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공룡이 은밀하게 슬롯사이트 개발하는 까닭

스트라이프가 가상자산 VC 패러다임과 함께 슬롯사이트 ‘템포(Tempo)’를 개발하며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5-08-13Ben Weiss, Leo Schwartz & 김다린 기자
[사진=셔터스톡]

핀테크 대기업 스트라이프(Stripe)가 새 슬롯사이트을 개발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가상자산 로비 단체인 슬롯사이트 어소시에이션(Blockchain Association)의 채용 사이트에 올라왔다가 삭제된 공고에 따르면해당 슬롯사이트의 이름은 템포(Tempo)다. “고성능·결제 중심 슬롯사이트”이라고 소개됐다. 채용 직무는 제품 마케팅이었다.

공고에 따르면 템포는 현재 ‘스텔스 모드’에서 5명 규모의 팀이 개발 중이며, 가상자산 벤처캐피털 패러다임(Paradigm)과 함께 구축하고 있다. 패러다임의 공동창업자이자 매니징 파트너인 매트 황(Matt Huang)은 스트라이프 이사회 멤버다. 지원자는 “포춘 500대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경험”을 갖춰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스트라이프와 패러다임 대변인은 논평을 거부했으며, 포춘이 두 회사에 접촉한 직후 해당 채용 공고는 삭제됐다.

템포는 스트라이프가 가상자산 분야에 베팅한 최신 사례다. 스트라이프는 간편 온라인 결제, 기업용 자동 인보이스 등 결제 상품을 기반으로 기업가치가 약 920억 달러까지 성장했다.

지난해 10월 스트라이프는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기업 브리지(Bridge)를 11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다. 이어 올 6월에는 암호화폐 지갑 개발사 프리비(Privy)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이런 행보는 최근 급격히 커지고 있는 스테이블코인 수요와 맞물린다. 지지자들은 스테이블코인이 SWIFT나 전신 송금 등 기존 금융 인프라보다 더 효율적인 결제 기술이라고 주장하며, 국경 간 송금 비용과 거래 수수료 절감 등 다양한 장점을 제시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등장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지난해부터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니어스(GENIUS) 법안에 서명하면서 연방 차원의 규제 가이드라인과 규칙이 마련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제 스테이블코인은 메타(Meta), 애플(Apple), 에어비앤비(Airbnb) 같은 빅테크 기업까지 통합 가능성을 모색하는 ‘결제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그중에서도 스트라이프는 한발 앞서 움직이고 있다. 스트라이프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패트릭 콜리슨(Patrick Collison)은 지난 3월 미 하원 증언에서 “스테이블코인 기반 기술이 성숙함에 따라 기업들의 실질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리지 인수를 통해 스트라이프는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흐름에 통합하고 자체 발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확보했다. 프리비 인수를 통해서는 고객의 보유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암호화폐 지갑 구축 역량을 갖췄다. 여기에 새 슬롯사이트까지 개발하면, 스테이블코인 거래를 처리하는 서버라는 기술 스택의 핵심 층까지 직접 통제하게 된다.

스트라이프는 슬롯사이트을 직접 구축하는 이유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또한 해당 슬롯사이트을 지원하기 위한 암호화폐를 발행할 계획이 있는지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새로운 암호화폐 프로토콜 창립자들이 흔히 택하는 방식이다.

/ 글 Ben Weiss, Leo Schwartz & 편집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