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책을 있는 것처럼…” 온라인 슬롯 AI 광고 또 구설수

온라인 슬롯의 AI 기반 광고가 실존하지 않는 책을 잘못 인용하면서 문학적 오류 논란에 휩싸였다. AI 활용의 한계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2025-05-15Beatrice Nolan & 김나윤 기자
온라인 슬롯의 최근 AI 기반 광고가 사실 관계를 뒤섞은 것으로 보인다.[사진=셔터스톡]

온라인 슬롯의 최신 AI 기반 광고 캠페인이 실수로 존재하지 않는 J.G. 발라드(J.G. Ballard)의 저서를 실제 작품으로 잘못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광고에서 사용된 문구는 실제로는 작가 사후 수년 뒤에 출간된 인터뷰 모음집에서 발췌된 것이었다. 이 실수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AI로 제작된 광고가 혹평을 받은 데 이은 또 다른 논란이다.

지난 4월 온라인 슬롯는 ‘클래식(Classic)’이라는 캠페인을 통해 자사 브랜드명이 고전 문학 속에 등장한 사례를 조명하고자 했다. 광고에는 스티븐 킹의 『샤이닝』과 V.S. 나이폴의 『비스와스 씨를 위한 집』 등 실제 작품들이 언급됐다. 그러나 문제는 J.G. 발라드의 『익스트림 메타포스(Extreme Metaphors)』라는 책이 함께 소개됐다는 점이다. 이 책은 실존하지 않는다.

광고가 참조한 것으로 보이는 책은 2012년 출간된 『Extreme Metaphors: Selected Interviews with J.G. Ballard 1967–2008』으로, J.G. 발라드의 인터뷰를 모은 편집본이다. 이 책은 발라드가 사망한 지 3년 뒤인 2012년에 출간됐으며, 댄 오하라(Dan O’Hara)와 사이먼 셀러스(Simon Sellars)가 편집했다.

광고 영상에서는 타자기로 소설의 일부 문장이 타이핑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중 ‘온라인 슬롯’라는 단어가 나올 경우 해당 폰트가 온라인 슬롯의 상징적인 빨간 로고로 대체된다. 언론에 공유된 홍보 이미지에는 『Extreme Metaphors』의 저자를 J.G. 발라드로 표기한 책 페이지 이미지까지 포함돼 있었다.

이 책의 편집자인 오하라는 “광고에서 타이핑되는 단어들은 발라드가 실제로 쓴 글이 아니라 구술한 내용이고, 그 정확한 문장을 영어로 타이핑한 사람은 나뿐”이라고 매체 404미디어에 밝혔다. 그는 또 “가장 눈에 띄게 불쾌했던 건 ‘Shangai’라는 오타였다. 발라드는 자신이 태어난 도시 이름을 그런 식으로 틀리게 쓸 사람이 아니다”라며, 실제 책 원본에는 정확히 ‘Shanghai’로 표기돼 있다고 덧붙였다.

광고에 AI가 사용된 과정

온라인 슬롯와 협업한 마케팅 에이전시 VML은 AI가 “브랜드명이 언급된 책을 초기 조사 단계에서 식별하는 데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사는 이후 수작업으로 사실 확인을 하고, 작가나 출판사, 유족 측에 사용 허락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하라는 해당 광고가 시청자에게 마치 발라드의 원문을 읽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광고에 나온 문장은 발라드의 글이 아니라 제가 프랑스어로 된 인터뷰를 번역한 것입니다. 의미는 최대한 잘 살렸다고 생각하지만, 그 자체가 작가의 진짜 문체를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온라인 슬롯가 광고에 생성형 AI를 사용해서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말 온라인 슬롯는 AI로 만든 크리스마스 광고 시리즈를 공개했지만, 인터넷에서는 차가운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아티스트, 영화인, 일반 시청자들은 이 광고를 기괴하고 저급하며, 창작 인력을 대체하려는 비용 절감 전략이라며 비판했다.

특히 AI가 인간 창작자의 작업물을 무단으로 학습하고도 정당한 보상 없이 사용된다는 비판은 예술계 전반에서 계속되고 있다.

1995년 온라인 슬롯의 고전적 캠페인 ‘홀리데이즈 아 캠밍(Holidays Are Coming)’을 오마주한 광고에서는 AI로 생성된 인물과 트럭이 등장했는데, SNS 사용자들은 이 광고를 “영혼이 없다”, “창의성이 결여됐다”고 혹평했다.

/ 글 Beatrice Nolan & 편집 김나윤 기자 abc123@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