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 커지는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의 ‘마피아식 칩 딜’

엔비디아·AMD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매출 15%를 요구한 합의는 미국 헌법상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금지 조항에 위배될 수 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25-08-18Nick Lichtenberg & 김다린 기자
엔비디아는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행정부와의 합의로 중국에 AI 칩 H20을 제한적으로 수출할 수 있게 됐다.[사진=셔터스톡]

“우리가 작은 거래를 했다.” 도널드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중국에서 엔비디아와 AMD가 계속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협상에 관해 언급하면서다. 그는 원래 엔비디아가 H20 칩을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 라이선스를 받는 조건으로 매출의 20%를 요구했지만, 설득 끝에 15%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는 H20 칩을 두고 구식이라며 “사실상 낡은 칩을 파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설명과 달리, 이 칩은 중국에 상당히 중요해 보인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H20 칩이 원격으로 추적·차단될 수 있다는 보안 우려로 엔비디아와 협의를 가졌다. 이번 거래는 엔비디아 H20 AI 칩과 AMD MI308에 대한 수출 금지를 해제하는 내용으로, 상무부가 법적 세부사항을 조율 중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미국 헌법이 금지하는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법학 교수 에릭 젠슨은 “이와 같은 사례는 미 정부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며 1990년대 IBM·U.S. Shoe 판례에서 대법원이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를 위헌으로 판단했단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는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조항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콜럼비아대 법학 교수 에릭 탤리도 “수출 보조금 사례는 있어도 특정 수출업체에 세금을 부과한 사례는 없다”며 위헌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오히려 이를 새로운 모델로 내세웠다. 그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지금은 독특하지만, 이 모델이 다른 산업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국가안보 우려는 없다”며 이번 합의를 무역·기술·정책을 균형 있게 맞춘 창의적 해법으로 포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UCLA 줄리아 파울스 교수는 “특정 기업의 운명을 행정부에 직접 연결하는 방식은 드물다”고 말했다. 이런 틀을 다른 업종에도 적용할 경우, 기업들이 정부와 유사한 거래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행정부는 이미 US철강의 ‘황금주(golden share)’ 확보, 인텔 지분 매입 논의 등 전례 없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엔비디아와 AMD는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엔비디아는 “정부 규정을 준수한다”며 “미국이 5G처럼 주도권을 잃을 수 있고, 미국의 AI 기술 스택이 세계 표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 정부가 기업 수출 매출의 일정 비율을 직접 요구한 전례는 거의 없다. 과거에는 전쟁이나 경제위기 시 석탄광(1946), 제철소(1952) 국유화, 2008 금융위기 구제금융 등으로 기업을 통제했을 뿐이다.

헌법 제정 당시 알렉산더 해밀턴 등 일부 대표는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를 지지했지만, 농업 중심의 남부 주들이 반대하며 결국 금지 조항이 포함됐다. 오늘날에도 일부 개발도상국은 농산물·자원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로 재정을 충당하지만, 특정 기업에만 적용하는 구조는 드물다.

일각에선 이번 합의를 조직범죄의 ‘보호비(protection racket)’에 비유한다. 시장 접근을 허용받기 위해 매출 일부를 내야 하고, 불이행 시 배제·보복 위협을 받는 구조라는 점에서 유사하다는 것이다.

탤리 교수는 “수출 금지라는 근본 위협 앞에서 15% 할증은 상대적으로 온건해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위헌 소지가 큰 정책이 법정에서 유지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젠슨 교수는 “문제는 누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할 자격(standing)을 갖느냐”라며 “위헌일 수 있지만 실제 제동을 걸 주체가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글 Nick Lichtenber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