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금소연 부회장 “금융사 시스템화, 토토 가입머니에 책임 전가 우려 커져”
[Fortune Korea’s C&D Ranking of Financial Firms]
금융토토 가입머니연맹이 들어온 모든 민원과 분쟁에 다 관여하는 건 아니다. 30% 정도는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다.
금융토토 가입머니연맹(이하 금소연)은 금융토토 가입머니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2001년 3월 설립된 비영리 단체이다. 금융권 민원 또는 분쟁과 관련해 금융토토 가입머니 최후의 보루로 여겨진다.
토토 가입머니코리아는 C&D Ranking of Financial Firms 기획기사를 준비하며 데이터 밖 이야기도 담고자 했다. 이에 가장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듣고자 2월 17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금소연 본부를 찾았다.
금소연에서는 강형구 부회장이 토토 가입머니코리아를 맞았다. 하나은행에서 28년을 근무한 정통 은행맨이었던 강 부회장은 2012년 금소연에 합류해 금융국장과 사무처장을 거쳐 2023년 부회장승진했다. 금융사와 소비자단체 각각에서 오랜 시간 몸담은 덕분에 그에게선 균형 잡힌 시각이 돋보였다.
아래는 그와 나눈 1문 1답.
Q. 최근 가장 도드라지는 토토 가입머니 민원·분쟁은 어떤 유형인가요?
요즘 저희가 주목하는 건 ‘설명의무’ 관련 내용들입니다. 이게 좀 복잡해요. 2021년 시행된 금융토토 가입머니보호법에서 설명의무 요건을 강화해 토토 가입머니가 굉장히 유리해진 건 맞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인 경우가 많아요.
가장 큰 이유는 금융사들의 디지털 전환입니다. 이제 토토 가입머니들이 웬만한 금융활동은 다 온라인으로 하잖아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약관 등 중요 설명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그냥 체크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매우 취약한 처지가 되는 거죠. 금융사는 분명 고지했고, 토토 가입머니는 여기에 알았다고 ‘직접’ 체크한 거니까요.
Q.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어떤 고객이 신용대출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고객이 의도치 않게 ‘기한이익 상실’ 특약을 맺어 대출을 받았어요. 기한이익 상실은 돈을 빌린 사람이 약속한 조건을 벗어났을 시 남은 기간에 상관없이 대출금 전액을 상환하는 겁니다. 이 고객은 “총부채 한도가 1억 원을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난에 별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체크를 한 건데, 그게 기한이익 상실 특약 조건이었던 거예요.
시간이 지나 이 고객은 기존 대출을 또 다른 대출로 막고자 신용대출 통장을 하나 더 만들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받았던 대출을 정리하려고 온라인으로 일을 보고 있었는데, 거기 “대환하시겠습니까?” 난이 있었어요. 기존 대출을 새 대출로 갈아타겠느냐는 뜻인데, 이 고객이 그 의미를 모르면서 또 체크한 거예요. 그러고는 신용대출 통장을 하나 더 팠고요. 결과적으로 새 대출로 기존 대출을 덮은 게 아니라, 기존 대출에 새 대출을 추가한 게 됐습니다. 그리고 새 대출 때문에 총부채 한도가 1억 원을 넘었고요.
은행은 바로 기한이익 상실을 적용했습니다. 한 번에 부채를 청산할 수 없었던 고객은 기한이익 상실에 따른 추가 이자부담으로 매우 힘들어졌죠. 당장 갚아라 하면서 페널티로 대출금리가 크게 올랐거든요. 이 일은 현재도 분쟁 중입니다(*약정 시점과 부동산 등 여러 요소가 복잡하게 얽힌 사건을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토토 가입머니코리아가 각색했다).
Q. 말씀하신 고객은 첫 대출에선 기계적인 체크가, 나중 대출에선 잘 모르면서 한 체크가 문제가 됐군요. 이건 고객 책임도 상당한 거 아닌가요?
토토 가입머니한테 책임이 아예 없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은행이 좀 더 세심하게 배려했어야 한다는 거죠. 가령 새 대출을 신청했을 때 ‘이번 대출 시 고객님의 총부채액은 얼마가 됩니다’라고 알려주는 창이 떴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고객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말 중요한 내용이 있다면, 토토 가입머니가 그 내용을 알았다고 체크했더라도 ‘이 고객이 정말 인지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장치나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금융사들의 현재 온라인 시스템은 토토 가입머니한테 너무 많은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금융사가 다 제공해 줬는데 토토 가입머니가 확인 못 한 거 아니냐, 토토 가입머니가 알았다고 체크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실 수 있는데, 토토 가입머니는 은행 직원이 아니에요. 심지어 대면에서 설명해 줘도 어려운 내용을 온라인에다 올려놓고 “난 다 제공해 줬으니 책임 없어” 하는 건 금융사의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게다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고객 업무가 대거 이동하면서 가장 이득을 본 건 금융사들이지 않습니까.
Q. ‘이런 건 문제 제기하기 어렵다’하는 민원도 있나요?
상당히 잦은 민원 가운데 하나인데요, ‘원리금 균등 상환 대출’ 관련한 민원들이 있습니다. 원리금 균등 상환 대출은 매월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아나가는 상품이에요. 매월 상환금액은 같지만, 초기엔 이자 비중이 높다가 점점 원금 비중이 높아지는 방식이죠.
그런데 매월 상환금액이 같고 또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아나간다고 하니까 ‘남은 원금’을 두고 오해가 많이 생깁니다. 가령 10년 계약을 해서 5년이 지난 시점에, 약속 시점의 절반이 지났고 난 그동안 꼬박꼬박 잘 갚았는데 왜 아직도 남은 원금이 이렇게 많냐는 거죠.
문제는, 은행들이 원리금 상환 계획서라고 해서 처음에 상세한 숫자를 다 뽑아다 준다는 겁니다. 대출 계약 시에 10년 치를 뽑아서 출력해 줘요. 당시에는 그걸 보고 토토 가입머니가 이해했는데, 시간이 오래 지나다 보니 그 서류는 어디 갔는지 모르겠고 기억도 흐려진 상태에서 어느 날 갑자기 ‘이거 뭔가 잘못됐다’ 싶은 거죠.
Q. 그런 민원이 들어오면 어떻게 하시나요?
그 토토 가입머니한테 다시 설명해 줍니다. 그리고 이거는 도저히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다독여 줘요. 그럼 받아들이시는 분도 계시고, 너네 뭐 하는 단체냐고 화내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Q. 후자 쪽 반응이면 퍽 섭섭하시겠습니다.
제가 은행에서 근무할 때도 상담을 많이 했었고 또 민원 응대 경험도 상당해 그렇진 않습니다. 오히려 죄송스러운 마음이죠. 일단 저희한테 오실 정도면 이미 고민이 깊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으셨을 확률이 높거든요. 그분들이 기대한 것과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할 때면 혹시나 충격을 받지 않으실지 조심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Q. 들어온 민원 가운데 금소연에서도 ‘이건 방법이 없다’고 하는 민원 비율은 얼마나 되나요?
한 30% 될 겁니다. 금융당국이나 대법원 판단까지 다 받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거든요. 이건 정말 저희로서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사실 본인들도 안 된다는 거 아는데 하소연하러 오신 거예요.
저희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며 그냥 잊으라고 합니다. 본인 건강을 위해서도 그게 낫다고요. 당신 같은 사례를 모아 여론을 형성해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에 반영시키겠다고 합니다. 이분들한텐 이미 지나간 일이라 어쩔 수 없지만 다음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는 거죠. 저는 이런 분들을 위한 심리상담도 정책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오랜 시간 여러 일들을 경험하셨는데, 현장에서 느끼시기에 어떻게 하면 금융토토 가입머니 민원·분쟁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까요?
금융토토 가입머니 교육이 필요합니다. 토토 가입머니들도 공부해야 해요. 토토 가입머니가 조금만 금융지식을 가지고 있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민원이나 분쟁, 사고가 많습니다. 특히 금융사기 같은 경우가 그렇죠. 사건이 일어나면 사기범은 빠지고 토토 가입머니와 금융사 간 일이 돼 복잡해집니다. 그래서 저희도 요즘엔 금융토토 가입머니 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교육 활동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토토 가입머니들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금융사들이 계속 시스템화하면서 금융사에 불리한 분쟁 가능성 여지가 줄어들고 있어요. 이제는 토토 가입머니가 스스로 해명해야 할 일이 많아진 거죠. 토토 가입머니 스스로 문제가 되는 어떤 행동을 하고 나서 나중에 권리를 주장하면 일이 매우 어려워집니다. 맨 처음 예시를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Q. 금융사들의 시스템화에는 책임 문제를 덜기 위한 목적도 있을까요?
앞서 제가 금융사들의 시스템화를 좀 부정적으로 표현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가령 상담 시스템도 고도화해 예전 같으면 내가 민원 넣은 게 어디서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알기 어려웠는데, 요즘엔 민원이 어느 부서에서 어느 부서로 이첩됐고 또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조회할 수 있도록 해놨더라고요.
금융토토 가입머니 교육에서도 금융사들의 태도 변화가 감지됩니다. 예전엔 ‘우리는 디지털 전환할 테니 토토 가입머니들은 알아서 따라오라’ 주의였는데 요즘엔 토토 가입머니들한테 관련 교육을 해주는 곳도 생기고 있습니다. 이런 금융권 변화는 분명 긍정적으로 인정해 줄 만합니다.
/ 토토 가입머니코리아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 사진 강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