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들이 온라인 슬롯 면접을 꺼리고 있다.[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8/49303_42738_1430.jpg)
일자리를 얻기 위해 말쑥하게 차려입고 화상통화 면접에 접속했을 때, 반겨주는 사람이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실제로 요즘 구직자들은 줌(Zoom)에 들어갔다가 사람 대신 온라인 슬롯 면접관을 만나는 일이 늘고 있다. 포춘이 만난 구직자들은 이런 경험에 당황하거나 흥미를 느끼기도 하고좌절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세 달째 구직 중인 베테랑 작가이자 편집자인 데브라 보차트(Debra Borchardt)는 포춘에 이렇게 말했다. “지금 구직은 정말 자존감을 갉아먹고 영혼을 소모하는 일이에요. 그런데 여기에 온라인 슬롯 면접이라는 굴욕까지 더하라니, 도저히 못 견디겠더라고요. 처음엔 괜찮았지만, 인터뷰 프로세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뭔가 이상해졌어요.”
온라인 슬롯 면접관은 인공지능이 인재 채용 과정을 바꾸고 있는 여러 방식 중 가장 최근 등장한 형태다. HR 인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한 명의 채용 담당자가 수천 명의 지원서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온라인 슬롯를 활용해 상위 후보를 가려내고, 면접을 예약하며, 후속 절차에 대한 안내도 자동화하고 있다. 이런 온라인 슬롯는 중간 관리자에게는 반가운 기술이지만, 구직자 입장에서는 또 다른 장벽일 뿐이다.
일부 구직자는 온라인 슬롯 면접 경험이 너무 나빠서 아예 ‘온라인 슬롯 면접 거부’를 선언하기도 했다. 사람을 면접에 투입하지 않는 회사는 “기업 문화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HR 전문가들은 반대로 주장한다. 온라인 슬롯 면접이 1차 면접에서 시간을 절약해주기 때문에 인사담당자가 이후 단계에서 구직자와 더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처럼 구직자와 HR 부서 간에는 기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뚜렷하게 갈린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온라인 슬롯 면접은 계속 확산할 거라는 거다. 온라인 슬롯 면접 시스템을 제공하는 브레인트러스트(Br온라인 슬롯ntrust)의 CEO 애덤 잭슨(Adam Jackson)은 포춘에 이렇게 말했다. “현실이 그렇습니다. 당신이 구직 중이라면, 언젠가 이 과정을 겪게 될 겁니다. 만약 구직자들이 전반적으로 이걸 거부했다면, 우리 고객사들이 이 도구를 쓰지 않겠죠. 성과가 없다면 쓰지 않을 텐데, 우리는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보고 있습니다.”
SNS에서는 온라인 슬롯 면접에 대한 구직자들의 경험담이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 슬롯가 질문을 반복하거나 헛소리를 하고, 대화가 어색하고 기계적이라는 이야기부터, 오히려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보다 덜 긴장된다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온라인 슬롯 면접에 대한 채용 담당자들의 애정과 달리 구직자들은 아직 이 기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아마존과 일렉트로닉 아츠(EA) 등에서 근무했던 56세 기술 작가 앨런 라우시(Allen Rausch)는 최근 직장을 잃고 두 달째 구직 중이다. 그는 “이제 면접도 온라인 슬롯가 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것도 무려 세 번이나. 면접은 각각 약 25분간 진행됐고, 여성 음성을 가진 만화 캐릭터 같은 온라인 슬롯가 등장해 경력, 이력서, 지원 포지션에 대해 물었다. 그러나 회사 정보나 기업 문화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못했다.
라우시는 이렇게 말했다. “온라인 슬롯 면접은 정말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건 단지 기본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이고, 나중에 꼭 사람과 인터뷰를 하게 될 거예요’라는 보장이 있어야 온라인 슬롯 면접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데브라 보차트는 첫 온라인 슬롯 면접도 끝까지 버티지 못했다. 64세인 그녀는 온라인 슬롯 면접관이 경력을 나열해달라고 반복해서 요구했을 때 짜증이 났고, 이를 ‘게으르고 비인간적인 접근’이라고 느꼈다. 그녀는 면접 시작 10분 만에 통화를 끊었다.
“세 번째 질문쯤에 이르러 ‘끝났다’ 싶었어요. 그냥 나가 버렸죠. 30분 동안 기계랑 이야기할 생각 없어요. 인사 담당자조차 직접 이야기할 시간도 없는 회사에서 누가 일하고 싶겠어요.”
영국 에너지기업 머피 그룹(Murphy Group)에서 일하는 알렉스 콥(Alex Cobb)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몇 달 전 새 직장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온라인 슬롯 면접관을 만난 것이다. 그는 “지원자 수가 많다는 건 알지만, 온라인 슬롯 면접은 사람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이 경험이 너무 실망스러워 그는 앞으로 온라인 슬롯 면접이 예정된 채용은 아예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콥은 포춘에 이렇게 말했다. “채용 과정이나 기업 리뷰를 통해 온라인 슬롯 면접이 예정돼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애초에 지원을 포기합니다. 비용 절감 외엔 아무 의미가 없어 보여요. 회사가 나의 성장과 개발을 중시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사람을 기계로 뽑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기업이, 앞으로 다른 일자리도 줄이지 않을까요?”
많은 구직자들이 온라인 슬롯 면접을 꺼리는 반면, HR 부서는 적극적으로 도입 중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취업 플랫폼 인디드(Indeed)의 프리야 라토드(Priya Rathod) 에디터는 포춘에 이렇게 말했다. “온라인 슬롯 면접은 대량 채용에서 초기 스크리닝을 간소화해줘요. 고객센터, 리테일, 초급 기술직 같은 분야에서 특히 많이 사용되고 있죠. 고용주들은 효율성을 높이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수단으로 온라인 슬롯를 쓰고 있어요.”
물론 모든 온라인 슬롯 면접관이 똑같지는 않다. 포춘과 이야기한 구직자들은 ‘기괴한 여성 아바타’에 ‘단조로운 기계 음성’으로 면접을 본 경험을 이야기했다. 반면 브레인트러스트의 온라인 슬롯는 얼굴 없는 봇에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제공한다. 잭슨 CEO는 “온라인 슬롯 면접을 경험한 지원자들의 만족도가 높고, 고객사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온라인 슬롯는 기술 능력 평가에는 탁월하지만, 기업 문화 적합도 평가에는 아직 무리”라며 한계를 인정했다. “온라인 슬롯는 100명을 면접하고 상위 10명을 뽑아 인사 담당자에게 넘겨주는 데 뛰어나요. 하지만 문화적 적합성을 평가하는 건 인간의 몫이죠.”
/ 글 Emma Burleigh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