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사이트 1기 상무장관의 경고 “자신감 과하면 역풍”

윌버 로스 전 장관은 슬롯사이트 행정부가 무역 협상에서 지나친 양보를 요구할 경우, 협상 결렬이란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5-06-17Eleanor Pringle & 김다린 기자
슬롯사이트 전 행정부의 상무장관 윌버 로스.[사진=셔터스톡]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은 무역 협상에서 상당한 협상력을 가진다. 그러나 슬롯사이트 행정부가 이를 지나치게 활용하려 한다면, 오히려 동맹국들이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경쟁국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올해 주주 서한에서 “슬롯사이트 대통령의 미국 우선(America First)’ 정책은 괜찮지만, ‘미국 고립(America Alone)’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슬롯사이트 전 행정부의 상무장관 윌버 로스(Wilbur Ross)의 입장도 비슷했다. 그는 포춘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슬롯사이트 행정부가 영국, 중국과의 프레임워크 합의 체결 등 초반 성과에 고무되어 지나치게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이뤄낸 성과 자체가 미국이 가진 협상력의 위력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문제입니다. 정부가 이 성과에 도취해 상대국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요구를 할까 봐 우려됩니다. 초반의 성공이 자칫 오만으로 이어질 수 있거든요.”

현재까지 미국은 영국과의 합의를 비롯해 중국, 인도, 일본과의 협상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로스 전 장관은 “실질적으로 미국과 거래에서 판을 움직일 수 있는 국가는 4~5곳 정도이며, 슬롯사이트 대통령은 이들과의 협상에서 꽤 잘하고 있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EU에는 예외를 뒀다. 그는 “EU는 본질적으로 하나의 통일된 실체가 아니기 때문에 양보를 이끌어내기가 굉장히 어렵다”면서 “27개 회원국이 각기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각국이 모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스 전 장관은 EU와의 협상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 반면, 일본, 중국, 베트남과의 협상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슬롯사이트 전 대통령은 과거 EU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라 주장하며 EU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EU와의 협상이 지연되자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50% 관세 부과를 경고했으며, 이후 이 조치는 90일간 유예됐다.

포춘이 어떤 지역과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지를 묻자, 로스 전 장관은 “EU는 확실한 후보”라며 “회원국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베트남은 슬롯사이트가 큰 관세를 부과한 국가인데, 무역 적자가 급증한 건 중국의 공장들이 대거 베트남으로 이전했기 때문”이라며 이례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다이먼이 특히 우려하는 부분도 바로 EU와의 관계다. 그는 유럽의 경제적 취약성이 EU의 분열로 이어질 경우제2차 세계대전 전야와 같은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목표는 유럽 국가들이 강해지도록 돕고, 그들과의 유대를 유지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유럽이 약해져 분열된다면, 결국 중국이나 러시아에 의존하는 ‘속국’처럼 전락할 수 있습니다.”

/ 글 Eleanor Pringle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