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 사모펀드는 ‘먹튀’ 아냐… 프랙시스의 반론

인터뷰 | 라민상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 공동대표

2025-05-29김타영 기자

사모펀드는 정말 슬롯사이트사이트을 쥐어짜 껍데기만 남길까? 손실률 0% 사모펀드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의 라민상 공동대표는 대부분 그 반대라고 말한다.


라민상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 공동대표. [사진=강태훈]

사모펀드 업계가 바짝 움츠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MBK발 노이즈에 업계 전체가 도매급으로 먹튀·악당 취급을 받고 있어서이다. 사모펀드 업계는 여러 채널을 통해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가 북미식의 약탈적 운영을 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라며 “MBK가 특수할 뿐”이라 선 긋기에 나섰지만, 계속 업데이트되는 MBK 이슈에 묻히는 분위기다.

가장 불편한 시선은 ‘슬롯사이트사이트을 공중분해시켜’ 수익을 남긴다는 것이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알짜 부동산을 팔아 배당금으로 활용했듯이, 사실상 자산 스트리핑(Asset Stripping) 전략으로 수익을 챙기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사모펀드에 인수된 슬롯사이트사이트은 고혈을 빨아 먹힌 뒤 결국 껍데기만 남는다’는 오래된 인식이 더욱 공고해지는 분위기이다.

사모펀드 관계자들은 이 같은 인식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개개 딜에서 경주되는 수많은 노력, 그중에서도 투자·인수 슬롯사이트사이트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들어가는 각고의 노력이 무시됐다고 입을 모은다.

슬롯사이트사이트코리아는 ‘노력’이라는 표현에 집중했다. 그간 사모펀드 관련 뉴스는 어떤 기업을 얼마에 인수하고 얼마의 가치를 남기고 팔았는지 등에 집중됐고, 그 과정에서의 일들은 대부분 생략됐다. 사모펀드 운용사가 기업 투자·인수 후 어떤 일, 어떤 노력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잘 없었다는 뜻이다.

슬롯사이트사이트코리아는 실례(實例)를 통해 이 과정을 생생하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인터뷰이를 수소문했다. 대부분은 이 엄혹한 시기에 괜히 주목받아 ‘문제를 만드는 것 아닌지’ 우려하며 인터뷰 제안을 고사했다.

하지만 의외의 인물이 인터뷰를 받았다. 실현기준 Gross IRR 42.9%, MoIC 2.3x, 손실률 0%. 앞서의 편견과 수치만 놓고 보자면 슬롯사이트사이트의 골수까지 뽑아 먹는 듯한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Praxis Capital Partners)의 라민상 공동대표였다. 지난 5월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 본사에서 만난 라 대표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있어 시간을 오래 비워놓았다”라며 기자를 맞았다.


Q. 2013년부터 2025년 5월 현재까지 22개 슬롯사이트사이트에 투자를 집행해 11건에서 높은 수익률로 회수를 마쳤고, 나머지 11건도 수익권입니다. 이 정도면 ‘사모펀드 운용사가 쉽게 돈을 번다’는 말이 비약은 있을지언정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단언컨대, 그동안 쉬운 거래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모든 투자에는 항상 이슈가 있었고, 고통스럽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으며, 해결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있었어요. 돌발 악재나 재난에 가까운 이벤트로 눈앞이 까매졌던 경험도 여러 번 있습니다.

그런 모든 난관을 헤치고 해결해 낸 결과가 바로 그 숫자들입니다. 결과가 중요한 업계다 보니 숫자만 이야기되고 또 사람들도 숫자 이면의 노력들엔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아 저희가 쉽게 돈을 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Q.재난에 가까운 이벤트란 어떤 것일까요? 0% 손실률과 매치가 잘 안됩니다.

저희는 계절 가전 회사에 투자한 적이 있습니다. 이 회사는 제습기로 아주 유명한 곳이었어요. 저희가 투자하기 전까지 굉장히 잘 팔았고 또 당시가 제습기 보급률이 막 올라가던 때라 좋은 투자처라 생각해 2대 주주로 들어갔습니다.

흔히 제습기는 여름 직전에 사서 여름 동안 씁니다. 그래서 이 회사도 미리 생산해 재고를 쌓아놨어요. 그런데 이 재고로 인해 문제가 생겼습니다. 직전년도에 재고가 없어 못 판 경험 때문에 겨울에서 봄 동안 엄청 생산해 놨는데, 그해 여름에 생각지도 못한 마른장마가 든 거예요.

회사의 창업자이자 대주주는 몇십 년 동안 무차입 경영을 고수해 온 분이라 쌓인 재고와 차입금이 익숙하지 않았고, 그래서 저희에게 투자 기회를 주셨습니다. 당시 저희는 우리나라의 과거 40년 강수량을 분석했을 때 그해가 좀 특수할 뿐이라고 생각했어요. 회사의 상품 개발 능력이나 마케팅 역량, 제습기의 대명사와도 같은 인지도 등도 다 같이 고려했지만, 문제가 됐던 재고 이슈를 ‘일시적’이라 생각한 게 투자판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런데 투자 다음 해에도, 그다음 해에도 마른장마가 계속되는 겁니다. ‘내년에 비 오면 재고 쌓아놓은 것도 다 나가겠지’ 하고 쉽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적극적인 대응으로 전환했습니다. 비 오기를 기다리기보다는 개발 중인 다른 가전제품을 흥행시켜 보자고 시동을 걸었죠.

처음엔 새로운 기능을 넣은 정수기를 띄웠는데 잘 안됐습니다. 다음으로 공기청정기를 내세웠는데, 미세먼지와 황사가 심해지면서 이게 잘됐어요. 지금 말은 이렇게 쉽게 하지만 당시엔 온갖 상황을 가정해 전략적으로 내린 판단입니다. 판매도 제습기와는 다르게 ‘가성비 제품을 만들어 온라인 채널을 통해 유통하자’는 전략을 썼는데 잘 먹혔죠. 부지런히 공기청정기 생산 라인을 증설해 수요에 대응했고, 성공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Q.천재지변 외 일로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었나요?

전자세금계산서 설루션을 서비스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인수한 적이 있습니다. 돈은 굉장히 잘 벌지만 성장성이 부족한 핵심사업과, 규모는 작지만 성장 포텐셜이 큰 성장사업을 영위하는 슬롯사이트사이트이었죠. 앞엣것은 당연히 전자세금계산서 설루션 사업이었고, 뒤엣것은 데이터 분석 및 판매 사업이었습니다. 전자를 캐시카우로 활용하면서 후자를 궤도에 올려놓으면 슬롯사이트사이트 가치가 3~4배 이상 커질 것이라 기대해 투자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인수 후에 보니 데이터 사업에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인수 전 실사에서 꼼꼼히 살핀다고 살펴도 아주 가끔 놓치는 것들이 있는데 이 경우가 그랬죠. 이론적으로는 가능했지만, 실제 사용자가 제대로 된 정보를 기록하지 않아 데이터 구체성이나 정합성, 커버리지 등이 생각보다 약했고 데이터 인사이트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도 발견했습니다.

‘돈을 받고 데이터를 팔기는 어렵겠구나’를 깨달은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습니다. 인수 전 실사를 함께 했던 컨설팅사를 즉시 소환해 AS프로젝트를 시작했죠. 최종 판단은 우리가 했지만 실사를 잘못한 책임도 있다, 어떻게 이 비즈니스를 살릴 수 있을지 같이 고민해 보자 했습니다. 그래서 추가 비용까지 지불하며 3개월간 열심히 했어요. 하지만 그래도 원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데이터 사업은 접었습니다. ‘확실히 아니다’ 싶은 건 빨리 접고 그 시간을 확보해 새로운 슬롯사이트사이트가치 제고 방법을 찾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어요. 대안 없이 사업을 접는 게 불확실해 보일 수 있지만, 빨리 비워야 더 빨리 채울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당시는 하루하루가 정말 힘들고 절실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떠올린 게 볼트온(Bolt-on) 전략이었어요. 데이터 애널리틱스와 시각화 부문서 국내 1위 슬롯사이트사이트에 연이 닿았고, 창업자를 설득해 인수했습니다. 그리고 전자계약 설루션 슬롯사이트사이트과 재무 관리 슬롯사이트사이트, 근태 관리 슬롯사이트사이트 등을 연이어 흡수했죠. 인수 슬롯사이트사이트 창업자들에게 매각 대금 일부로 모슬롯사이트사이트 자사주를 취득하게 해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등의 여러 장치를 마련했고, 덕분에 통합이 아주 성공적으로 이뤄졌습니다. 과거 전자세금계산서 설루션으로 유명했던 이 업체는 토털 SaaS 설루션 슬롯사이트사이트으로 거듭났죠. 그 결과 엑시트할 때는 투자 원금의 3배 이상을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지=셔터스톡]

Q.빠른 계획 재수립과 실행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슬롯사이트사이트을 인수한 시점부터 많은 일이 사전에 계획한 것과 다르게 흘러갑니다. 그렇다고 앞서 예시한 것 같은 일이 많냐고 하면 그건 아니에요. 다만 자잘한 뒤틀림과 조정이 반복됩니다. 생각보다 어렵네, 시간이 오래 걸리네, 새로 영입한 경영진의 실력이 평판과 다르네 등입니다.

크게 바뀌는 일은 드뭅니다. 만약 생긴다면 그건 투자 실패라고 봐야죠. 중요한 건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어떻게 수습하고 해결해 내느냐입니다. 그게 사모펀드 운용사의 실력이고 그 결과가 숫자로 나타나는 거예요.

Q.자잘하더라도 생각한 것과 다른 상황을 마주하는 건 상당히 큰 스트레스 같습니다. 어떻게 이 불확실성을 소화하나요?

사모펀드들은 인수 전에 정밀하게 회사를 검토하고 어떻게 가치를 키울 것인지 세밀하게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회사 밖에서 판단하는 만큼 분명 한계는 있어요.

그래서 인수 초기가 중요합니다. 저희 같은 경우는 인수 후 회사에 들어가서 다시 한번 조건과 상황을 검토하고 우선순위와 세부 투자 계획을 조정해 확정합니다. 보통 100일 동안 이 작업을 하는데요, 저희가 밖에서 판단한 내용이 맞는지 그리고 계획한 내용이 예상 기간 내 달성 가능한 것인지 등을 보는 거죠.

이 과정에서 특히 조직 구성원들과의 스킨십에 공을 많이 들입니다. 개별 팀과 회식하거나 타운홀미팅을 하면서 우리가 어떤 사람들이고 왜 이 회사에 투자했는지, 어떤 점을 좋게 봤는지, 성장 자금은 얼마를 넣을 생각이고 어떻게 성장시켜 나갈 것인지에 관해 설명합니다. 또 구성원들과 식사나 술자리를 가지면서 여러 솔직한 이야기들을 들어보죠. 앞서 데이터 사업 건도 이 과정에서 적신호를 감지했습니다. 담당 부서장님이 저희의 지향점과 실적목표를 듣고 매우 힘들어하면서 “이거 키우는 게 잘 될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프로세스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조직의 역량을 체크해 볼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재 회사의 인적 역량이나 조직 구조로 우리가 계획한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지,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새로운 인재영입이나 조직구조 변경이 필요하지 않을지 등을 알 수 있죠.

사모펀드 운용사든 아니면 일반 슬롯사이트사이트이든 어디를 인수하고서 상당히 고전하는 경우가 있는데, 많은 부분이 이 과정을 소홀히 해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의욕은 앞서있고, 계획도 논리에 맞는 것 같으니 ‘이게 맞아, 맞잖아’ 하면서 인수한 조직을 끌고 가거든요. 하지만 구성원들이 거기에 못 따라가면 조직 자체가 붕괴할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헤맬 수 있죠.

라민상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 공동대표는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슬롯사이트사이트의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강태훈]

Q.인수 초기 이후엔 어떻게 관리하시나요?

사모펀드 운용사마다 나름의 방법이 있고 또 저희도 인수 건마다 달라 일괄적으로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저희는 경영 관여도가 높은 편입니다. 저 또는 저희 회사 핵심인력들이 직접 (공동대표이사로) 인수 회사에 합류해 엑시트까지 함께하기도 하죠.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만 떼서 각 건에서의 공통적인 부분을 설명하자면, 저희는 주간 포트폴리오 미팅은 꼭 합니다. 매주 포트폴리오 슬롯사이트사이트 담당자들이 모여 주요 현황과 실적을 보고하고 전체 투자팀이 관련 논의를 하죠. 슬롯사이트사이트에 투자하고 경영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데요, 주간 포트폴리오 미팅이 즉각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됩니다. 어떤 문제들은 시간이 조금만 지체돼도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번지기도 해 특히 신경을 씁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주간 포트폴리오 미팅이 상당히 하드할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꼭 그렇진 않습니다. 한 주 동안 일어난 주요 사항과 이슈들을 공유하는 자리이죠. 아이디어도 샘솟아요. 다른 회사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가 관리하는 회사랑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도 떠오르고, 서로 배우는 부분도 많습니다. 저희는 10년째 주간 포트폴리오 미팅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할 겁니다.

인수 후 3년 정도가 지나면 중간 점검 시간도 가집니다. 저희는 리프레시 블루프린트(Refresh Blueprint)라고 부르는데요, 인수 시점에 세웠던 계획들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진행됐는지 확인하는 거죠. 계속 말씀드렸던 것처럼 모든 게 계획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또 중간에 새로 추가되는 계획들도 생길 수 있고요. 그래서 이 중간 점검 내용에 따라 경영진을 보강하거나 교체하기도 하고 계획을 틀기도 합니다. 향후 5년, 10년 후의 지향점에 대해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죠.

Q. 투자-엑시트 기간이 통상 5년 전후로 알고 있는데 꽤 먼 미래까지 그리는 게 특이합니다.

결국은 엑시트를 위해서입니다. 다음 인수자는 더 먼 미래를 보고 슬롯사이트사이트을 사는 거잖아요. 이 슬롯사이트사이트이 더 성장할 여지가 있어야 사지 않겠습니까. (저희가 엑시트한) 이후가 안 그려져 있으면 ‘너희가 할 만큼 다 해서 파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겠죠.

저희는 매각 이후까지 내다보며 슬롯사이트사이트을 운영합니다. 최종점이 10이라 치면, 저희가 단계적으로 3에, 4에 올라서면서 입증해 나가는 거예요. 그리고 5나 6 시점 때 파는 거죠. 흔히 저희가 슬롯사이트사이트을 꼭지에서 판다고들 많이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면 다음 인수자가 없어요. 그분들 입장에서도 더 먹을 게 있어야 살 거 아니겠습니까.

저희가 하는 일은 슬롯사이트사이트을 키워서 가치가 어깨 부근일 때 파는 겁니다. 가치를 키워 어깨 레벨을 함께 올린다는 점에서 입체적이죠. 어떤 사람의 키가 160cm일 때 어깨높이와 이 사람이 성장해서 2m일 때 어깨높이는 레벨이 다를 거 아니에요. 저희는 이렇게 슬롯사이트사이트 가치를 성장시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슬롯사이트사이트코리아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