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법을 바꾼 줌 CEO 에릭 슬롯사이트이 일하는 법
줌(Zoom) CEO 에릭 슬롯사이트은 “리더에겐 워라밸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Z세대 자녀를 둔 아버지로서 “일보다 가족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0년간 줌(Zoom)만큼 일터의 개념을 바꿔 놓은 기업도 드물다. 영상회의 소프트웨어 줌은 사람들을 회의실에서 벗어나 해변, 소파, 혹은 그 사이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줌의 창업자이자 CEO인 에릭 슬롯사이트은 자신이 만든 기술의 ‘의도치 않은 결과’와 씨름하고 있다. 줌의 성공은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지만, 동시에 일과 삶의 경계도 거의 사라지게 했다.
그는 최근 ‘그릿(Grit)’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우리 팀에 말합니다. ‘여러분, 일과 삶의 균형은 없어요. 일이 곧 삶이고, 삶이 곧 일이에요’라고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슬롯사이트은 “가족과 줌” 외엔 다른 취미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두 가지가 충돌할 때는 보다 얘기가 달라진다. “무엇보다 가족이 먼저입니다. 그게 전부예요.”
이 같은 발언은 워라밸의 환상이 리더십 현실에서는 어려운 일임을 인정하는 또 하나의 사례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TIAA CEO 타순다 브라운 더킷, 링크드인 공동창업자 리드 호프먼 등도 유사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AI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지만, 슬롯사이트은 Z세대 자녀 셋을 둔 부모로서 젊은 세대가 현재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하고 있다는 점도 잘 안다고 말한다.
“사실 때때로 너무 걱정됩니다. 특히 컴퓨터공학 전공 졸업생들 말인데요. 요즘 취업이 정말 쉽지 않잖아요. 그건 좀 미친 거예요.”
그는 10~20년 안에 오늘날 존재하는 직업들 대부분이 AI에 의해 대체되거나 보조될 가능성도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공포에 휩쓸리기보다 ‘AI 중심의 직장 환경’에 천천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매일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세요. 좋은 성적을 받으려고 노력하고, 캠퍼스 생활도 즐기세요. 동시에 AI를 조금씩 배워보는 겁니다. 정신적으로 미리 준비하는 게 중요해요.”
줌은 기술 산업의 부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기업이다. 2019년 4월 상장 당시 줌의 기업가치는 92억 달러였다. 하지만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팬데믹이 닥치며, 전 세계가 줌에 의존해 업무와 수업을 이어갔다. 슬롯사이트에 따르면 사용자 수는 1000만 명에서 3억 5000만 명으로 급증했고, 2020년 가을 시가총액은 160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재택근무 회귀 기조가 줄어들면서, 줌의 시가총액은 현재 약 200억 달러 수준으로 다시 내려앉았다.
현재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바쳐야 하는 현실이지만, 슬롯사이트은 미래에는 변화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가까운 미래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디지털 에이전트’를 갖게 될 것이며, 기존의 5일 근무제가 완전히 재정의될 수 있다고 본다.
“AI 기술이 정말 성숙해지면요, 5일씩 일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어쩌면 3일, 혹은 2일만 일해도 될지도 모르죠.”
/ 글 Preston Fore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