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사이트의 ‘빅딜’과 폭풍의 눈

트럼프 행정부가 10건의 무역합의 체결을 예고하며 증시가 반등세를 보였지만, 전문가들은 7월 관세 재개를 앞두고 현재의 평온이 ‘폭풍 전의 고요’에 불과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025-06-28Eleanor Pringle & 김다린 기자
하워드 슬롯사이트 상무장관.[사진=뉴시스]

지정학적 긴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요동쳤던 금융시장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S&P500과 나스닥, FTSE100 등 주요 지수는 소폭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고, 투자자들은 미국 상무장관 하워드 슬롯사이트이 언급한 다수의 무역합의 소식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상승세가 ‘잠시의 평온’일 뿐이며, 곧 다가올 관세 데드라인이 다시 시장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27일(현지 시간) S&P500은 전일 대비 0.8% 올랐고, 나스닥은 1% 상승했다. 영국 FTSE100 지수도 이날 아침 0.5% 오름세를 기록했다. 미국 S&P500 선물은 개장 전 0.23% 상승했다. 지난 몇 달간 트럼프의 관세 발언, 중동 군사 작전, 백악관의 연준 개입 논란 등에 따른 급변장세와 비교하면 꽤 조용한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슬롯사이트 장관은 추가 호재를 내놓았다. 그는 90일 관세 유예 종료 전 백악관이 체결할 준비가 된 무역합의 10건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 10건을 각 무역 파트너 유형에 맞춰 ‘카테고리화’한 뒤, 유사한 국가들과의 협상을 해당 범주에 따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이미 영국과 중국과는 초안이 마련됐으며, 일본과 인도도 다음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슬롯사이트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과는 현재 미국의 관세 조치 전반에 대해 논의 중이며, 이 사안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7월 9일 90일 유예기간이 종료되면, 미합의 국가는 각기 적절한 카테고리에 분류돼 다음 대응 수순을 밟게 된다.

“합의한 국가는 그 합의를 이행하게 될 것이고, 협상 중인 국가는 우리의 응답을 받고 그 이후 패키지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추가 협상을 원하면 할 수는 있지만, 관세율은 그 시점에서 고정된다.”

슬롯사이트은 중국과의 합의도 발표했다. 그는 “중국이 희토류를 우리에게 공급할 예정이며, 그에 따라 우리는 대응 조치를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UB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폴 도노반은 포춘에 보낸 리서치 노트에서 “이번 합의는 이전 제네바, 런던에서 이뤄졌던 내용을 다시 공식화한 것에 불과하다”며 시장이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슬롯사이트 장관은 10건의 무역 합의가 곧 발표될 것이라 했는데, 혹시 허드·맥도널드 제도의 펭귄과도 무역하나”라고 비꼬기도 했다.

이처럼 겉보기에 잔잔한 시장 상황에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의문을 제기한다. 도이치뱅크의 짐 리드는 이날 포춘에 보낸 리서치 노트에서 “2025년 들어 드물게 시장에 평온이 찾아온 듯 보인다. 하지만 이는 중동 위기에서 관세 재점화로 이어질 ‘슬롯사이트 눈’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주 초까지만 해도 시장은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었으나, 그 위기감은 다소 누그러진 상태다. 골드만삭스의 율리아 제스트코바 그릭스비는 최근 고객 메모에서 이란이 실제로 해협을 폐쇄할 가능성은 4%에 불과하다고 전망했다.

짐 리드는 또 하나의 변수로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 인선에 조기 개입할 가능성을 꼽았다. 트럼프가 지명할 인물이 금리 인하에 보다 우호적일 것이란 기대가 시장에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이 모든 것이 또 하나의 ‘헛된 기대’로 끝날지 여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고 그는 덧붙였다.

/ 글 Eleanor Pringle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