활동을 따로 하지 않아도 헤드헌팅 제안이 먼저 온다는 설명이다.
“제가 일자리를 찾는 게 아니라, 일자리가 절 찾아옵니다. 언제 마지막으로 직접 지원서를 넣었는지 기억도 안 나요. 2017년 이후로만 해도 네 번 이직했죠.” 인재 유치에 혈안이 된 기업들이 이 같은 오버임플로이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겸직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모든 전문가가 이를 권장하는 것은 아니다. 헤드헌터 회사 벤틀리루이스(Bentley Lewis)의 CEO 루이스 말레(Lewis Maleh)는 “한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일하고 정당한 급여를 받고 있다면, 다른 정규직을 겸직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며, 적발될 경우 경력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시간제 파트타임은 다른 얘기라고 덧붙였다.
포춘이 인터뷰한 오버임플로이들은 모두 원격근무자였지만, 일부 레딧(Reddit) 사용자들은 “출근 근무 중에도 다른 일자리를 병행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다중 직장 근무는 재택근무가 가능하게 만든 결과다.
JP모건체이스 같은 대기업들이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원격근무는 일상적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전체 노동자의 33%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으며, 이는 2023년의 35%에서 약간만 줄어든 수치다.
펜실베이니아대 사회학 교수 제리 제이콥스(Jerry Jacobs)는 “재택근무는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다”며 “이제는 이 방식이 일의 하나의 형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격근무가 길어질수록, 관리자는 이 방식에 익숙해지고 더 잘 다루게 될 것”이라면서도, 다중 직장은 지속적인 트렌드는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첫 번째 직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두 번째 직장까지 병행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애빙턴 캠퍼스의 경제학·노동관계 교수인 로니 골든(Lonnie Golden) 역시 “겸직은 잠재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지만, 앞으로 생산성, 윤리성, 규제 등이 이를 따라잡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 글 Preston Fore & 편집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