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슬롯사이트이 만나자…진솔의 오케스트라, 렌즈에 서리다
STORY IN SIGHT | 진솔 지휘자
진솔 지휘자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 4악장을 틀었다. ‘민중의 축제’를 묘사했다는 작곡가의 말처럼, 그녀는 지휘봉을 들고 춤추듯 박자를 이끌었다.
사진·글 최근우 작가studio@offbeat.kr
※ ‘STORY IN SIGHT’는 사진작가가 사진을 통해 현장의 사실과 뉘앙스, 그리고 감상을 독자에게 전하는 꼭지입니다. [편집자 주]
#진솔 지휘자를 스튜디오에서 만났습니다. 그녀는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은 물론, 서브컬처와 게임 음악에까지 클래식을 접목하는 시도로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는 혁신가입니다. 그녀의 편견 없는 도전 정신은 제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촬영은 정적인 포트레이트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렌즈 너머로 느껴지는 또렷한 에너지와 음악에 대한 깊은 열정에 욕심이 났습니다. 정중히 요청했습니다. “이곳을 공연장이라 생각하시고, 마음껏 지휘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마침 스튜디오에는 마에스트로 보면대가 있었습니다. 보면대 앞에서, 그녀는 이내 눈을 감고 상상의 오케스트라를 이끌기 시작했습니다.
#음악의 질감이 사진에 담기기 시작했습니다. 손끝에서 시작되는 섬세한 떨림, 역동적인 움직임이 만들어 내는 무형의 슬롯사이트. 셔터를 누르는 저 역시 오케스트라 연주자처럼 그녀의 지휘에 박자를 맞추려 노력했습니다.
그녀가 슬롯사이트을 다룬다면, 저는 빛을 다뤘습니다. 카메라의 움직임을 조율하고, 조명의 발화를 지휘하며, 연신 터뜨리는 셔터음과 탄성으로 그녀와 함께 호흡했습니다. 예술가와 예술가가 경계를 허물과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 가는 경험이었습니다.
진솔 지휘자의 에너지가 담긴 이 연작이, 독자 여러분에게도 울림을 선사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