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뉴시스]](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409/42767_34413_3319.jpg)
일론 머스크는 ‘4680 슬롯사이트’가 “게임 체인저”라고 믿어 왔다. 4680 슬롯사이트란 지름 46㎜, 길이 80㎜인 원통형 슬롯사이트를 말한다. 2020년 테슬라 슬롯사이트 데이에서 개발 계획을 처음 밝힌 테슬라 측은 현재 제품보다 “생산 비용(kWh당 달러)이 56% 줄고, 주행거리는 54% 늘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급 전기차에 들어가는 슬롯사이트를 값싸게 만들 수 있단 것이다.
그의 공언이 이뤄진다면, 고가와 저가형 모델로 나뉘던 슬롯사이트 시장을 평정할 터였다.
4년이 지난 지금, 4680 슬롯사이트는 여전히 게임 체인저일까? 슬롯사이트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의 생각은 달랐다. 가격에서 LFP(리튬인산철) 각형 슬롯사이트와 경쟁하기 어렵다는 것. LFP 소재의 각형 슬롯사이트는 싼 가격과 안전성을 무기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4일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연례 슬롯사이트산업 행사 ‘KABC 2024’에서 이런 이유로 “(하반기부터 전기차 제조사에서 4680 슬롯사이트를) 도입하겠지만, 대세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4680 슬롯사이트의 효과는 머스크의 공언과 달랐다. 지난해 11월 테슬라는 전기 픽업트럭 모델 ‘사이버트럭’을 출시했다. 1회 주행거리는 340마일(약 547㎞), 가격은 9만9990달러였다(약 1억3119만원, 최상급 트림 ‘사이버비스트’ 기준). 테슬라에서 당초 약속한 사양은 주행거리 500마일(약 804㎞)에 가격은 7만 달러였다.
전기차 관련 소식을 다루는 블로거인 윌 로켓(Will Lockett)은 지난 23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사이버트럭의 실제 사양이 약속만 못한 것은) 테슬라가 목표 가격이나 사양으로 4680 슬롯사이트를 생산하지 못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초조한 테슬라
![[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409/42767_34415_3437.jpg)
테슬라는 양산한 물량 숫자를 강조한다. 공언한 만큼 생산하고 있단 취지다. 테슬라는 2023년 6월 1000만번째 셀을, 지난 6월에는 5000만번째 셀을 생산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9월엔 1억번째 셀을 생산했다고 발표했다. 1억개의 4680 슬롯사이트는 사이버트럭 8만대(대당 약 1250개) 분량이다. 투자자들의 근심거리였던 수율은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가 2020년 행사에서 밝혔듯, “어떤 바보라도 더 큰 폼 팩터는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앞서 지적한 가격과 사양이다.
현재 테슬라가 양산하는 4680 슬롯사이트엔 가격과 사양을 맞출 수 있는 핵심 기술이 하나 빠져 있다. 건식 전극 기술이다. 슬롯사이트 전극이란 전자를 저장하는 공간을 뜻한다. 전자가 양극에서 음극으로,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며 충전과 방전이 일어난다. 이런 공간을 만들려면 여러 물질을 한 데 붙여야 하는데, 이때 기존 방식인 습식이 아닌, 건식을 쓰면 생산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여러 물질을 ‘접착제’(액체 용매) 없이 압력으로 붙여야 하는 만큼 상용화가 쉽지 않다. 테슬라는 2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7월에 건식 기술만 사용해 생산한 4680 슬롯사이트 셀에 대해 검증 테스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현재 생산하고 있는 4680 슬롯사이트는 핵심 기술이 빠진 ‘반쪽 슬롯사이트’인 셈이다.
기술 상용화가 지지부진하자 머스크가 자체 생산에 “인내심을 잃고 있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왔다. 지난 7월 미국 IT매체 더인포메이션은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그가 올해 안에 4680 슬롯사이트의 성능과 비용 면에서 획기적인 개선이 없다면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테슬라의 핵심 파트너인 LG에너지솔루션은 ‘스탠바이’ 상태다. 충북 오창공장에서 4680 슬롯사이트 셀을 양산할 준비를 거의 마친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오창공장의 4680 신규 라인은 준비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3분기 말~4분기 초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창공장도 습식 공정을 바탕으로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8년 건식 공정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이 회사 김제영 최고기술책임자(CTO)는 7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건식 공정으로 슬롯사이트 제조 비용을 기존 대비 17~30%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건식 공정, LFP와 가장 잘 맞아”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 [사진=문상덕]](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409/42767_34414_3320.jpg)
그마저도 LG에너지솔루션은 LFP 배터리 생산에 건식 공정을 적용하는 방안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까지 회사를 이끌었던 권영수 전 부회장은 8월 슬롯사이트 인터뷰에서 “건식 공정이 LFP와 가장 궁합이 잘 맞는다”며 “건식 공정을 LFP 배터리에 적용해서 우리가 LFP에서 지배적 사업자가 되자는 게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건식 공정을 적용해 LFP 슬롯사이트 생산 단가를 낮추면 중국산 제품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이 권 전 부회장의 생각이다.
건식 공정을 쓰면 4680 슬롯사이트가 정말 게임 체인저가 될까? 이때도 김광주 대표의 말처럼 “대세로 가지는 않을 것 같다.” 삼성SDI는 전고체 슬롯사이트 상용화 시점을 2027년으로 잡고 있다. 전고체 슬롯사이트를 쓰면 삼원계(NCM) 슬롯사이트 이상의 에너지 밀도를 확보하면서도 안전성을 잡을 수 있다. 현재 ‘대세’인 LFP 슬롯사이트 역시 NCM의 80% 수준으로 에너지 밀도를 높였다. 미래에 4680 슬롯사이트의 자리가 크지 않을 거란 뜻이다.
김광주 대표는 이날 4680 슬롯사이트를 언급하지 않다시피 했다. 반면 한국 슬롯사이트 3사의 LFP 양산 시점을 “어떤 방법을 쓰든 (3사의 LFP 양산 시점을 2026년보다) 앞당겨야 한다”며 “굉장히 절박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 체인저는 다른 곳에 있다.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