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 꽁 머니 대표 악연의 이례적 협업
8년 전 해고 갈등을 빚었던 팔머 럭키와 마크 저커버그가 미군 VR·AR 장비 공동 개발을 위해 손잡으며, 기술 기업의 군수시장 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Anduril)과 소셜미디어 빅테크 슬롯 꽁 머니(Meta)가 미군을 위한 가상 및 증강현실(VR·AR) 기기를 공동 설계하기로 발표한 29일(현지 시간), 양사는 슬롯 꽁 머니 사무실에서 나란히 웃고 있는 안두릴 창업자 팔머 럭키(Palmer Luckey)와 슬롯 꽁 머니 CEO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만 보면 믿기 어렵겠지만, 불과 8년 전 슬롯 꽁 머니(당시 페이스북)는 럭키가 친트럼프 단체에 기부했다는 이유로 내부 반발을 샀고, 이후 공식적으로 그를 해고했다. 당시 럭키는 자신이 설립한 가상현실 스타트업이 20억 달러에 페이스북에 인수된 뒤 회사를 함께하던 중이었기에, 커리어의 정점에서 겪은 해고는 개인적으로도 깊은 상처였다.
그는 지난해 슬롯 꽁 머니과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은 내가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 기준을 영원히 바꿔놨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저커버그와 럭키는 실리콘밸리에서 대표적인 ‘악연’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었고, 두 기술 창업자는 이제 더 많은 돈을 벌고 미국의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죽음의 드론을 만드는 스타트업과 “세상을 더 가깝게 연결하자”는 이상으로 시작된 소셜네트워크가 함께하는 놀라운 동맹이다.
이들의 첫 협력 프로젝트는 ‘이글아이(EagleEye)’로, 미군을 위한 헬멧과 헤드셋 개발이 중심이다. 이 기기들은 적을 식별할 수 있도록 향상된 열화상 센서와 온도 감지 기능, 드론을 제어할 수 있는 연산 및 통신 시스템 등을 내장할 예정이다. 양사는 이미 이 프로젝트를 위해 미 육군의 한 프로그램에 제안서를 제출한 상태다.
‘좋아요’ 버튼을 만든 회사, 인스타그램과 스레드를 운영하는 기업이 전장 장비 사업에 진출한다는 것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국방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납득할 만하다. 미국 국방부는 2025 회계연도에만 벌써 1560억 달러(약 210조 원) 이상을 계약에 사용했다. 펜타곤과 긴밀한 관계를 맺은 기술기업 팔란티어(Palantir)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62% 급등했고, 슬롯 꽁 머니 주가도 10% 상승했다.
슬롯 꽁 머니는 AI 사업에 깊숙이 뛰어든 만큼, 국방 예산에서 수익을 확보해야 할 압박이 커지고 있다. 안두릴과의 파트너십은 슬롯 꽁 머니가 자체 개발한 라마(Llama) AI 모델을 미군이라는 대형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는 가능성을 키워준다. 안두릴은 반대로 슬롯 꽁 머니의 가상현실 기술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기술 중 상당수는 원래 럭키의 스타트업을 인수하면서 얻게 된 것이기도 하다.
지금의 슬롯 꽁 머니는 8년 전 럭키를 해고했던 시절과는 확연히 다르다. 한때 보수 성향 콘텐츠를 검열한다는 비판을 받던 슬롯 꽁 머니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 재선 이후 다양성과 포용 관련 프로그램을 해체했다. 저커버그 역시 외모 스타일부터 바뀌었고, 백악관과 마러라고를 수차례 방문해 트럼프와 회동하기도 했다.
럭키는 저널리스트 애슐리 밴스(Ashlee Vance)와의 팟캐스트에서 이번 협력이 약 1년 전부터 준비됐다고 밝혔다. 과거의 불화를 넘어서게 된 계기와 관련해, 그는 지난해 10월 슬롯 꽁 머니에 말했다. “이미 저커버그와 화해했다. 그가 사과했다. 내 해고를 주도했던 여덟 명은 지금 메타에 아무도 남아 있지 않다.”
/ 글 Jessica Mathews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