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온라인 슬롯 폐지, 위기 아닌 기회인 까닭

EV 온라인 슬롯 폐지로 소비자 혜택은 줄었지만, 슬레이트 오토는 저가 맞춤형 전기트럭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2025-09-11Jessica Mathews & 김다린 기자
연방 온라인 슬롯가 폐지되면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사진=셔터스톡]

전기차 연방 온라인 슬롯가 사라지면서 일부 신생 전기차 기업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미시간주 트로이에 본사를 둔 전기트럭 스타트업 슬레이트 오토(Slate Auto)의 크리스 바먼(Chris Barman) CEO는 최근 유타 파크시티에서 열린 포춘 ‘브레인스톰 테크(Brainstorm Tech)’ 콘퍼런스에서 “온라인 슬롯 제도 폐지가 우리에겐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슬레이트는 당초 EV 온라인 슬롯를 적용받기 위해 특정 광물과 제조 요건을 충족하는 데 주력해 왔다. 하지만 바먼은 “여러 배터리 공급사를 다시 검토한 결과, 다른 완성차 기업들도 EV 출시 계획을 늦추고 있어 공급망에서 여유가 생기고 있다”며 “이를 활용해 가격 경쟁력 확보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물론 온라인 슬롯 폐지는 소비자들이 받을 수 있던 7500달러 혜택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슬레이트 트럭은 동급 내연기관 차량 대비 가격 매력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바먼은 “슬레이트 트럭 가격은 2만 달러 중반대가 될 것이며, 2026년 말 고객 인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슬레이트 오토는 팬데믹 기간 아마존 전 세계 소비 부문 CEO를 지낸 제프 윌키가 설립한 리빌드(Re:Build)에서 분사했다. 리빌드는 미국 내 제조업 부흥을 목표로 하는 투자·지주회사다. 윌키는 “건강한 민주주의는 산업경제에 달려 있다. 서비스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윌키는 미국 중고차 평균 가격이 2만 5000달러에 이른다며, EV 온라인 슬롯 없이도 슬레이트 트럭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제너럴 캐털리스트도 투자자로 참여한 슬레이트는 모듈형, 맞춤형 전기트럭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내년부터 인디애나주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하며, 차량 부품 수는 약 600개로 일반 자동차 조립에 필요한 4000개보다 훨씬 단순하다. 부품 대다수는 미국 내에서 조달된다.

슬레이트 트럭은 모든 차량이 동일한 슬레이트 그레이 색상, 수동 창문, 라디오 없는 기본 사양으로 출고된다. 대신 소비자는 외장 패널을 원하는 색상이나 무늬로 래핑하고, 조명과 타이어를 교체할 수 있으며, 2인승 플랫베드 트럭을 5인승 SUV로 개조하는 것도 가능하다. 바먼은 이 기본형 모델을 사내에서 “FN(Freaking Nuts)”라고 부른다고 밝혔다.

저가 전략에도 가치와 안전은 포기하지 않았다. 슬레이트 트럭은 구식 열쇠 대신 전자식 키를 탑재한다. 바먼은 “많은 사람들이 밤에 구식 열쇠를 쓰는 걸 불안하게 여길 수 있다”고 말했다. 내부 논의 끝에 에어컨 역시 기본 사양으로 포함됐다.

/ 글 Jessica Mathews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