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145% 중국 관세 부과로 서부 항구 적체가 심화되고 있다. 이르면 몇 주 내 빈 선반이 현실화되고, 여름철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슬롯사이트 정책이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사진=뉴시스]](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4/47915_41004_5328.jpg)
서부 해안 항구의 텅 빈 컨테이너 야적장 사진이 화제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미국 소비자의 체감 물가와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공급망 전문가와 경제 분석가들은 “잔인한 여름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145% 관세를 부과한 이후 무역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고, 중국발 제조 주문은 이미 감소한 상태다. 미국행 화물선 예약과 운항 건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이 충격이 실제로 소비자에게 닿기까지는 시차가 있다. 컨테이너선이 중국을 출발해 미국에 닿기까지 수주가 걸리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산 운용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에 따르면, 관세 충격이 단계별로 나타난다.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5월 초엔 미국 항구로 입항하는 컨테이너선이 감소하면서 2주 안에 첫 소비자 체감이 시작된다. 중순부턴 운송 물량이 줄어들어 트럭 운송 수요가 꺾이고, 전국 매장에 빈 선반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5월 말과 6월 초 무렵엔 매출 부진에 대응해 물류·유통 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며 이미 화물 운송업계의 감원이 시작된다.
6월 중순쯤 침체가 온다. 아폴로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뢰크는 “여름철 경기침체가 빠르게 뒤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품별로 영향을 받는 시점은 다르다. 의류·신발은 중국산 비중이 커서 가장 빠르게 품귀 현상을 겪을 것이다. 패스트패션 제품이 특히 구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어린이 장난감과 새 학기용 물품도 품절 사태가 우려된다.
아마존·홈디포·월마트 경영진은 지난주 백악관을 찾아 관세 철회를 호소했지만, 미국과 중국 양국은 지금까지 협상 진전에 대한 엇갈린 입장만 내놓고 있다. 미중비즈니스위원회(US-China Business Council) 회장 션 스타인은 NBC뉴스에 “몇 주 후면 정말 물건이 사라질 것이다. 부족 사태와 사재기가 시작된 뒤에야 대책을 마련한다면 이미 늦다”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가 “주요 소매업체들은 미리 물량을 확보했을 것”이라며 빈 선반 우려를 가볍게 여기는 모습도 보였다. 실제로 로스앤젤레스항과 롱비치항은 구정 연휴에도 2월 화물 처리량이 지난 3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수입업체들이 “예상 관세 적용 전에 미리 들여온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보유 재고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미국소매협회(NRF) 공급망·통관정책 부문 부사장 조나단 골드는 “소매업체들은 당분간 쌓아 둔 재고를 소진하며 버텨 보겠지만, 곧 다음 단계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켓 어소시에이츠 분석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수입 물량은 전년 대비 최소 20% 감소할 전망이다.
컨테이너선 운항 데이터를 분석하는 공급망 연구기관 씨-인텔리전스(Sea-Intelligence)는 “무역전쟁의 여파로 운항 중단(blank sailing)이 대폭 늘어났으며, 화주들이 선박 예약을 중단하거나 취소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CEO 알란 머피는 “화물 운송 수요가 줄어들자, 선사들이 운항 취소로 대응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글 Alicia Adamczyk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