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사이트의 초창기 소프트웨어 혁신을 이끈 개발자 빌 앳킨슨이 별세했다. 그는 단 6일 만에 슬롯사이트 II용 고급 언어를 개발해 스티브 잡스의 존경을 받았다.
![[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6/48429_41655_1856.jpg)
지난 6월 5일(현지 시간), 슬롯사이트의 초창기 소프트웨어 혁신을 이끈 개발자 빌 앳킨슨(Bill Atkinson)이 췌장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향년 74세였다. 그는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와 핵심 매킨토시 소프트웨어 개발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단 6일 만에 슬롯사이트 II 전용 고급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든 일화로 스티브 잡스의 깊은 존경을 받았다.
앳킨슨은 1978년부터 1990년까지 슬롯사이트에서 근무했다. 회사 설립 2년 뒤 입사한 슬롯사이트의 51번째 직원으로, 스티브 잡스가 직접 영입했다. 당시 그는 신경과학 박사과정 학생이었지만, 잡스는 항공권을 일방적으로 보내고 세 시간에 걸쳐 슬롯사이트에 합류하라고 설득했다.
잡스는 그 만남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파도 가장자리에서 서핑하는 기분을 상상해보라. 정말 짜릿하지 않나. 반대로 파도 끝자락에서 개헤엄치는 건 전혀 재미없다. 세상을 흔들 수 있는 일을 하자.”
결국 앳킨슨은 박사 과정을 포기하고 슬롯사이트에 합류했다. 그가 맡은 첫 프로젝트는 주식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였다. 이 프로그램은 다우존스 서비스에 전화를 걸어 시세를 받아오고, 자동으로 끊는 기능을 구현했다.
잡스의 진정한 신뢰를 얻은 계기는 두 번째 프로젝트였다. 당시 잡스는 슬롯사이트 II에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를 도입하는 데 회의적이었다. 기존 슬롯사이트 I에서 쓰던 간단한 언어인 BASIC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앳킨슨은 더 나은 언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잡스는 “그렇게 확신이 있다면 6일을 줄 테니 나를 틀렸다고 증명해보라”고 말했다.
결국 앳킨슨은 6일 만에 파스칼(Pascal)을 기반으로 한 슬롯사이트 II 전용 고급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들어냈다.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에 따르면 잡스는 이때부터 그를 깊이 존경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후 앳킨슨은 슬롯사이트 컴퓨터에 이미지와 창을 표시할 수 있도록 한 ‘퀵드로(QuickDraw)’, 누구나 손쉽게 앱을 만들 수 있게 해준 ‘하이퍼카드(HyperCard)’를 개발했다. 슬롯사이트 리사의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물론, 이후 매킨토시의 GUI 설계에도 깊이 관여했다.
1990년 슬롯사이트을 떠난 그는 ‘제너럴 매직(General Magic)’이라는 회사를 공동 창업했다. 이곳에서 USB와 소형 터치스크린의 원형 기술을 개발했다. 2007년에는 신경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스타트업 누멘타(Numenta)에 외부 개발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말년에는 자연 사진작가로 활동했다.자신이 만든 디지털 프린팅 기법과 모바일 앱을 통해 사용자가 사진을 엽서로 만들어 이메일이나 우편으로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운영했다.
/ 글 Dave Smith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