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점도 사소하지 않게…” 슬롯사이트에 앉은 두 번째 눈

Korea Healthcare Innovation 40 | 코어라인 AVIEW 체험기

2025-09-16김다린 기자

슬롯사이트가 여러 방면에서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현장 곳곳에 슬롯사이트가 들어왔다. 슬롯사이트가 다 대신하는 게 아니냐는 냉정한 우려도 있지만, 실제로 마주한 슬롯사이트는 달랐다. 차갑지 않고 친절했다.

김다린기자 quill@fortunekorea.co.kr

GC녹십자아이메드 강남의원.[사진=GC녹십자아이메드]

“숨 들이마시고, 숨 참으세요” 전산화 단층촬영(CT) 기기 안에서 안내방송이 나왔다. 시키는 대로 폐가 꽉 차도록 숨을 들이마시고 그대로 멈췄다. 몇 초 뒤, 낮게 깔린 전기 모터 소리가 들렸다. 촬영이 끝났다.

지난 8월 26일, 슬롯사이트는 GC녹십자아이메드 강남의원을 찾았다. GC녹십자아이메드는 GC녹십자 그룹의 헬스케어 전문 계열사로, 첨단 의료 IT와 기능의학 기반의 맞춤형 검진 서비스를 운영한다.

의원 안내에 따라 검진복으로 갈아입고 CT 촬영실에 들어서는 과정은 평범했다. 눕고, 숨을 고르고,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촬영을 마쳤다. 여기까진 익숙했는데, 진단 과정에서 차이가 드러났다.

저선량 흉부 CT 촬영은 보통 폐암이나 폐결절 같은 폐 질환 여부를 확인한다. 이번 검진은 더 넓은 범위를 겨냥했다. 폐결절과 폐기종, 그리고 관상동맥 석회화, 이른바 ‘빅3(Big 3)’ 질환을 동시에 찾아내고 분석해낼 수 있었다.

이는 GC녹십자아이메드 검진센터가 도입한 특별한 AI 제품 ‘AVIEW 폐암 검진(LCS)∙관상동맥석회화(CAC)’덕분이었다. 의료 AI 기업 코어라인소프트(Coreline Soft)가 개발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슬롯사이트-BDMT글로벌이 선정한 2025년 ‘40대 유망 한국 헬스케어 기업’에도 이름을 올릴 만큼 혁신 역량을 인정받는 스타트업이다.

AVIEW LCS는 촬영 이미지를 슬롯사이트로 분석한다. 폐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미세 결절을 자동 검출하고, 이전 검사와 비교해 추적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3D 시각화 리포트와 Lung-RADS 기반 표준화 판정을 지원한다.

슬롯사이트는 그 신통한 기술을 체험하고자 판독실 문을 두드렸다. GC녹십자아이메드 영상의학과 고재국 센터장이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순간 긴장감이 밀려왔다. 검진을 이유로 CT 촬영을 받아본 건 처음이었고, 음주와 흡연 등 몸에 해로운 습관을 모두 갖춘 탓에 더 불안했다.

CT 촬영을 마친 뒤, 고재국 센터장과 기자가 슬롯사이트가 분석한 3D 리포트를 확인하는 모습.

모니터에 띄운 화면만으론 내용을 분간할 수 없던 기자가 물었다. “이게 슬롯사이트가 분석한 리포트인가요?” 고 센터장이 고개를 저었다. “슬롯사이트는 시간이 5분가량 걸립니다. 아마 연산하는데 필요한 시간이겠죠. 지금 보이는 건 단순 촬영 이미지인데, 일단 여기선 뭐가 잘 안 보이는데요…”

잠시 후, “아, 들어왔네요.” 모니터를 응시하던 고 센터장이 리포트 한 구석을 가리켰다. 작은 흰 점이 ‘결절 의심’으로 표시돼 있었다. “슬롯사이트가 잡아낸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상 림프절이에요.” 그는 화면을 확대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슬롯사이트가 가끔 과잉 검출을 하기도 합니다. 더 발전할 필요가 있죠. 하지만 놓치는 것보다 과잉이 낫습니다. 작은 이상을 놓치는 게 훨씬 위험하니까요.”

고 센터장은 슬롯사이트의 피로도를 줄여주는 AI의 장점을 강조했다. 수십, 수백 장의 영상을 슬롯사이트하는 과정에서 사람은 아무리 숙련된 의사라도 피로가 쌓이기 마련이고, 집중력이 흔들리면 작은 음영 하나를 놓치기도 한다.

“사람 눈은 그날 컨디션이나 피로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작은 병변을 놓칠 수 있죠. 그런데 AI는 기분이나 피곤함에 흔들리지 않고 같은 기준으로 보니까, 슬롯사이트자가 한 명 더 있는 효과를 줍니다. 개인적인 체감으로는 업무가 30%가량 편해졌습니다.” 고 센터장은 “단순히 의사 보조 도구가 아니라 환자에게 안전망을 하나 더 씌워주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가령 슬롯사이트가 표시한 의심 병변들을 살펴보는 순간 예상치 못한 발견을 할 때도 있다. 사람 눈에는 정상 구조물처럼 보였던 부분이 슬롯사이트에 의해 한 번 더 주목받은 것이다. 고 센터장은 웃으며 말했다. “이럴 때면 깜짝 놀라죠.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는 걸 슬롯사이트가 지적해주니까요.”

고재국 센터장은실제 경험을 예로 들었다. “혈관 구조 옆에 겹쳐 있는 작은 결절은 사람이 지나치기 쉽습니다. 그런데 AI는 그런 걸 똑같은 알고리즘으로 잡아주니까, 슬롯사이트자의 컨디션이나 상황에 좌우되지 않습니다. 특히 하루에 수십 건을 연속으로 슬롯사이트할 때는 이런 차이가 큽니다.”

AVIEW가 산출한 또 다른 수치, 관상동맥 석회화 지표도 눈길을 끌었다. 화면에 표시된 수치는 7. 보통 100 이상일 때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지만, 고 원장은 기자에게 “석회화가 시작되는 단계일 수 있다”며 내년에 한 번 더 추적 검사를 권했다. “폐는 크게 우려할 만한 건 보이지 않지만, 관상동맥에 아주 미세한 조짐이 있습니다. 팔로업을 해보는 게 좋겠습니다.”

슬롯사이트을 나서며 기자는 “의학에서 기술이 해야 할 일은 환자를 대신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본연의 역할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는 고 원장의 말이 오래도록 남았다.

이 기술은 이미 한국의 K-LUCAS 국가 폐암검진사업뿐 아니라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의 대규모 프로젝트에도 도입됐다. GC녹십자아이메드가 이 솔루션을 상용 검진에 도입했다는 사실은, ‘슬롯사이트 건강검진’이 연구 단계를 넘어 실제 의료 현장에 안착했음을 보여준다.

상담 이후 전달받은 리포트도 흥미로웠다. 예전 같으면 전문 용어와 흑백 영상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슬롯사이트 리포트는 숫자와 색깔, 입체 영상으로 직관적인 소통이 가능했다. 폐와 심혈관 구조가 3차원으로 구현돼 있었고, 작은 점 하나, 수치 하나까지 색깔과 그래프로 표시돼 있었다. 의학 지식이 없는 환자라도, 어느 부위에 어떤 이슈가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구성이었다.

슬롯사이트가 잡아낸 미세한 폐 결절 의심 부위. 실제로는 정상 림프절이지만, 슬롯사이트는 작은 이상도 놓치지 않았다.

코어라인 관계자는 “전문의에겐 흑백 영상이 더 정밀하지만, 환자에게는 이런 시각화 자료가 큰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자 역시 내 폐와 심장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그 자리에서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짧은 체험이었지만 확실히 느낀 건, AI 검진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건강검진 경험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환자는 ‘숫자와 색깔’로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의사는 더 안전하게 슬롯사이트할 수 있다. 예방의학의 본질인 ‘조기 발견’과 ‘설명 가능한 진료’를 동시에 구현하는 순간이었다.

이런 슬롯사이트 기술 도입은 환자와 병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구조다. 환자는 색깔과 그래프로 정리된 화면을 보면서 “내 몸 상태가 여기에 문제가 있구나” 하고 바로 이해한다. 이해가 쉬우니 불안도 줄고, 의사 설명도 더 잘 받아들인다.

병원은 환자가 쉽게 납득하니 신뢰가 높아진다. 결국 환자는 다음에도 같은 병원을 찾고, 병원은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다. 환자 만족과 병원 성장이 맞물린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다. AVIEW 도입을 결정한 GC녹십자아이메드 역시 조기 발견을 넘어 예방·맞춤형 관리까지 포괄하는 평생 건강관리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다만 우려도 있다. 흔히 슬롯사이트라고 하면 ‘의사가 필요 없는 시대’나 ‘알고리즘이 생사를 좌우하는 미래’를 떠올리기 쉽다. 코어라인소프트 관계자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의사를 대신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의 전문성을 더 빛나게 하는 게 목표죠.”

현장에서도 그랬다. 슬롯사이트 단계에서는 의사의 눈이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보완했고, 상담 자리에서는 보기 쉬운 리포트로 대화의 깊이를 넓혔다. 과거 같으면 결과지를 들고 ‘괜찮다니 다행이네’ 정도로 끝났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모니터 속 자기 폐와 혈관을 직접 보며 묻는다. “이건 왜 그런 건가요? 앞으로 뭘 해야 하나요?” 환자는 단순한 의료 소비자가 아니라, 건강의 공동 설계자가 될 수 있다.

의사 입장에서도 이런 변화는 반갑다. AI가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슬롯사이트 부담을 덜어주면서, 정작 중요한 순간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의료 AI는 훨씬 인류에 친화적이었다. 의사의 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 곁에 의자를 하나 더 놓는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