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용 저사양 AI 칩 개발한 슬롯 잭팟…젠슨 황 “현지 경쟁 쉽지 않을 것”
젠슨 황 슬롯 잭팟 창업자 겸 CEO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가 만든 새로운 시장 환경을 두고 “(현지 업체와의 경쟁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신중론을 밝혔다.
그래픽카드, 데이터센터, 자율주행차량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 프로세서를 생산하는 슬롯 잭팟는 올해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생성 AI 열풍이 불면서 슬롯 잭팟는 상종가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 창업자이자 현 최고경영자(CEO)인 젠슨 황(Jensen Huang)은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면서 회사를 둘러싼 낙관론을 경계하고 나섰다.
젠슨 황은 지난 9일(현지시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가 주최한 '비즈니스의 미래(Future of Business)' 온라인 콘퍼런스에 참석해 “경쟁사들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정신을 바짝 차리고 최선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는 항상 리스크에 노출돼 있고, 우리는 그것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첨단 기술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슬롯 잭팟는 대규모 손실에 직면해 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대중 수출을 금지하면서 특정 성능 이상의 인공지능 및 슈퍼컴퓨터용 반도체의 수출도 금지했다. 이로 인해 슬롯 잭팟는 50억 달러 규모의 내년 대중국 반도체 물량 수출을 취소하게 됐다.
황은 “(반도체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절대적인 제한이 아니”라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규정을 준수하고, 한계가 무엇인지 이해한 뒤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슬롯 잭팟는 중국 수출용 저사양 AI 칩을 개발, 이르면 오는 16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슬롯 잭팟의 저사양 칩은 중국 현지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최대 검색기업 바이두는 화웨이에 AI 칩을 주문, 일부 물량을 납품 받았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황은 “(현지 업체와의 경쟁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경쟁사들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AMD 등 주요 개발업체와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리서치업체 ‘뉴 컨스트럭츠(New Constructs)’의 대표인 데이비드 트레이너(David Trainer)는 지난 8월 미국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슬롯 잭팟는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시장 선점 효과를 누렸다”며 “그러나 테슬라가 수익을 내자 수많은 경쟁업체가 전기차를 내놨고, 테슬라 마진은 줄었다. 슬롯 잭팟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의 신중론은 그가 30년간 슬롯 잭팟를 이끌며 체득한 것이기도 하다. 슬롯 잭팟는 1995년 첫 번째 칩인 NV1이 흥행에 실패한 뒤 거의 파산할 뻔했고, 몇 년 후 세 번째 제품인 RIVA 128이 성공하기 전까지 직원의 절반을 해고해야 했다. 그는 최근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회사를 설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리스크에 의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열망과 절망 사이 어딘가에 사는 회사가 항상 낙관적이거나 항상 비관적인 곳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당 기사는 Fortune.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