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전력 내준 비트코인…슬롯사이트 업계의 새로운 생존법

AI 데이터센터 기업 코어위브(CoreWeave)가 90억 달러 규모의 코어사이언티픽(Core Scientific)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비트코인 슬롯사이트 업계에 새로운 생존 로드맵을 제시했다.

코어위브는 지난 3월 상장 이후 인공지능 산업의 붐을 타고 주가가 네 배 이상 급등했지만, 처음부터 AI를 주력으로 삼았던 기업은 아니다. 2016년 ‘가상화폐 채굴 전문 기업’으로 출발한 코어위브는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을 겪으며 2019년 AI 분야로 사업을 전환했고, 이후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이번 인수 대상인 코어사이언티픽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대표적인 비트코인 채굴기업이다. 두 회사는 그간 여러 건의 계약을 맺어왔으며, 코어위브가 코어사이언티픽의 연산 자원을 점점 더 많이 구매해온 상황이었다. 코어위브는 이번 인수는 주식 교환 방식으로 진행되며, 올해 4분기 중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계약은 비트코인 채굴의 수익성이 점차 악화되고 있는 흐름 속에서 나온 것이다. 채굴 경쟁은 치열해지고 채산성은 낮아지는 상황에서, 일부 슬롯사이트 업체들은 이미 자사의 데이터센터를 AI 기업에 임대해 고성능 연산용 서버(HPC)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코어사이언티픽의 사례는 이와 같은 '전환 전략'이 점점 뚜렷한 산업 트렌드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증권사 칸토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의 애널리스트 브렛 크노블로크(Brett Knoblauch)는 “이 사례는 전력 부족 문제가 산업 전반에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AI 기업의 컴퓨팅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존 슬롯사이트 업체가 보유한 전력 인프라와 시설 규모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의미다.

애초에 비트코인 슬롯사이트 업체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자’에 가깝다. 이들은 수천 대의 서버를 보유한 대형 창고를 세워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뒷받침한다. 그런데 최근 학술지 『Joule』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수요의 최대 20%가 AI에서 나오며, 가트너(Gartner)는 “현재의 AI 데이터센터 중 약 40%가 2027년 전력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처럼 연산 능력과 전력 수요가 치솟는 가운데, 코어위브 같은 AI 전문 기업은 대규모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슬롯사이트 업체에 주목하고 있다. 크노블로크는 “지금 AI 기업이 원하는 전력과 부지 규모를 가진 곳은 슬롯사이트 업체 뿐”이라고 말했다.

코어사이언티픽 외에도 이미 여러 슬롯사이트 업체가 유사한 전환에 나서고 있다. 2023년 하이브 블록체인(Hive Blockchain)은 사명을 ‘하이브 디지털 테크놀로지스(Hive Digital Technologies)’로 바꾸며, 일부 서버를 AI용으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테라울프(TeraWulf)가 AI 전문기업 코어42(Core42)와 계약을 체결했고, 올 4월에는 갤럭시 디지털(Galaxy)이 코어위브와 협력 방침을 밝혔다.

클리어스트리트(Clear Street)의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돕슨은 “강력한 에너지 자산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슬롯사이트 업체들 사이에서 고성능 컴퓨팅(HPC)으로의 전환은 주요 전략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주요 클라우드 대기업(하이퍼스케일러)인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아직 비트코인 슬롯사이트 업체와 직접적인 협력 계약을 맺은 사례가 없다. 크노블로크는 “이들 대기업은 공급업체에 대해 훨씬 긴 시간의 실사를 거치는 경향이 있으며, 슬롯사이트 업체들이 갖춘 단순한 설비를 고도화된 AI 데이터센터로 전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까지 슬롯사이트 업체와 과감하게 협력에 나선 건 코어위브가 유일하다”며 “이번 인수로 인해 다른 슬롯사이트 업체들이 같은 방식의 성공을 복제하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크노블로크는 “슬롯사이트 업체들은 저렴한 전기를 찾아내고 이를 대규모 서버에 적용해온 경험이 있는 만큼, 고전력 기반 AI 산업에서도 충분히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며 “슬롯사이트 업체는 전력 사용에 관해서는 누구보다도 숙련된 전문가들이고, 실제로 많은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글 Ben Weiss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