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도 헷갈린다… ‘슬롯사이트 전쟁 청구서’의 진짜 주인

트럼프발 무역 전쟁 이후 슬롯사이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2025-08-18Jason Ma & 김다린 기자
슬롯사이트 부담의 향방은 월가 전망도 갈린다.[사진=셔터스톡]

최근 드러난 경제 지표는 슬롯사이트가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두고 여전히 엇갈린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 월가 역시 비용 부담을 누가 지고 있는지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당장은 기업이 슬롯사이트 부담을 떠안고 있지만, 이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소비자가 결국 감당해야 할 몫이 얼마나 될지는 불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전쟁을 시작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슬롯사이트가 미국 물가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데이터는 여전히 혼재돼 있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오르긴 했지만 전망치보다는 낮게 나왔고, 반대로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예상보다 높게 나타났다. 슬롯사이트 영향을 크게 받는 일부 산업에서는 가격 급등이 있었으나, 7월 데이터에서는 일부 상품 가격 압력이 줄고 서비스 부문 압력은 더 커졌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는 “슬롯사이트가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지금까지 예상보다 덜 심각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업들이 사상 최대 수준의 이익률을 활용해 슬롯사이트 부담을 흡수하면서도 자본 지출과 운영 예산을 유지할 수 있었던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더해 슬롯사이트 부과 전 재고 소진으로 인한 지연 효과, 여름철 물가가 겨울보다 완만한 계절적 요인, 상품보다 서비스 가격에 슬롯사이트 부담이 반영된 점 등도 설명 요인으로 제시됐다.

또 다른 해석은 실제 부과되는 평균 슬롯사이트율이 명목 수치보다 훨씬 낮다는 것이다. 바클레이스는 5월 기준 가중 평균 슬롯사이트율이 12%가 아니라 9%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고율 슬롯사이트 품목 수입은 줄었고, 같은 달 미국 수입품의 절반 이상은 무슬롯사이트였기 때문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적용 상품은 캐나다에 높은 슬롯사이트가 부과돼도 제외됐다. 바클레이스는 “실질 슬롯사이트율이 생각보다 완만했다는 점이 미국 경제의 탄력성을 설명한다”고 했다.

다만 이 수치는 최근 10% 수준으로 올라왔으며, 향후 의약품 등 추가 품목에 슬롯사이트가 부과되고 우회로가 차단되면 15% 안팎에서 안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씨티리서치는 최근 서비스 물가 상승은 일회성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포트폴리오 관리 수수료가 자산가격 랠리로 5.8% 뛰면서 서비스 물가가 올랐다는 것이다. 씨티는 앞으로도 슬롯사이트로 인해 소비자 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씨티의 앤드루 홀렌호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요가 약해 기업들이 슬롯사이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어렵다”며 “일부 기업이 가격을 서서히 올릴 수는 있겠지만 규모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줄이는 대신, 이익률 감소로 기업이 고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골드만삭스는 소비자들이 슬롯사이트 비용 대부분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봤다. 6월 기준 소비자가 감당한 비중은 22%였지만, 10월에는 67%로 뛸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 부담은 64%에서 8%로 줄고, 해외 공급업체 부담은 14%에서 25%로 늘어날 전망이다.

슬롯사이트가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연준(Fed)의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슬롯사이트는 물가를 2% 목표치 이상으로 끌어올려 금리 인하를 미루게 만들었지만, 고용 지표 부진은 경기 둔화 우려를 키워 완화 필요성을 높였다.

홀렌호스트는 “지금까지의 증거는 슬롯사이트 비용 대부분이 국내 기업에 전가됐음을 보여준다”며 “전가가 제한적이라는 점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덜고 9월부터 금리 인하를 단행할 여지를 키운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서는 오히려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을 과소평가하고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글Jason Ma & 편집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