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베이스 추격 나선 온라인 슬롯, 비범한 CEO의 IPO 청사진
가상화폐 거래소 온라인 슬롯이 5억 달러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하며 기업가치 150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이웃들은 내가 가택연금 중인 줄 안다.” 아르준 세티(Arjun Sethi)는 농담처럼 말했다. 그럴 만도 했다. 스탠퍼드대 인근 멘로파크의 단정한 주택 차고 앞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검은색 사이버트럭이 놓여 있고, 차고에는 각종 전자 기기로 가득 찬 테이블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드나든다. 벽에는 사진 한 장 없고, 집안에 성격을 부여하는 건 뒷마당을 지키는 저먼 셰퍼드뿐이다.
세티는 범죄자가 아니다. 그의 집은 개인 거처이자 동시에 가상화폐 거래소 온라인 슬롯(Kraken)의 주요 거점이다. 회색빛 머리카락을 가진 42세의 공동 CEO 세티는 평범한 티셔츠 차림을 즐기며 사생활과 일을 거의 구분하지 않는다. 이웃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는 않지만, 투자자들의 기대에는 답해야 한다.
2011년 설립된 온라인 슬롯은 코인베이스보다 덜 알려졌지만, 업계 트레이더와 베테랑들 사이에서는 꾸준히 신뢰를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온라인 슬롯은 인수합병과 신상품 출시를 통해 내년 예정된 IPO를 앞두고 주목도를 키워왔다. 이번 달 비공개로 마무리된 5억 달러 규모의 투자 라운드는 회사 가치를 150억 달러로 책정했다.
세티는 공식 직함은 공동 CEO지만, 사실상 온라인 슬롯의 핵심 의사결정을 이끌고 있다. 벤처캐피털 출신인 그는 IPO를 앞둔 대형 거래소를 이끄는 다소 이례적인 인물이지만, 늘 비정통적인 길을 걸어온 온라인 슬롯에는 잘 어울린다.
세티는 데이터 중심의 의사결정으로 유명한 VC 트라이브 캐피털(Tribe Capital)을 공동 창업했고, 그곳에서 온라인 슬롯 투자에도 관여했다. 그의 집요한 관심사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금융 시스템의 비효율을 개선하는 것이다.
스타트업 퇴사자가 주식옵션을 세금 부담 때문에 행사하지 못하는 문제를 예로 들며, 디파이(DeFi) 서비스가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스테이블코인에서 시작해 자산 토큰화, 그리고 주식 토큰화까지… 점점 가능성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올봄 온라인 슬롯은 전문 트레이딩 플랫폼 닌자트레이더(NinjaTrader)를 15억 달러에 인수하며 고객을 200만 명 추가 확보했다. 또 최근 출시한 ‘xStocks’는 애플·테슬라 같은 기업 주식을 가상화폐 형태로 래핑해 블록체인에서 거래할 수 있게 했다. 미국 도입은 내년으로 예정돼 있으며, 남아공 같은 신흥시장에서 높은 거래 수수료를 대체할 대안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이번 투자 라운드로 온라인 슬롯은 누적 5억 달러를 조달했는데, 이는 IPO 준비의 마지막 단계로 평가된다. 회사는 2분기에 매출 4억 1100만 달러, EBITDA 이후 수익 8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업계 내 안정성을 과시했다. 그러나 경영진 교체와 공동 CEO 체제에 대한 의문이 발목을 잡기도 한다.
창업자 제시 파월은 2022년 자리에서 물러났고, 그 뒤를 이은 데이브 리플리와 세티가 공동 CEO를 맡았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실질적으로 세티가 단독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평가가 많다. 일부 전직 임원은 그의 벤처캐피털식 경영 방식이 조직 사기 저하를 불렀다고 지적했지만, 다른 이들은 IPO 준비를 위한 불가피한 변화라고 본다.
온라인 슬롯은 2026년 상장을 목표로 하지만, 최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ircle) 등 경쟁사들이 성공적인 IPO를 마친 가운데, 시장 열기가 그때까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세티는 “우리는 프로 트레이더와 기관 중심 모델”이라며 장기적 경쟁력을 자신했다.
가상화폐 시장의 사이클 변동성은 여전히 위험 요소다. 그러나 온라인 슬롯은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의 융합이라는 장기 전략을 내세우며 차별화를 꾀한다. 세티가 구상하는 ‘TradFi와 크립토의 결합’이 실현된다면, 온라인 슬롯은 업계의 차세대 리더로 부상할 수 있다.
결국 온라인 슬롯의 향후 행보는 IPO 성패와 함께 세티의 리더십 실험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에 달려 있다.
/ 글 Jeff John Roberts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