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사이트 풀어라, 돈이 일한다” 통화정책 대전환 제안

핸키와 세커크는 연준의 금리 위주 통화정책과 도드-프랭크·바젤Ⅲ 규제가 상업슬롯사이트의 대출을 위축시켜 미국 경제에 부작용을 낳았다고 진단했다.

2025-05-24Shawn Tully & 김다린 기자
[사진=셔터스톡]

존스홉킨스대 응용경제·글로벌보건·기업연구소(Institute of Applied Economics, Global Health and the Study of Business Enterprise) 설립자이자 교수인 스티브 핸키(Steve Hanke)와 동료 매트 세커크(Matt Sekerke)가 공저한 『Making Money Work(돈이 일하게 하라)』는 흥미로운 책이다. 코로나19 이후 미국 경제를 강타한 극심한 물가 상승, 주택 및 주식 자산 가치 급등, 소득 불평등 확대의 토대를 현행 금융 체제에서 살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조절에만 매몰된 나머지 통화량 관리를 소홀히 했고, 과도한 규제 때문에 상업슬롯사이트이 신용을 공급하는 기능이 위축됐다고 지적한다. 이 두 가지 잘못된 정책이 동시다발적으로 작동해 경기 부진을 부추기고, 자칫 불필요한 경기침체를 자초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핸키와 세커크는 미국 경제정책을 ‘세 기둥으로 떠받치는 의자’에 빗댔다. 그동안 연준만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면 이제는 상업슬롯사이트과 재정 정책도 동등하게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광의통화(M2)의 약 80%를 상업슬롯사이트이 대출로 창출하는 만큼, 슬롯사이트의 대출 능력을 회복시키는 것이 곧 통화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우선 두 저자는 ‘유니버설뱅크(universal bank)’ 모델을 해체하고 투자슬롯사이트 부문과 대출 부문을 분리할 것을 제안한다. 투자슬롯사이트이 더 높은 수익을 좇아 자본을 끌어들이면, 정작 실물경제에 필요한 대출 여력이 줄어드는 구조적 결함을 바로잡자는 취지다.

둘째,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도드-프랭크법(Dodd–Frank Act)과 바젤Ⅲ(Basel III)의 고위험 가중치 규제를 완화하고, 슬롯사이트 스스로 대출 리스크를 평가해 준비금을 설정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2014년 추가 도입된 ‘보조 레버리지 비율(Supplementary Leverage Ratio, SLR)’은 안전자산까지 과도한 준비금을 강제해 슬롯사이트 대출 여력을 더욱 위축시켰다. 미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와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JP모건 CEO 등도 SLR 개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을 만큼, 실무계에서도 완화를 요구하는 규제다.

핸키는 “슬롯사이트들이 ‘보이지 않는 저축자(phantom savers)’ 역할을 하며 돈을 무(無)에서 창조하는 능력은 통화경제학이 잊은 위대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슬롯사이트 대출로 만들어진 예금이 소비를 대체해 실물투자를 가능케 하는 만큼, 슬롯사이트이 신용을 펴지 못하면 경제 성장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금융위기 이후 15년간 미국 경제정책이 어떻게 이자율 중심·강력 규제 체제로 치우쳤는지를 풍부한 데이터와 사례로 생생히 보여준다. 그리고 통화량을 다시 정책 최우선 과제로 삼고, 상업슬롯사이트을 경제 엔진의 핵심으로 복원함으로써 ‘안정된 물가와 강력한 지속 성장’을 되찾자고 제안한다.

/ 글 Shawn Tully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