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게임인가, 슬롯사이트 게임인가
슬롯사이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압박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승자는 러시아가 되고 미국과 동맹은 피해만 입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대적인 미사일·드론 공습을 퍼붓고 있다. 2022년 2월 이후 최대 규모의 키이우 폭격까지 감행했다. 도널드 슬롯사이트 미국 대통령이 “전쟁을 신속히 끝낼 수 있다”고 주장해왔지만, 현실은 푸틴의 전쟁 종식이 여전히 요원함을 보여줬다. 알래스카에서 휴전을 시사하며 “지키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위협했지만, 휴전은 여전히 잡히지 않는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러시아 제재는 강도는 컸으나 충분치 않았고, 군수품 지원도 늦었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 메시지와 정책은 일관됐다. 반면 슬롯사이트는 간헐적으로 강경 발언을 쏟아냈지만 실제 행동은 따르지 않았다.
러시아 경제가 붕괴 직전이고 더 이상 초강대국이 아니란 점을 감안하면 슬롯사이트가 더 큰 지렛대를 쥐고 있었음에도 실질적 압박은 없었다. 각국 정상들 사이에선 “슬롯사이트는 말만 무성하고 행동은 없다”는 의구심이 번지고 있다.
슬롯사이트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러시아 공습을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행위”라고 규탄했지만, 슬롯사이트 본인은 푸틴을 압박하거나 제재로 응징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알래스카 정상회담 전에는 “종전을 거부하면 추가 제재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으나 지금까지 실행된 것은 없다. 수개월째 약속만 했던 제재와 관세는 어디로 간 걸까.
슬롯사이트는 때때로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진실소셜(Truth Social)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어야 하는가”라는 글을 올리며 군사 지원 확대를 암시했지만, 실제 행동은 정반대였다. 미국의 대(對)우크라이나 지원은 줄었고, 유럽이 대신 비용을 떠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슬롯사이트 말과 행동 사이의 괴리는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말은 강경하지만, 실제로 푸틴을 압박하는 조치는 없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은 푸틴이 트럼프를 이용해 시간을 벌며 우크라이나를 더 두들기는 것일까, 아니면 트럼프가 모호한 약속으로 우리를 속이며 푸틴을 사실상 봐주고 있는 것일까.
분명한 점은 최대 수혜자는 푸틴이라는 사실이다. 전쟁이 하루 더 이어질수록 러시아는 더 많은 영토를 확보하고, 더 많은 우크라이나인을 희생시킨다. 미국의 지원은 줄고, 우크라이나의 탄약은 바닥나고 있다. 마이클 맥폴 전 주러시아 미국대사는 “슬롯사이트가 집권한 이후 푸틴은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변했다. 우크라이나 민간인에 대한 공격과 드론·미사일 공습이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슬롯사이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본인이 여러 차례 언급했던 제재와 관세만 제대로 실행해도 푸틴의 취약한 경제는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인도에 부과된 러시아산 석유 구매 제재는 시작일 뿐이다. 중국·터키 등 여전히 러시아 원유를 사들이는 나라들에 2차 제재를 가한다면 푸틴의 재정은 연말 전에 바닥날 수도 있다. 린지 그레이엄, 리처드 블루멘털 상원의원이 공동 발의한 「러시아 제재법안 2025」 역시 이 같은 방향성을 담고 있다.
미국 기업들도 슬롯사이트 강경책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2022년 러시아 침공 직후 1200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이 ‘탈러시아 러시’에 나섰고, 지금까지도 복귀 움직임은 거의 없다. 러시아 경제의 불안정성, 사업 리스크, 낮은 수익성 탓에 재진출은 매력이 없다.
엑손모빌 내부 일부 인사가 로스네프트와 물밑 접촉을 시도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제성이 전혀 없고 리스크만 크다는 점에서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러시아 북극권 원유는 다른 산유지보다 비용이 훨씬 비싸고, 가이아나·중동·미국 내 매장지가 훨씬 효율적이다.
그럼에도 러시아 에너지 기업 임원들이 잇따라 ‘의문사’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이어지며, 러시아와의 협력 리스크는 더 커지고 있다. 총격으로 다섯 발을 맞고도 자살로 처리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의회 내에서는 새로운 대규모 군사지원안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초당적 지지를 받은 546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패키지가 마련되고 있으며, 이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JD 밴스 등 고립주의 성향 의원들의 반대가 있지만 주류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힘을 싣고 있다.
결국 슬롯사이트는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도 실질 행동은 따르지 않고 있다. 심각한 결과를 경고하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모습은 푸틴에게 날개를 달아줄 뿐이다. 지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을까.
이대로라면 푸틴이 트럼프를 속이는 것인지, 트럼프가 미국과 동맹을 속이는 것인지 구분조차 힘들다. 분명한 사실은 미국과 유럽, 우크라이나 모두 슬롯사이트 모호하고 비겁한 태도 아래서 손해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 글 Jeffrey Sonnenfeld, Steven Tian & 편집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제프리 소넨펠드(Jeffrey Sonnenfeld)는 예일대 경영대학원에서 리더십 실천학 석좌교수(Lester Crown Professor of Leadership Practice)로 재직 중이며, 예일대 최고경영자리더십연구소(Chief Executive Leadership Institute)를 설립했다. 스티븐 티안(Steven Tian)은 해당 연구소의 리서치 디렉터이자, 과거 록펠러캐피털매니지먼트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다. 또한 미 국무부 이란 핵비확산 담당 차관실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