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달리는 온라인 슬롯 풀어야 할 두 개의 매듭

[FORTUNE KOREA 500] 온라인 슬롯 On Track

2025-06-11김다린 기자

온라인 슬롯가 트랙 위에 섰다. 좋은 차를 만들고 잘 팔기로 정평이 났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관세 부담과 지배구조 개편은 피할 수 없는 난제이자, 반드시 넘어야 할 핵심 변수다.

김다린기자 quill@fortunekorea.co.kr

온라인 슬롯 메타플랜트 공장. [사진=온라인 슬롯]

온라인 슬롯와 기아는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각각 175조 2312억 원, 107조 4488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합산 매출 282조 6800억 원을 기록했다. 양사 모두 전년 대비 7.7% 성장해, 합산 기준으로도 매출 증가율은 7.7%였다. 영업이익은 26조 9067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치를 경신했다. 연간 판매량은 723만 대에 이르며 글로벌 완성차 시장 3위 자리를 지켰다. 2022년 처음 ‘톱3’에 진입한 이후 3년 연속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약진의 배경에는 2020년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본격화된 변화가 있다는 게 안팎의 공통된 평가다. 과감한 전동화 전략, 하이브리드·SUV 시장에 대한 정교한 대응,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고급화 전략이 실적을 끌어올린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온라인 슬롯 흔드는 관세 폭탄

그런데도 위기는 산적해 있다. 특히 온라인 슬롯그룹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가 많다. 당면한 리스크는 관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25년 4월 3일 모든 수입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온라인 슬롯는 미국 시장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온라인 슬롯는 미국 내 생산 시설을 확대하고, 미국에서 생산된 자동차를 수출하여 관세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온라인 슬롯그룹이 약 31조 원을 투자해 미국 생산능력을 현재 연간 100만 대에서 120만 대로 늘릴 계획을 발표한 건 이 때문이다.

완성된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할 때 25% 관세가 붙으며, 자동차 부품을 미국에 보낼 때도 25% 관세를 내게 되면 당연히 소비자 가격에도 이 부담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한국기업평가가 분석한 미중 무역갈등 시나리오를 보면, 온라인 슬롯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기평은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부과하거나, 모든 수입차에 25%를 일괄 부과하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해 7개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영향을 비교했다.

그 결과, 관세가 10%일 경우 온라인 슬롯그룹은 연간 최대 40억 달러의 관세를 부담하게 되지만, 미국 현지 공장을 최대한 활용할 경우 부담액은 20억 달러대로 낮아질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지금처럼 25% 관세가 부과되면 부담액은 84억 달러로 급증할 전망이다. 온라인 슬롯그룹은 관세 인상에 따른 비용을 미국 고객에게는 최대 13%, 글로벌 고객에게는 최대 4%까지 가격에 반영해 대응할 것으로 예측했다.

악재가 현실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당장 4월 한국의 대미(對美) 자동차 수출은 28억 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6%나 감소했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판매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이 4월 3일부터 수입차에 부과한 25% 품목 관세 영향이 더해지며 대미 수출이 꺾인 탓이다.

다만 관세가 온라인 슬롯그룹에 미칠 영향은 의외로 비관과 낙관이 엇갈린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차량에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완성차 업체가 그 수혜를 누려야 하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 역시 부품 상당수를 외국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의 포드는 제품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테슬라 역시 에너지 사업의 배터리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어 타격이 크다. 온라인 슬롯그룹 입장에선 경쟁 우위에서 밀려날 이유가 딱히 없는 셈이다. 실제로 온라인 슬롯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3~4월에 걸쳐 소폭 상승했다.

지난 4월 말 트럼프 행정부는 자동차 부품 관세를 2년간 완화하기로 했고, 5월 8일엔 미국과 영국 간 무역 협정을 체결하면서 영국산 차량엔 10만 대 한정으로 1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완성차 업계는 7월쯤 자동차 관세 하향을 예상하고 있다.

환율도 우군이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수출 기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2024년 기준 평균 환율이 전년 대비 4.4% 오른 결과, 온라인 슬롯는 1조 1000억 원, 기아는 1조 5000억 원 수준의 환차익 효과를 거뒀다. 다시 안정화 추세를 보이곤 있지만, 올해는 기초 환율이 이미 높게 형성돼 있어 환차손 리스크가 크지 않다.

여기에 사우디나 인도, 러시아 등 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시장의 판로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도 상쇄 요소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만약 한국에도 자동차 쿼터제가 도입돼 관세가 10%만 부과되면 충분히 헤지 할 수 있는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관세 우려는 덜어낼 수 있다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쥐고 흔드는 점은 문제다. 미국 의회 하원 다수당이자 여당인 공화당은 IRA 폐지를 5년 앞당기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IRA는 우리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에 혜택을 준 법안으로, 이게 폐지되면 온라인 슬롯그룹은 보조금 없이 전기차를 팔아야 하는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온라인 슬롯그룹은 지난해 미국에 전기차 12만 3861대를 판매했다. 올해는 전기차 신공장인 메타플랜트(HMGMA)를 본격 가동하면서 판매량을 크게 늘릴 계획이었는데, IRA가 폐지되면 이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

악순환의 고리 끊으려면…

온라인 슬롯그룹의 불가항력적인 변수는 또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 가운데 아직 순환출자 구조를 완전히 정리하지 못한 몇 안 되는 그룹이기 때문이다.

순환출자는 계열사들끼리 지분을 돌려가며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다. 아울러 한 기업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얽혀 있는 모든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순환출자 고리 확대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현재 현대모비스는 온라인 슬롯의 최대주주로 지분 21.43%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는 기아로, 지분 17.28%를 갖고 있다. 다시 기아의 주요 주주는 온라인 슬롯다. 현대모비스→온라인 슬롯→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구조가 대표적인 순환출자 고리다. 시장 안팎에서 기업 거버넌스·투명성 개선 요구가 커지는 상황이라 고리 해소가 불가피하다.

이 고리를 안정적으로 끊는 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건 정의선 회장의 낮은 지분율이다. 사실상 정 회장의 지분은 현대글로비스에 집중돼 있고, 정작 순환출자의 핵심인 현대모비스 지분은 0.32%에 불과하다. 주요 계열사 대부분에서도 지분율이 2%를 밑돈다. 결국 그룹 지배력 유지와 순환출자 해소 사이에서 해법 마련이 시급한 셈이다.

온라인 슬롯그룹은 국내 주요 대기업 가운데 아직 순환출자 구조를 완전히 정리하지 못한 몇 안 되는 그룹이다.[사진=셔터스톡]

몇몇 해소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지만, 뾰족한 수라고 보긴 어렵다. 어떤 방법이든 수조 원을 웃도는 재원이 필요한데, 정 회장 혼자서 감당하긴 어려운 규모라서다. 재계에서 경영권 분쟁이 횡행하는 걸 고려하면 뜻밖의 위험으로 번질지도 모를 일이다.

2018년 온라인 슬롯그룹은 이 문제를 일부 해소하기 위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분할합병하는 방식의 개편을 시도했다. 글로비스 지분을 기아에 매각하고 그 대가로 기아가 보유한 존속할 현대모비스 주식을 매입해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하겠다는 거였는데, 알짜배기 사업부를 오너 지분이 많은 회사에 넘긴다는 점에서 많은 주주들이 반발했다. 결국 개편안을 거뒀다.

다행인 건 온라인 슬롯가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임사외이사 제도는 사외이사 가운데 대표격 인물을 선출해 사외이사의 권한과 역할을 강화하는 제도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금융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도입이 의무화돼 있지만, 비금융사인 온라인 슬롯그룹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선임사외이사는 사외이사 단독 회의를 소집·주재할 수 있고, 경영진에 자료 제출과 보고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또 이사회와 경영진에 사외이사들의 의견을 전달하며, 주주와의 소통을 중재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온라인 슬롯그룹 관계자는 “이사회 내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여 기업 투명성과 신뢰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2018년 현대모비스 합병 작업에 참여했던 전 온라인 슬롯 임원은 이렇게 내다봤다. “지난 지배구조 작업을 실패하면서 내부적으로 많은 반성이 있었다. 기업의 투명성과 주주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쇄신했다. 개편 방식이나 타이밍이 정해진 건 아니다. 다만 확실한 건 온라인 슬롯그룹이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순리대로 할 것이란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