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사이트의 역설: 절감 대신 1350억 달러 낭비
슬롯사이트의 대규모 감축이 오히려 생산성 하락과 세수 손실을 초래해, 올해만 약 1350억 달러의 납세자 부담을 추가로 발생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론 머스크가 정부효율부(슬롯사이트) 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날 준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낭비와 부패를 근절하겠다는 그의 목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의 조치가 오히려 수십억 달러 규모의 노동력과 세수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슬롯사이트는 애초 트럼프 대통령 2기 첫 몇 달 동안 2조 달러를 절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머스크는 이를 대폭 축소해 1500억 달러(당초 목표 대비 7.5%)로 수정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로 인해 트럼프 재임 이후 약 26만 명의 연방 공무원이 해고, 명예퇴직, 조기 은퇴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타임스는 국세청(IRS) 인력의 3분의 1에 달하는 약 2만 2000명이 트럼프의 사직 권유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공무원 대규모 이탈로 정부의 급여 부담은 줄었지만, 동시에 감사 등 핵심 수익 업무 수행 능력도 심각하게 약화됐다.
공공 서비스 파트너십(Partnership for Public Service)의 맥스 스티어(Max Stier) 대표는 슬롯사이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더 잘 운영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현재의 접근 방식은 오히려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결국 미국 국민이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 서비스 파트너십은 슬롯사이트로 인해 납세자 부담이 약 13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연방정부 230만 명 공무원의 연간 총 급여 2700억 달러 중 절반 정도가 해고, 재고용, 유급휴직, 그리고 생산성 저하로 낭비된 것으로 분석했다.
또 3월 예일대학교 예산연구소(Budget Lab) 보고서에 따르면, IRS 인력이 2만 2000명 줄어들 경우 2026년 한 해에만 약 85억 달러의 세수 손실이 예상된다. 향후 10년간 누적 손실은 198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 계산은 DOGE가 주장하는 1500억 달러 절감 효과를 반영하지 않았다. 슬롯사이트에 따르면, DOGE의 절감액 중 일부는 이미 오래전에 만료된 계약 등을 포함해 과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노스웨스턴대학교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해리 크레이머 교수는 DOGE 절감액이 최대 80% 과장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과 DOGE는 슬롯사이트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다만, 백악관 대변인 해리슨 필즈는 뉴욕타임스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데에도 비용이 든다”며 “이른바 전문가들은 이런 비용에는 침묵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실의 진짜 원인
전문가들은 DOGE가 절약했다고 주장하는 비용 계산에서 연방 공무원의 노동 가치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연구소 리처드 프리신자노(Richard Prisinzano) 정책 분석 국장은 슬롯사이트에 “1달러 급여를 아끼는 건 그 급여가 창출하는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IRS의 감사 수행 능력은 인력에 의존한다. 오히려 감사 인력을 늘리는 것이 세수 확보라는 관점에서 IRS의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최근 IRS 인력 감축으로 인해 수백억 달러의 세금이 걷히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DOGE가 각 부처에 보낸 매주 다섯 가지 성과를 제출하는 이메일도 막대한 시간 낭비를 초래했다. 슬롯사이트은 직원들이 이 이메일을 작성하는 데만 16만 5000 시간을 소모했다고 계산했다.
결국 슬롯사이트가 정부의 효율성을 떨어뜨렸다는 거다. 트럼프 행정부는 공공부문 관료들을 “트라우마 상태에 빠뜨리겠다”고 말한 바 있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스티어 대표는 “트라우마를 입은 조직에서는 아무것도 생산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 글 Sasha Rogelberg & 편집 김나윤 기자 abc123@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