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틸보다 부자였는데…유행 꺼지자 추락한 슬롯 무료 사이트

토끼 귀 인형 ‘슬롯 무료 사이트’ 열풍으로 세계적 부자가 됐던 팝마트 창업자 왕닝이 주가 급락과 유행 피로감 속에 몇 주 만에 60억 달러 자산을 잃었다.

2025-09-16Eva Roytburg & 김다린 기자
슬롯 무료 사이트 열풍이 빠르게 식고 있다.[사진=셔터스톡]

몇 주 전만 해도 토끼 귀 봉제인형 ‘슬롯 무료 사이트(Labubu) 열풍’ 덕분에 팝마트(Pop Mart) 창업자 왕닝(Wang Ning)의 자산은 270억 달러에 달했다.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 피터 틸(Peter Thiel)보다도 부유했다.

‘못생기고 귀여운(ugly-cute)’ 매력을 앞세운 이 인형은 데이비드 베컴부터 블랙핑크 리사까지 유명인이 들고 나오며 리셀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하지만 유행이 식자, 월가도 등을 돌렸다.

지난 8월 26일 주가가 정점을 찍은 이후 팝마트 주가는 약 20% 폭락, 시가총액 130억 달러가 증발하며 회사 가치의 4분의 1이 사라졌다. 베이징 본사의 홍콩 상장은 9월 9일에도 9% 급락하며 미국의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발표 이후 최악의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이 여파로 왕닝 개인 자산도 60억 달러 증발했다.

이 같은 급락은 JP모건의 투자의견 하향 조정과 맞물린다. JP모건은 지난 1년간 주가가 427% 폭등한 뒤 현재 밸류에이션은 “실수할 여지가 거의 없다”며 목표주가를 400홍콩달러에서 300홍콩달러로 낮췄다.

2024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슬롯 무료 사이트는 아시아 전역에서 열풍을 일으키며 팝마트를 항셍지수의 총아로 만들었다. 하지만 희소성에 기반한 유행은 영원할 수 없다. 슬롯 무료 사이트는 리셀·위조 시장이 활발하지만, 결국 과잉 노출과 함께 가치가 희석됐다.

코넬대 커뮤니케이션학 교수 브룩 더피는 “이건 유행의 전형적 사이클”이라며 “너무 많은 관심이 쏠리면 사회적 가치가 급격히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 ‘티클 미 엘모(Tickle Me Elmo)’ 인형 열풍과 비교했다.

매출 성장세는 아직 꺾이지 않았다. 2024년 매출이 두 배로 뛰었고, 2025년 상반기에도 200% 증가했다. 하지만 리셀가 하락 등 피로감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으며, 분석가들은 회사가 여전히 단일 제품에 지나치게 의존한다고 우려했다.

JP모건은 유니클로와의 협업 등 성과에도 불구하고 슬롯 무료 사이트 애니메이션 시리즈와 인터랙티브 토이 라인 같은 신규 프로젝트는 “아직 가치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핵심은 슬롯 무료 사이트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을 수 있느냐다. 더피 교수는 “새로움은 반드시 사라지게 돼 있다”면서 “문제는 그게 언제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팝마트는 연말까지 해외 매장 200곳과 자판기형 ‘로보숍’을 운영하고, 2027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60%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지금도 매출의 3분의 1 이상은 슬롯 무료 사이트에서 나온다. 더피는 “지금은 중요한 분기점”이라며 “SNS 시대에는 유행 사이클이 워낙 빨라 어제까지 어디서나 보이던 것이 오늘은 과잉 노출로 식어버린다”고 경고했다.

/ 글 Eva Roytbur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