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톱 대통령에 손 내밀고 맘다니 외면…슬롯 꽁 머니 선택과 파장

스콧 슬롯 꽁 머니가 뉴욕 진보 성향 시장 후보의 재정위기 가능성엔 “죽으라”는 냉소로 일축하는 한편, 아르헨티나에는 200억 달러 통화스와프를 주선했다.

2025-09-26Nick Lichtenberg & 김다린 기자
스콧 슬롯 꽁 머니 미국 재무장관.[워싱턴=AP/뉴시스]

억만장자 투자자이자 헤지펀드 창업자인 스콧 슬롯 꽁 머니 미국 재무장관이 두 개의 정치적 격랑 한가운데에 뛰어들었다. 하나는 뉴욕에서, 또 다른 하나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아르헨티나에서다.

그는 일론 머스크를 연상케 하는 논란의 중심 인물,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을 위해 2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라인을 설계했다. 동시에 뉴욕시는 그런 대우를 기대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슬롯 꽁 머니는 1970년대 뉴욕 데일리뉴스가 사용한 유명한 표제를 빗대며, 시장 유력주자로 떠오른 조란 맘다니가 만약 도시 재정을 위기로 몰아넣고 연방 정부의 지원을 기대한다면 “죽으라(drop dead)”고 일갈했다.

맘다니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외곽 지역 출신 밀레니얼 주 하원의원에서 지난 6월 민주당 경선에서 앤드루 쿠오모를 꺾고 시장 유력 후보로 부상한 인물이다. 민주사회주의자(DSA)와의 연계, 무상 보육·시영 마트·수십만 호의 공공주택·부유층 및 대기업 증세 같은 급진적 공약으로 재계는 크게 반발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은 맘다니를 두고 “사회주의자가 아니라 마르크스주의자에 가깝다”고 평가했지만, 맘다니는 다이먼과 친근한 통화를 나누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후보 커티스 슬리와를 “프라임타임급이 아니다”라며 폄하하는 한편, 맘다니 당선 가능성을 기정사실처럼 언급했다.

슬롯 꽁 머니는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맘다니의 공약이 실행되면 뉴욕은 결국 연방 정부에 구제금융을 요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1975년 뉴욕시 구제를 거부하며 했던 말 그대로, ‘죽으라’는 답변을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그는 해외 정부를 위해 200억 달러 규모의 금융안전망을 짜고 있었다.

슬롯 꽁 머니는 거의 동시에 아르헨티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을 위한 200억 달러 통화스와프 거래 설계에도 핵심적 역할을 했다. 자유지상주의 경제학자인 밀레이는 유세장에서 전기톱을 휘두르며 ‘구조조정’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했고, 사랑하던 마스티프견 코난을 복제해 얻은 네 마리 개에게 각기 경제학자의 이름을 붙이는 등 기행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수십 년간 이어진 초인플레이션과 경제 위기를 끝내기 위해 경제학적 ‘충격 요법’을 단행했고, 최근까지 물가 상승률을 200%대에서 33.6%까지 낮추며 부분적인 성과를 냈다. 다만 정치 스캔들과 지방 선거 패배 이후 급격한 페소화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소진해 달러 페그제를 방어하는 등 위기는 여전하다.

밀레이는 이번 스와프 계약을 ‘충격 요법’에 대한 국제적 신뢰로 포장했지만, 비평가들은 슬롯 꽁 머니와 글로벌 금융세력이 무모한 실험적 행정과 권위주의적 통치 성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슬롯 꽁 머니 엇갈린 행보는 금융 자본이 공공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이 민주적 정당성과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잘 드러냈다. 그의 과격한 발언은 진보 진영의 비판을 불러온 동시에, 진보 경제정책에 경계심을 가진 기업계와 보수 정치권의 환호를 동시에 이끌어냈다.

뉴욕은 곧 맘다니 체제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고, 아르헨티나는 밀레이식 ‘전기톱 경제학’을 실험 중이다. 이런 가운데 슬롯 꽁 머니가 남긴 직설적 경고와 막후 금융 거래는 민주적 이상과 시장 규율 사이의 불편한 균형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도시와 국가의 미래가 소수 거대 금융가의 판단에 더욱 의존하게 되는 셈이다.

/ 글 Nick Lichtenber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