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깜깜이 실적 드러날까… 토토 씨벳 외감법 개선 검토
김병환 토토 씨벳원장이 외부감사를 받지 않아 논란이 되는 유한책임회사도 감사를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테무, 아디다스코리아 등 주요 글로벌 기업의 한국 법인도 외부 감사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10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토토 씨벳원회 국정감사에서 "테무, 큐텐코리아 등 최근 외국계 기업의 한국 법인 중 다수가 유한책임회사 형태로 변경하는 사례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국내에서 발생한 이익을 해외로 빼돌리는데 용이하고 법인세 또한 상당 부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병환 토토 씨벳원장은 "동의한다"면서 "회사 형태와 무관하게 외부 감사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개정 시행된 외부감사에 관한 법(외감법)에 따르면 매출 또는 자본금이 500억 원 이상인 유한회사는 매출과 배당금 등 재무제표를 외부 감사받아야 하고 관련 감사보고서를 공시하도록 의무화했다.
반면 유한책임회사는 외부 회계감사 대상에서 벗어났다. 공시 대상이 아니다 보니 유한책임회사에서 발생하는 이익뿐만 아니라 브랜드 사용료 등 유동성 흐름을 확인하는 게 쉽지 않다.
유한책임회사는 가장 자율적인 법인 형태로 꼽힌다. 유한회사와 달리 이사회가 없어서 사원 총회를 거쳐 주요 경영 사항을 결정할 수 있다.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2012년 상법을 개정해 유한책임회사를 도입했다.
하지만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본래 법 취지와 달리 외부 감사를 피하고자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하고 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2019년 말 109개였던 외국계 유한책임회사 수는 지난 8월 기준 201개로 84.4% 증가했다.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2016)를 비롯해 아디다스코리아(2017년),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이베이코리아(2019년), 록시땅코리아(2020년)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현행 상법은 유한회사에서 직접적인 유한책임회사 전환을 막고 있다. 이 때문에 법인은 유한회사→주식회사→유한책임회사로 조직을 변경해야 한다. 실제 구찌코리아의 경우 2020년 9월 유한회사에서 주식회사로 변경했다가 2개월 만에 다시 유한책임회사로 바꾼 바 있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기업의 외감법 '꼼수'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8년 국회 토토 씨벳 현안질의에서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구글코리아 등 외국계 유한회사가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하며 법망을 피해 가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자 당시 최종구 토토 씨벳원장은 외감법 개정 추진을 밝히며 "빠져나가는 기업 형태가 없도록 본래 법 취지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게끔 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후 국회와 정부 차원의 외감법 개정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김나윤 기자 abc123@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