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 송승완 교수팀이 연구한 열폭주 차단 슬롯사이트 기술 모식도 [사진=한국연구재단]](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4/47815_40885_3240.png)
전기차 화재 주 원인인 리튬이온배터리 열폭주를 차단할 수 있는 새 전해액 기술이 국내 공동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소화기 성분'을 배터리 안에 넣은 것처럼 스스로 불을 끄는 이 난연성 전해액은 안전성을 높이면서 기존 고성능 배터리 성능과 수명까지 개선했다.
21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충남대 송승완 교수팀 주도로 한국전기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함께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성 전해액기술을 개발했다.
고에너지 밀도를 위해 니켈 함량이 높은 양극재를 쓰는 최신 리튬이온배터리는 과충전, 외부 충격, 내부 결함 등으로 온도가 급상승하며 제어 불능 상태에 이르는 '열폭주' 위험이 있다. 이는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송승완 교수는 "2013년 첫 전기차 화재 뉴스를 접한 후 화재가 빈번해질 것이라 생각했다"며 "전해액 연구자로서 불이 나지 않는 전해액 개발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연구 계기를 밝혔다.
열폭주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배터리 내 '전해액'이다. 현재 배터리에 주로 쓰는 카보네이트 계열 유기용매 전해액은 인화점이 낮아 쉽게 불붙는다. 또 배터리 작동 중 음극 표면 보호막(SEI)이 고온에서 분해되면서 전해액과 격렬히 반응해 열폭주를 가속하기도 한다. 특히 EMC 등 선형 카보네이트 용매는 100°C 내외 낮은 끓는점으로 열 안정성이 더 취약하다.
이를 해결하려 전해액 자체를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성 소재로 바꾸려는 연구가 활발했다. 하지만 기존 난연성 전해액 연구는 대부분 전극과 전해액의 '계면 안정성'을 확보 못 해 충·방전 효율이나 수명이 저하되는 문제로 실용화가 어려웠다. 배터리 내부에서 서로 다른 물질이 만나는 경계면(계면)이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없었다는 의미다.
송승완 교수 연구팀은 소화기에 쓰이는 불소(F)나 인(P) 화합물이 연소 반응 중 발생하는 반응성 높은 라디칼(H•, O• 등)을 포획해 연쇄 반응을 차단하는 원리에 착안했다. 라디칼이란 화학적으로 하나 이상의 홀전자를 가지는 원자 또는 분자를 뜻한다.연구팀은 기존 가연성 유기용매 수소(H)를 불소(F)로 치환한 '불소치환형 카보네이트계 유기용매'를 통해새 난연성 전해액(NFCE)을 설계했다. 불소 원자는 분자의 오비탈에너지 준위를 낮춰 쉽게 변질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만든다. 또 열분해 시 안정적 불소 라디칼을 방출해 가연성 라디칼을 제거해연소를 억제한다.
연구팀이 최적화한 전해액조성은 특정 불소계 용매(FEMC, DFDEC)와 기존 용매(PC), 두 종류 리튬염(LiPF6, LiFSI) 및 소량 첨가제(VC, FEC)를 조합한 것이다.새 전해액은배터리 성능 핵심인 계면 안정성까지향상했다. 연구팀은 새로운 전해액적용 시 음극 SEI 층과 양극 CEI 층이 기존 전해액 환경보다 균일하고, 견고하며 열적으로 안정적이라는 것을확인했다. 불소치환형 용매와 LiFSI 염 등이 분해되며 리튬플루오라이드(LiF) 같은 안정한 무기물 성분이 보호막 형성을 유도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실제 800mAh 수준 상용 파우치 배터리셀에 개발한 전해액을적용한결과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열폭주 테스트(ARC)를 진행하자기존 전해액 셀은 101도에서 자가 발열 시작, 179도에서 열폭주 패턴을 보였고 최고 온도 230°C 도달 후 11초 만에 종료됐다. 반면 새 전해액을 적용한셀은 자가 발열 시작 온도가 106도로 더 높았고, 230도이상에서도 급격한 온도 상승이나 최고 온도 도달현상이 나타나지않아 열폭주 자체가 발생하지 않음을 확인했다. 최대 온도 상승률도 기준 전해액 셀의 3.9% 수준이었다.
새 전해액은 성능 면에서도 준수한모습을 보였다. 45도에서 충방전 진행 시 600회 이상 사이클 후 초기 용량 81%를 유지했다. 기준 전해액 셀은 약 210회 사이클 만에 내부 단락으로 수명이 종료된 것과 대조된다. 새 전해액을 적용한 배터리 셀은 내부 저항(DC-IR) 증가율과 가스 발생 부피 팽창 정도도 기준 전해액 셀보다 낮았다. 이는 전해액이 배터리 내부 계면을 안정화해 성능과 수명을 향상한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송승완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에 대해 "전기차에 탑재되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의 전해액을 난연성/불연성 전해액으로 전격교체해 열폭주를 억제·방지하는 안전성 혁신 기술"이라며"국내/국제 원천특허를 기반으로 리튬이온배터리가 필요한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육지훈 기자 editor@popsc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