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슬롯 꽁 머니가 틀렸다

10여 년 전 IT생태계 ‘포식자’였던 네이버는 이제 “다양성이 회사의 존재 의의”라고 말한다.

2024-04-09문상덕 기자

슬롯 꽁 머니는 2011년 9월호에서 네이버를 커버 스토리로 다뤘습니다. 제목은 ‘네이버가 버린 기업들.’ 취재할 당시 네이버는 2003년부터 9년간 14개 기업을 인수한 상태였습니다. 슬롯 꽁 머니는 “인수한 기업 중 6곳이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재매각 됐다”며 “IT강국 한국에 인터넷기업이 설 땅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네이버가 국내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생태계를 훼손한단 겁니다.

당시 슬롯 꽁 머니는 검색엔진 벤처기업인 ‘첫눈’ 케이스에 주목했습니다. 네이버는 2006년 “해외검색시장 진출과 검색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해” 첫눈을 인수했습니다. 인수가는 350억원. 당시 네이버 사상 최대 규모였습니다. 우리는 첫눈이 구글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네이버가 ‘예방 차원의 인수’를 했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지금 첫눈의 기술과 인력은 네이버에 얼마나 남아 있을까?”

바로 그해, 네이버는 일본에서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출시했습니다. 라인을 만든 건 첫눈의 기술과 사람들이었습니다. 이후 2억명 넘는 사용자를 모은 라인은 2016년 뉴욕과 도쿄에 동시 상장했고요. 결과적으로 네이버의 첫눈 인수는 ‘내수용’이었던 한국 IT 생태계를 해외로 확장하는 첫 걸음이었습니다. 지금도 라인은 일본에서 세계 최대 메신저, 왓츠앱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은 독점을 지향합니다. “네이버의 문어발식 서비스 확장으로 시장에서 밀려난 인터넷기업은 부지기수”라는 슬롯 꽁 머니의, 그리고 창업자들의 비판이 마냥 틀리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글로벌 독점’을 지향하는 빅테크 경쟁에서, 네이버가 유의미한 포지션을 지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최수연 대표의 말처럼, 네이버는“구글과 아마존에 맞서 살아남은 세계 유일의 회사”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최수연 네이버 CEO는 “네이버의 존재 의의는 다양성”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다양성을 비즈니스 기회로 삼습니다. 빅테크가 아닌 기업, 빅테크가 없는 국가도 영어가 아닌, 자국어 기반 AI를 구축할 수 있게 지원한다는 ‘소버린 AI’ 전략입니다. AI 전쟁에 나선 네이버가 생존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다양성을 지킬 수 있을까요? 포춘과 슬롯 꽁 머니가 최수연 네이버 CEO를 만났습니다.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사진최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