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종말론’은 왜 틀렸을까…“K팝 본질은 장르 아닌 슬롯사이트 업”
[VISION REPORT] 최원준 사운드웨이브 부사장
최원준 부사장은 K팝을 다시 정의한다. 그에게 K팝은 장르도 아니고, 정밀한 분업 시스템도 아니다. 심지어 ‘파는 비즈니스’도 아니다.
진행박형진 브리즘 대표정리문상덕 기자mosadu@fortunekorea.co.kr 사진최근우
●최원준 사운드웨이브 부사장라이코스, MTV, 싸이월드 등을 거쳐 제일기획 펑타이코리아 대표를 지냈다. 뉴욕페스티벌어워드 심사위원(5차례), 런던국제광고제 심사위원을 지냈다.
“저는 세상을 미디어로 봐요.”
최원준 부사장은 주말 시간표를 짤 때 미디어를 기준에 둔다. 신문, 책, 영화관, 텔레비전, 스마트폰. 스마트폰에서도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X(구 트위터). 그는 “미디어 하나에 편중되면 다른 정보에 둔감해진다”고 말한다. “그게 알고리즘의 역할”이다.
그에게는 K팝 팬인 딸도 미디어다. 딸의 아이돌 ‘덕질’(※어떤 분야에 심취, 파고드는 일)을 막지 않고 지켜봤다. 공연장에서 아이돌의 포토카드를 받고, 되팔고, 더 희소한 카드를 사 모으는 모습을 관찰했다. 이제 K팝 슬롯사이트 업에 종사하는 그에게 딸은 때로 선생님이 된다.
그가 걸어온 궤적도 미디어와 가깝다. LG인터넷(※LG그룹에서 1997년 설립한 인터넷 서비스 기업. PC통신 서비스 ‘채널아이’를 냈다)에서 시작해 라이코스코리아, MTV ASIA(싱가포르), 싸이월드(베이징) 등을 거치며 온라인 미디어를 익혔다. 또 제일기획 자회사인 펑타이코리아에서 디지털 마케팅을 이끌었다. 이후엔 사운드웨이브에 합류하면서 K팝종사자가 됐다.
숱한 회사를 거쳤지만, 본질은 기획자다. 고(故) 신해철 씨의 ‘고스트스테이션’이 그의 손을 거친 슬롯사이트 업 중 하나다. 라이코스에서 SBS와 함께 기획했다. 라디오 방송으로 전환했지만, 원형은 인터넷 방송이었다. 신 씨가 보낸 첫 녹음분을 듣고는 “’앞으로 라디오가 없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돌이켰다. 그만큼 자유분방했다.
“일주일 치 분량을 보내왔어요. 욕설, 금지곡… 날것이었죠. 그런데 그대로 내보냈어요. SBS 라디오에선 2시간 분량으로 잘라서 보냈고요. 스튜디오도, PD도 필요 없었습니다.”
긴 시간 미디어 슬롯사이트 업에 종사해 온 그에게도 K팝은 독특하다. 노래를 팔지 않는다. 대신 마음을 사려고 한다. 마음을 사면 음반도, 공연도, 굿즈도 팔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레거시 미디어에 콘텐츠를 ‘도매’하기보단, 각종 미디어에 콘텐츠를 무한 공급하는 데 힘을 쓴다. 그래서 그는 “K팝은 장르가 아니”라고 말한다. 대신 “마음을 사는 비즈니스”라고 정의한다. 마음을 살 수 있다면, “클래식도, 컨트리 음악도 K팝처럼 될 수 있다.”
Q 보통 팔아서 돈 버는 일을 비즈니스라고 합니다. K팝은 마음을 삽니까?
사실 모든 브랜드 비즈니스는 마음을 사는 비즈니스예요.
저는 세상을 네 가지로 나눠서 봅니다. 창작자와 창작자가 만드는 슬롯사이트 업 그리고 슬롯사이트 업를 전달하는 미디어. 마지막으로 슬롯사이트 업를 즐기는 소비자. 그런데 지금 판이 바뀌는 건, 소비자가 다시 창작자가 되는 겁니다. 레거시 미디어에선 이 순환이 안 만들어집니다.
Q 왜 그렇습니까?
다수의 디지털 슬롯사이트 업를 온라인 미디어에 무한 공급해서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오프라인에서 수익을 낸다. 또 팬들이 다시 창작하고 배포하면서 확산한다. 이런 흐름을 만든 업계는 K팝뿐이에요. 미디어로 TV, 유튜브, 틱톡도 있지만 위버스도 있죠.
무한 공급, 다시 말해 ‘양 치기’. 이런 화두도 있어요. 완성된 슬롯사이트 업만 내놓을 것이냐, 준비하는 과정도 슬롯사이트 업로 만들어서 올릴 것이냐. 양을 늘리려면 후자로 가야 해요. 아이돌은 잠들면서도 라이브 (중계)를 합니다. 앨범 공장에 가서 패키징하는 모습을 찍기도 해요. 그러면 최종 슬롯사이트 업가 나오기 전에 승부가 끝나요. 선주문으로 세븐틴과 스트레이키즈가 500만 장을 팔았어요. 최종 상품을 보지도 않고 산 거예요. 마음을 먼저 샀으니까.
Q 정제된 슬롯사이트 업만으론 안 된다?
그렇죠. 상호 의존적이에요. 같이 가야 합니다.
‘정제된 슬롯사이트 업’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해요. 예를 들면 《홍김동전》이라는 KBS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종영했죠. 넷플릭스에서 다시 제작했는데 1등 했어요. 제작비는 더 싸졌습니다. 공중파에서는 1시간 반을 꼭 채워야 했는데, 넷플릭스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는 거예요. 20분 분량으로 만들었어요.
Q 영화, 드라마도 ‘K슬롯사이트 업’로 묶입니다. 넷플릭스 덕에 글로벌 흥행작이 나옵니다.
쉽지 않다고 봅니다. 디지털 슬롯사이트 업를 잘 만들지만, 막상 중요한 미디어를 잡지는 못하고 있어요. 그런데 디지털 슬롯사이트 업의 가치가 0으로 수렴해 가고 있거든요. 누구나 만들 수 있고, 보고 즐길 만한 슬롯사이트 업가 너무 많아요. (슬롯사이트 업 가격을 떨어뜨려도 살아남을 수 있는) 소수 플랫폼으로 정리가 이미 끝났습니다. 디지털 경쟁은 끝났어요.
그런데 동시에 공연 티켓 가격은 더 비싸집니다. 결국 디지털 슬롯사이트 업, 온라인 미디어를 구상하면서 동시에 오프라인과 경험으로 가는 구조를 함께 짜야 해요. 소비자가 다시 슬롯사이트 업를 전파하는 요소까지 고민해야 하고요. 디지털 100% 사업은 다 어렵다고 봐요.
시스템이 완벽하다고 여기는 순간 역설적으로 무너집니다. ‘리니지 라이크’가 그렇죠. K팝은 어떨까요? 그 자체로 장르가 아니라면, 계속 새로운 장르를 수혈해야 할 겁니다.
K팝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 대부분은 한국 사람이 아닙니다. 보통 한 곡을 열 명 내외의 작곡가가 함께 만듭니다. 분업화 돼 있어요.
Q 레거시는 어떻게 적응해야 합니까?
방송사 후배에게 조언한 적 있어요. “TV 프로그램 만드는 게 네 일의 전부가 아니야.”
전체 전략을 짜야 합니다. ‘네가 만든 슬롯사이트 업가 어떻게 다양한 미디어에 노출되고, 소비자를 통해서 다시 입소문 날 수 있는지’를 말입니다. 창작자, 슬롯사이트 업, 미디어, 소비자를 다 잡는 전략을 만들어야 해요. (네 가지 요소가) 선순환하게 해야 합니다.
Q 예를 들면.
《최강야구》. 온라인 미디어에서 슬롯사이트 업를 볼 수 있어요. 수많은 슬롯사이트 업를 거의 무료로 풉니다. 그렇게 해서 야구장에 오게 만들어요. 최강야구 경기 티켓을 10만 원안 안팎에 판매합니다. 여성 관중도 많아요. 현장 사진 찍어서 본인 SNS 계정에 올리죠.
왜 오프라인을 찾을까요? 온라인에는 내가 없어요. 화면 속에 들어갈 수 없잖아요. 현장에선 내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그 현장이 귀한 자리일수록 내가 빛나겠죠.
또 관중이 사진, 영상을 올리면 더 많은 사람에게 슬롯사이트 업가 도달할 겁니다. 과거에는 1만 명이 경기를 보면 그걸로 끝이었지만, 이제는 10만 명에게 도달하는 거예요.
Q 팬덤은 정치도 움직입니다. 미국의 MAGA가 그렇죠.
레거시 미디어가 트럼프 당선을 두 번이나 예측하지 못한 건, 세상의 바이럴, 임팩트가 뉴미디어를 중심으로 가고 있단 걸 파악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해리스는 정제된 매체만 만났어요. 60분씩, 매체 두세 곳에 나가 인터뷰했죠. 그런데 트럼프는 양으로 승부합니다. 개수도 많고, 시간도 길어요. 맥도널드에서 감자 튀기고, 격투기 채널에도 나가요. 골프 치는 걸 생중계합니다. 그리고 팟캐스트를 했습니다.
세상이 너무 달라졌나요? 사실 달라진 건 미디어예요. 창작자는 어느 때고 있었습니다. 슬롯사이트 업도 그래요. 달라진 게 있다면 한 창작자가 여러 미디어를 다루기 시작한 겁니다.
Q 제조업도 브랜드가 필요합니다. K팝 모델을 적용할 수 있을까요?
K팝이 성공하니 다들 팬덤 마케팅을 한다고 해요. 쉽지 않습니다. 팬에게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계속 교류하고, 접촉하고, 느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일론 머스크처럼 제품과 사람을 일치시킨다면 팬덤을 만들 수 있죠.
Q 일전에 딸의 ‘덕질’을 보면서 K팝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하셨어요.
경제 공부를 시켜야 한단 생각에 덕질을 놔두는 건 아니에요. 관찰슬롯사이트 업 거예요. 아이가 무엇인가에 빠져 있으면, 같이 해보는 게 최선이라고 봐요. 막는다고 막아지지 않거든요. 차라리 같이 해 보면, 아이의 시각으로 보다 보면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어요. 모든 행위에는 의미가 있잖아요.
포토카드를 팔기 위한 과정을 보면요. 우선 포토카드 시세를 파악해요. 그리고 편의점에 자주 갑니다. 편의점에 가면 반값에 택배를 보낼 수 있어요. 보니까 그렇게 1년에 2백 번을 갔더라고요. 횟수를 보고 경악했죠(웃음). 그리고 팔리는 문구를 만들고, (거래 플랫폼에) 올리는 시간까지 고민해요. 마케팅이죠. 사업슬롯사이트 업 거예요.
요즘엔 딸에게 제 일 얘기를 해요. ‘요즘은 어떤 아이돌이 뜨니?’ ‘이 굿즈 목표 판매량이 이 정도인데, 될까?’라는 식이에요.
그리고요, 덕질도 ‘현타’가 옵니다. 언제 오는지는 각자 다르지만, 대부분 와요.
Q 관심 갖고 지지하면 알아서 배우고 깨닫는다. 한국 부모들이 제일 못슬롯사이트 업 건데요.
말은 이렇게 해도 관찰로 끝나지 않을 때가 있어요, 당연히. 그리고 10년 전부터 형진 대표님에게도 말한 게 있어요. ‘젠지(Gen Z)의 미래가 우리의 미래’라고요. 지금 우리도 밤늦게 스마트폰 하고, 밖에 잘 안 나가잖아요. 요즘은 우리도 흔히 쓰는 ‘헐’ ‘대박’ 같은 말도 예전엔 젊은 애들이 쓰는 속된 말이라고 했어요. 그 친구들 모습이 몇 년 뒤 우리 모습이라는 말이에요. 거부할 수 없어요. 그래서 더 관찰하려고 슬롯사이트 업 겁니다.
Q 저와 정반대네요. 고등학교 가기 전까지 스마트폰은 안 사 주려고 슬롯사이트 업데.
저는 초등학교 때 사 줬어요. 아주 죽도록 써보고 질려라(웃음).
그 친구들 모습이 몇 년 뒤우리 모습이라는 말이에요. 거부할 수 없어요.그래서 더 관찰하려고 슬롯사이트 업 겁니다.
Q《개인의 시대 사적인 만남》이란 책을 내셨죠. 지인들에게만 무료로 주셨어요. 부사장님의 본질은 ‘디지털’이 아니라 ‘연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획부터 출판까지 직접 했어요. 배포는 카톡과 페이스북 신청을 받아서 했고요. 321권을 찍었는데(※그의 생일이 3월 21일이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됐습니다. 처음부터 책으로 돈 벌긴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연결의 도구로 봤죠.
내 책을 누가 샀는지 모른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누가 왜 신청슬롯사이트 업지 보고 싶었어요. 책 한 권 한 권에 번호를 매겨서 배포했죠. ‘001/321’ 이런 식으로 적었어요. 또 신청받을 때 사연을 함께 받았습니다. 거기서 많은 일이 벌어졌어요.
완성된 책이 아니었어요. ‘게임도 베타 버전이 있는데 어때?’ 오타도 다 잡지 못한 버전을 오프라인 모임에 먼저 배포했어요. 그리고 날것의 리뷰를 정식 버전의 앞부분에 실었습니다. ‘(인터뷰이가) 미인이시다’ ‘아직 책을 못 읽었어요’ 이런 리뷰를 그대로 넣었죠.
마지막으로 책을 받아 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책에 삽입한 QR코드를 통해서 신청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 분이 어떤 분을 추천슬롯사이트 업지, 책이 어떻게 전파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한 사이클을 돌려보니, 책이 무기가 됐습니다. 책으로 사람과 만나고, 저를 브랜딩해요. 저를 지탱슬롯사이트 업 도구 중 하나가 됐죠.
Q 그 책을 쓰실 때 펑타이코리아에 계셨어요. 직원이 네다섯 배로 늘었죠. 이후에 회사를 여러 번 옮기셨는데, 스트레스가 없지 않으셨을 거예요. 부사장님에 비춰보면, 저는 사실 요즘 지친 마음이 있어요. 그런 저 스스로에게 놀랍니다. 그런데 부사장님은 저보다 1살 많은데 어떻게 그런 에너지를 계속 유지합니까?
달리기가 첫째예요. 체력이 중요합니다. 체력이 되면 여유가 생겨요. 몸이 돌아가면 머리에 여유가 생깁니다. 8, 9년 뛰었어요. 처음엔 1㎞였는데, 재미가 붙어서 이제 풀코스를 뜁니다. 일주일에 많이 뛰면 세 번이고요, 보통은 한 번 정도.
Q 러닝이 너무 하고 싶은데 미세먼지가 많은 날일 수도 있잖아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달리기 광이에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2009)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계속 달려야 슬롯사이트 업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작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슬롯사이트 업 일뿐이다.” 하나의 멋진 이유, ‘어썸 리즌’이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가 많은 날,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도 뛴다는 겁니다.
여유, 여백이 있어야 번아웃이 오지 않아요. 여백이 생기면 짜증 나거나 해보지 않던 것들이 들어와도 흔쾌히 받아들이는 거지. 여백의 핵심은 코어예요. 코어가 있으면 여백이 생겨요. 여백을 먼저 확보하려고 하면 안 돼요.
Q 최 부사장의 코어는.
마케팅, K팝 엔터테인먼트, 디지털,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