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노믹스② 조정훈] ‘월 100만원 가사근로자’, 본질은 차등무료 슬롯 머신제

2023-09-01문상덕 기자

‘월 100만원 가사 도우미’, 본질은 차등무료 슬롯 머신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쏘아 올린 ‘월 100만원 외국인 가사 근로자’ 논쟁은 가사근로자법 개정에서 멈추지 않는다. 재계와 노동계가 수년째 대치하는 ‘차등무료 슬롯 머신제’가 그 뒤에 있다.

문상덕 기자mosadu@fortunekorea.co.kr

지난 6월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열린 최저무료 슬롯 머신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들이 피켓을 앞에 두고 회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가사·돌봄분야의 값싼 인건비에 초점을 맞춘 외국인력 도입 시도는 가사·돌봄노동자의 공식화를 가로막을 뿐 아니라, 최저무료 슬롯 머신 차등화를 통한 최저무료 슬롯 머신제 형해화, 나아가 가사·돌봄서비스의 민영화 추진과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_최영미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서비스지부장

최저무료 슬롯 머신 차등화란 업종, 지역 등을 기준으로 최저무료 슬롯 머신 수준을 차등 설정하는 것을 뜻한다. 흔히 ‘차등무료 슬롯 머신제’로 부른다. 현재 한국에선 단일 기준을 적용하지만, 현행 최저무료 슬롯 머신법에서도 사업별로 무료 슬롯 머신 수준을 다르게 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제4조). 경총 등 사용자단체에선 업종별 생산성이 다르다는 점을 들어 차등무료 슬롯 머신제를 줄기차게 요구해 오고 있지만, 노동계에선 사실상 국가 단위의 단체교섭 역할을 하고 있는 최저무료 슬롯 머신제를 무력화시킨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조정훈 의원이 발의한 가사근로자법 개정안이 이런 차등무료 슬롯 머신제의 물꼬를 트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외국인 가사 근로자를 최저무료 슬롯 머신법 밖에 두자는 주장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차등무료 슬롯 머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의원도 인터뷰에서 “모든 일자리의 생산성이 같을 순 없다”며 사견을 전제로 “차등무료 슬롯 머신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밝혔다.

외국인 가사 근로자를 중심으로 차등무료 슬롯 머신 도입 가능성을 살폈다.

“현물급여 산입시 차등무료 슬롯 머신 가능”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 8월28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 발족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입법 난이도 면에선 외국인 가사 근로자에 대한 차등무료 슬롯 머신 도입이 더 쉬울 수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 논란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1998년 비준한 ILO 협약 111호는 “고용과 직업에 있어서 모든 형태의 차별을 철폐”하도록 요구한다.

외국인 ‘가사 근로자’를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가사 사용인’으로 임의 정의하고, 최저무료 슬롯 머신 바깥에 두려는 개정안은 협약 위반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실제로 김원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문위원은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개정안은) 제111호 협약 ‘차별(고용과 직업) 협약’과 상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문위원은 또 “최저무료 슬롯 머신제도가 도입된 OECD 국가 중 외국인에 대해서만 그 적용을 배제하는 사례가 없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하지만 최저무료 슬롯 머신 테두리 내에서 차등을 두는 나라는 많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도 그렇다. 임무송 금강대 공공정책학부 교수는 2021년 게재한 논문에서 “많은 국가에서 노동시장 진입 촉진(연소자, 장애인 감액제도), 경험 부족과 잠재적 노동생산성의 격차(수습근로자, 훈련생 감액제도), 현물급여 지급(외국인 근로자 감액제도) 등을 논거로 근로자 속성에 따른 감액제도(sub-minimum wages)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물급여란 급여를 현금이 아닌, 숙식 및 출퇴근 지원 등 서비스나 재화의 형태로 지급하는 것을 뜻한다. 임 교수는 해당 논문에서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최저무료 슬롯 머신 적용에서 제외하거나 감액하는 것은 ILO의 차별금지 협약 위반 외에도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선진 외국과 같이 현물급여를 환기하여 최저무료 슬롯 머신에 산입하는 방안을 입법하는 것이 정수”라고 말했다.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최저무료 슬롯 머신 적용에서 제외하거나 감액하는 것은 ILO의 차별금지 협약 위반 외에도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 선진 외국과 같이 현물급여를 환기하여 최저무료 슬롯 머신에 산입하는 방안을 입법하는 것이 정수” _임무송 금강대 교수

현재도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장에서는 숙식 등을 지원하고 있다. 현물급여를 최저무료 슬롯 머신에 산입할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최저무료 슬롯 머신 아래의 현금급여를 지급할 수 있게 된다.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무료 슬롯 머신을 낮추기 위해서라면, 이런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차등무료 슬롯 머신 도입도 쉽지 않다. 현행 최저무료 슬롯 머신법에서 허용하는 ‘업종별 차등 적용’(제4조)에 대해서도 그랬다. 경총 등에서는 수년간 업종별 차등 적용을 주장해 왔고,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회 청문회에서 도입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등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최저무료 슬롯 머신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최저무료 슬롯 머신위 회의에서 이 안건은 찬성 11표, 반대 15표로 부결됐다. 근로자위원뿐 아니라 공익위원 다수가 반대표를 던졌다.

노동계의 우려도 일리가 있다. 가사 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해야 시장에 근로자의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한국노총에서 “값싼 인건비에 초점을 맞춘 외국인력 도입 시도는 가사·돌봄노동자의 공식화를 가로막는다”고 주장한 건 이런 맥락이다. 2021년 가사근로자법을 제정하기 전까지 가사 근로자는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처럼, 개인사업자로서 도급계약을 맺고 일했다. 그래서 최저무료 슬롯 머신, 4대 보험 등의 보장도 받지 못하는 상태에 있었다.

그 결과 2021년까지 가사서비스시장에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2022년 낸 ‘돌봄서비스업 외국인 노동시장 연구’에 따르면, 가사 및 육아도우미는 2013년 25만1000명에서 2021년 12만1000명으로 연평균 8.7% 줄었다. 같은 기간 돌봄 및 보건서비스 종사자가 31만5000명에서 62만9000명으로 연평균 9.0%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인 가사 근로자의 무료 슬롯 머신(전일제 기준)이 350만원(한국노동연구원 집계)에 이르는 건 이 때문일 수 있다.

1960년대 파독 근로자들은 어땠나

반면 조정훈 의원은 수요, 즉 가임기 부부에 초점을 맞춘다. 홍콩과 싱가포르 사례를 보면 “가사 도우미의 무료 슬롯 머신이 중위소득의 30~40% 수준까지 내려왔을 때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올해 정부가 고시한 중위소득은 2인가구 기준 345만6155원으로, 이의 30%는 103만6847원이다. 조정훈 의원이 주장하는 ‘무료 슬롯 머신 100만원’에 근접한다. 이렇게 무료 슬롯 머신을 낮게 설정해서 발생하는 노동 공급의 부족을 외국인 가사 근로자를 도입해 풀자는 게 조 의원의 구상이다.

업종별 차등무료 슬롯 머신제로 넓혀서 봐도, 수요가 핵심이다. 경총은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중위무료 슬롯 머신 대비 최저무료 슬롯 머신 비율은 62.2%로, 분석 대상 30개국 중 8번째로 높았다고 밝혔다.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중위무료 슬롯 머신 대비 최저무료 슬롯 머신 비율은 프랑스(61.9%), 독일(54.2%), 일본(46.2%) 등보다 높다. 그만큼 사용자가 부담하는 최저무료 슬롯 머신 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그 결과 최저무료 슬롯 머신을 감당하지 못하는 업종이 생겨났다고 경총은 주장한다. 경총에서 지난해 발표한 ‘2022년 최저무료 슬롯 머신 미만율(전체 근로자 중 최저무료 슬롯 머신 미만의 시간당 무료 슬롯 머신을 받는 근로자의 비중) 분석 및 최저무료 슬롯 머신 수준 국제비교’ 자료에 따르면, 전 업종 평균 최저무료 슬롯 머신 미만율은 12.7%였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4.6%)과 정보통신업(3.1%)은 낮았지만, 농림어업(36.6%), 숙박·음식점업(31.2%),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21.8%)은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경총은 자료에서 “업종간 최저무료 슬롯 머신 미만율의 격차가 최대 33.8%포인트에 달하는 만큼, 최저무료 슬롯 머신을 전 업종에 획일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업종별 특성과 업황 등을 감안해 구분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무료 슬롯 머신을 제외한 사회복지는 가능한 한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무료 슬롯 머신 수준까지 내국인 수준으로 높이면 시스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_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은 차등무료 슬롯 머신을 지지하는, 정서적인 배경이될 수 있다. 한국의 고도 성장기 근로자들은 저무료 슬롯 머신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감수했다는 것이다. 1960년대 독일로 간 광산 근로자와 간호사가 대표적이다. 한국은 1960년대부터 해외에 인력을 적극 송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독일로 간 한국 광부들은 숙련도에 따라 독일 근로자의 평균 급여와 비슷한 수준을 받기도 했다. 사회보장 수준도 낮지 않았다. 윤용선 한성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매일 도급량을 100% 달성한 근로자는 1977년 기준 1801.20마르크를 받았다. 실수령액은 1250마르크 정도였다. 이는 당시 서독 근로자의 평균무료 슬롯 머신(2079마르크)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윤 교수는 다만 “파독 광부의 실수령 무료 슬롯 머신은 400~3000마르크에 이를만큼 편차가 컸다”고도 덧붙였다.

또 1963년 한국 노동청과 독일탄광협회가 맺은 ‘한국 광부의 한시적 고용에 관한 협정’을 보면, “한국인 광산노동자는 광부연금보험을 제외한 사회 보장의 모든 영역에서 본 협정문 16조에 따라 독일인 노동자와 동일한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조정훈 의원은 “무료 슬롯 머신을 제외한 사회복지는 가능한 한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의료보험과 정기적으로 출신 국가에 다녀올 수 있는 경비 지원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무료 슬롯 머신 수준까지 내국인 수준으로 높이면 시스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팩트체크 |실질은 근로자, 형식은 개인사업자

개정안은 단순하다. 현행법에서 “외국인 근로자인 가사 근로자는 최저무료 슬롯 머신법 적용이 제외되는 가사 사용인으로 본다” 한 줄을 추가한다. 그러나 이 한 줄에 담긴 법적 쟁점은 단순하지 않다.

‘가사 사용인’이라는 개념은 근로기준법에 등장한다. 근로기준법은 제11조에서 “이 법은 (…) 가사 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가사 사용인은 개인 사업자의 지위를 갖고 사용자와 직접 도급계약을 맺어 가사서비스를 제공한다. 최저무료 슬롯 머신법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 외국인과 내국인을 막론하고, 가사 사용인으로서 계약한다면 최저무료 슬롯 머신과 무관하다는 뜻이다.

쟁점은 개정안이 ‘가사 근로자’를 ‘가사 사용인’으로 본다는 것에 있다. 가사근로자법에 따르면, 가사 근로자는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근로계약을 맺는다. 가사서비스는 근로자가 아닌 제공기관에서 사용자에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사근로자법에 따라 가사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최저무료 슬롯 머신법 등 근로 관계 법령의 규율을 적용받는다.

근로의 실질 내용이 기관에 고용된 ‘가사 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근로의 형태는 관계 법령의 규율을 적용받지 않는 ‘가사 사용인’으로 본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이렇게 보면 개정안이 고용과 직업에서의 차별을 금지한 ILO 협약 제111조를 위반했다고 볼 여지가 생긴다.

이에 대해 조정훈 의원은 근로의 실질 내용도 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은 ‘외국인인 가사 사용인’의 신분을 검증하고 사용자와 중개하는, 플랫폼의 역할만 맡자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조정훈 의원이 생각하는 ‘외국인 가사 사용인’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직)와 유사하다. 특고직은 근로계약이 아니라 위임·도급계약에 따라 노무를 제공하고,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는 개인사업자 형태의 근로자를 뜻한다. 보험모집인, 퀵서비스배달원, 학습지 방문교사, 골프장 캐디 등이 특고직에 해당한다.

레퍼런스

김원모, 2023, ‘가사 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 9쪽

최영미, 2023, ‘가사·돌봄분야 외국인력 도입의 문제점과 가사근로자법 안착을 위한 과제’,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노동N이슈, 13쪽

이규용 등 4인, 2022, ‹돌봄서비스업 외국인 노동시장 연구›, 한국노동연구원, 11쪽

최저무료 슬롯 머신위원회, 2022, ‹2022년 주요국가의 최저무료 슬롯 머신제도›

임무송, 2021, ‘최저무료 슬롯 머신제도의 문제점과 사회적 갈등 해소 방안’, ‹법과기업연구› 11권 1호, 서강대 법학연구소, 157쪽

윤용선, 2014, ‘1960~70년대 파독 인력송출의 미시사: 동원인가, 선택인가?’, ‹사총› 81호, 고려대 역사연구소, 428쪽