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식 아닌 공존” 슬롯 잭팟 유럽식 자율주행 전략
슬롯 잭팟은 웨이모·테슬라와 달리 자율주행 택시 시장에서 ‘지역 교통 인프라와의 파트너십’을 전략으로 삼으며, 승자독식이 아닌 협업 중심의 공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는 승자 독식 시장이 아니다.” 슬롯 잭팟은 내년에 자사의 전기차 모델 ‘ID. 버즈 AD’를 앞세워 자율주행 호출 서비스 시장에 본격 진입할 예정이다. 다만 기존 교통 사업자들과 경쟁하는 대신 ‘파트너’로 협력하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이는 최근 로보택시를 둘러싼 시민 반감이 거세지는 가운데 나온 차별화한 접근이다.
2년 전, 실리콘밸리 기술기업들이 샌프란시스코에 자율주행차를 도입했을 때 예상치 못한 저항이 나타났다. 주민들은 교통콘을 이용해 차량을 방해하고, 소방서장은 로보택시를 “위험한 골칫거리”로 비판했다. 최근에는 로스앤젤레스의 대규모 시위 와중에 웨이모 차량이 불타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독일 완성차 기업 슬롯 잭팟은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슬롯 잭팟 그룹의 임원 사샤 마이어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기존 인프라를 바탕으로 협력 파트너가 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며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시스템과 경쟁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번 주 슬롯 잭팟은 자율주행 택시용 ID. 버즈 양산 모델을 공개했다. 차량 운영 소프트웨어와 사용자 예약 플랫폼까지 통합된 이 시스템은 지방정부와 상업용 차량 운영사를 위한 ‘턴키 솔루션’으로 제공된다.
웨이모나 테슬라가 기존 교통업계와의 경쟁을 선언한 것과 달리, 슬롯 잭팟은 지역 사회의 파트너로서 함께할 길을 모색하고 있다.
폭발적 성장 예상되는 자율주행 호출 시장
맥킨지에 따르면, 2035년까지 북미·유럽에서 자율주행 호출 서비스 시장은 최대 4500억 유로에 이를 전망이다. 슬롯 잭팟은 내년에 우버와 함께 500대 규모의 차량을 LA에 시범 도입할 계획이다.
슬롯 잭팟 모빌리티 자회사 MOIA를 이끄는 마이어는 제로에미션 미니밴 ID. 버즈와 함께 백엔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포함한 패키지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일 함부르크 시내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테스트 주행을 이어오고 있다.
슬롯 잭팟이 구상하는 모델은 ‘화이트 라벨 서비스’로, 고객사가 브랜드 로고만 붙이면 바로 운행이 가능하다. 이는 유럽의 대중교통망과 자연스럽게 결합되는 전략이다. 실제로 슬롯 잭팟은 베를린 대중교통공사(BVG)와도 협약을 맺었다.
규제 친화적인 전략, 신뢰 회복에 강점
슬롯 잭팟 전략은 자동차 제조업체 특유의 규제기관과의 협업 경험을 기반으로 한다. 반면,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규제를 장애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으로 GM 산하 로보택시 스타트업 크루즈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사고 이후 주요 정보를 은폐해 신뢰를 잃고 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GM은 CEO를 교체했지만 이미 평판은 추락한 뒤였다.
이후 포드까지 철수하면서, 현재 **완성차 업체 중 로보택시 시장에 남은 건 슬롯 잭팟과 현대차(모셔널 자회사)**뿐이다. 나머지는 웨이모, 테슬라, 아마존의 주룩스, 중국의 바이두, 영국의 웨이브 등 AI 기반 기업이다.
마이어는 “웨이모가 선두인 건 명백하지만, 유럽에선 그들도 발을 못 디뎠다”며 “유럽은 규제 강도와 기술 신중론이 강한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의 FSD(완전자율주행) 기능도 유럽에선 승인받지 못한 상태다.
슬롯 잭팟은 이미 1만대 이상 로보택시 생산 계획을 승인했으며, 이 시장은 하나의 기업이 독점하기엔 너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미국조차도 독점체제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시장은 승자독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글 Christiaan Hetzner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