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가 그린 온라인 슬롯…AI 기반 실내 스캔 기술 공개
AI로 전파 분석 실내 온라인 슬롯 재구성 카메라·센서 없이 집 구조 파악 가능
집 안 인터넷 라우터 전원을 켜 두는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수천 가닥의 전파가 방과 복도를 훑고 돌아다닌다. 스마트폰 사용 중인터넷 속도로만 체감해온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연구팀이 와이파이의 물리적 특성을 응용해 집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밝혔다.
28일(현지 시간)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어배너-샴페인(UIUC)과 아마존 공동 연구팀이 카메라나 레이더 센서 없이 일상적인 와이파이(WiFi) 신호의 반사파만을 이용해 실내 공간 온라인 슬롯를 재구성하는 AI기술 ‘에코너프(EchoNeRF)’를 공개했다.
에코너프 기술은3차원 구조 분석기술 ‘뉴럴 래디언스 필드(NeRF)’를 무선 신호 환경에 맞춰 재설계한 것이다. 너프는 여러 장의 2차원 사진으로부터 3차원 장면을 정교하게 복원하고 새로운 시점의 이미지를 생성하는 AI 기술이다.주로 카메라나 라이다(LiDAR)처럼 빛의 직진성(LoS)에 의존하는 광학 센서 데이터를 활용한다. 그러나 와이파이나 음향 신호 등 무선 주파수(RF) 신호는 벽이나 물체에 여러 번 반사되는 ‘다중경로’특성이 강해, 기존 광학 NeRF 방식으로는 주변 환경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일부 연구에서 무선 신호 예측에 NeRF를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실제 공간 구조를 학습하기보다 특정 위치의 신호 값을 예측하는 데 그치는 한계를 보였다.
에코너프는 와이파이 신호를 이용해 보이지 않는 실내 구조를 그림처럼그려내는 기술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벽에 가려진 곳까지 와이파이 신호가 어떻게 퍼져 나가는지 관찰하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집 안의 온라인 슬롯를 제작한다.
와이파이 신호는 송신기에서 출발해 벽이나 가구에 부딪히고, 다시 돌아와 수신기로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직진해서 오는 LOS 빛 신호뿐 아니라, 벽에 한 번 반사돼서 오는 1차 반사 신호까지 모두 고려할 수 있다.
에코너프는실내를 아주 작고 규칙적인 블록들인 복셀(voxel)로 나눈다. 각 복셀은 신호를 얼마나 가로막는지, 실내 벽이어느 방향으로향하는지를 파악한다. 예를 들어, 어떤 복셀이 신호를 거의 차단하면 벽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신호가 잘 통과하면 빈 공간으로 표시한다.
집 구조를 파악하는 데 사용하는 정보는 세가지다.와이파이 송신기 위치(Tx), 여러 수신기 위치(Rx), 각 수신기에서 측정된 수신 전력 세기다.이 정보를 토대로 수신한 신호 강도에 따른 벽 구조를 추정한다.위 복셀들의 투명도와 방향성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실내 온라인 슬롯를 그려낼 수 있다.
연구팀은 개발 과정에서 실내 벽은 대부분 평평하다는 사실에 착안해반사 경로 계산도줄였다. 연산 과정이간단해지면서학습 속도와 정확도를높일 수 있다. 학습 과정도 두 단계로 나누어 단순화했다.먼저 직진 신호만 배우고 다음에 반사 신호를 추가로 학습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성능을 실험하기 위해 연구팀은 엔비디아의 ‘시오나(Sionna)’ 시뮬레이터와 부동산 거래 사이트질로우의‘실내 데이터셋(ZIND)’을 사용했다. 2.4GHz 대역 와이파이 신호 약 2000개만으로도 실제 온라인 슬롯와 약 38% 일치하는 지도를 그려냈다.연구팀에 따르면 AI가 와이파이 신호만으로 제작한 방의 온라인 슬롯는 복도·거실·방 구획을 육안으로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이다. 이는 기존 무선 기반 환경 인식 기술보다 한결 뚜렷한 성과로 평가됐다.
이렇게 학습된 모델은 단순히 온라인 슬롯를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특정 위치에서 와이파이 신호 세기를 예측하거나 주요 신호 경로를 레이 트레이싱 기술 등으로 시각화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에코너프같은 기술이 발전하면, 카메라나 센서 없이도 벽 뒤 사정까지 파악하는 스마트 홈·로봇 시스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다만 연구팀은 전파 신호로 상세한 집 공간 구조를 추론하는 기술이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데오용될 가능성도 있음을 경고하며책임감 있게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학술 논문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28일 게재됐다.
/ 육지훈 기자 editor@popsc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