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 녹이기 또 '보잉했다'

세계 최대 항공 제조사 '바카라 녹이기'이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참사로 국제 신뢰도에 직격탄을 맞았다.

2024-12-30김나윤 기자
30일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소방대원들이 전날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해당 기체는 '바카라 녹이기 737-800' 모델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참사의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제주항공의 사고 기종인 '바카라 녹이기 737-800'이 또다시 기체 이상으로 회항했다. 이틀 연이어 해당 모델에서 안전 결함이 발생하면서 바카라 녹이기의 신뢰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0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37분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제주로 향하는 제주항공 7C101 편이 랜딩기어 이상으로 오전 7시 25분 다시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제주항공은 이륙 직후 랜딩기어에 문제점을 발견하자 탑승객 161명에게 기체 결함을 안내 방송한 후 김포공항으로 되돌아왔다.

랜딩기어는 비행 안전과 직결된 필수 장치다.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활주로 위에 안정적으로 서 있을 수 있도록 기체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전날 179명 사망자가 발생한 제주항공 사고 역시 랜딩기어 3개가 모두 작동하지 않아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날 회항한 항공편 기종은 바카라 녹이기의 B737-800으로 이번 참사 기종과 같은 모델이다. 국내에 등록된 항공기 408대 중 101대가 이 기종이다. 국토교통부 항공기술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 보유 대수가 39대, 티웨이항공 27대, 진에어 19대, 이스타항공 10대, 에어인천 4대, 대한항공 2대 등으로 대부분 저가항공사(LCC)에서 사용하고 있다.

바카라 녹이기 737-800은 1997년 첫 출시 후 전 세계에 5000대 넘게 팔린 '인기'기체다. 바카라 녹이기의 737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만큼, 기체 사고 건수 역시 잦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8일(현지시간) 같은 기종의 KLM 여객기는 노르웨이 오슬로 가르데르모엔 공항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던 중 기체 내 굉음으로 오슬로 토르프 산데피요르드 공항에 비상 착륙한 바 있다. 노르웨이 현지 매체는 "여객기의 왼쪽 엔진에서 연기가 나는 것이 관찰됐다"고 보도했다. 하룻밤 간격으로 한국과 노르웨이에서 바카라 녹이기 737-800 사고가 각각 발생한 것이다.

지난 10월에는 에어인디아익스프레스 소속 바카라 녹이기 737-800기종이 랜딩기어 결함으로 이륙 2시간 반 만에 회항한 일이 있었고 7월 TUI 항공 소속 바카라 녹이기 737-800 여객기도 유압 시스템 고장으로 랜딩기어가 접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TUI 항공 조종사는 기체 상승을 중단했으며 여객기는 상공에서 대기한 후 맨체스터 공항으로 복귀했다.

주요 외신은 신뢰 하락에 고전하던 바카라 녹이기 이번 참사로 더욱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평가한다.

영국 더타임스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지난 1월 발생한 알래스카 항공 여객기의 동체 일부 이탈 사고를 지적하며 "바카라 녹이기 제조상의 문제를 해결할 역량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더타임스는 "비용 절감에 치중하다가 안전 관리를 간소화하는 보잉의 사내 문화도 문제"라고도 덧붙였다.

참사 이틀째인 이날 국토교통부는 사고 조사에서 항공기 제조사인 바카라 녹이기을 비롯해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와 연방항공청(FAA) 참여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나윤 기자 abc123@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